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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510_화요일_06:00pm
갤러리 드맹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2-17번지 Tel. 02_543_8485 http://www.demain.co.kr
아직도 표정에 익살이 남아있는 작가 최혜광은 대리석으로 다양한 형태의 선인장을 만든다. 그는 선인장을 만드는 남자로 벌써 꽤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보는 이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유명세"나 "고압적 자세"는 없다. 접근하기 참 쉬운 작품이다. 그의 작품이 형태상으로는 선인장을 대리석이라는 새로운 재료로 변환해 제작했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선인장을 택한 이유와 선인장 작품으로 어떤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는지를 깨닫게 되면, 그의 조각을 접함으로 우리는 작가 최혜광이 제공하는 무한한 평화와 안락, 재치, 그리고 꿈을 볼 수 있다.
선인장 (the cactus). ● 선인장은 쌍떡잎식물 선인장목 선인장과에 속하는 식물의 총칭이다. 대개의 식물은 "00꽃"이나 "00나무"등과 같은 이름으로 불려지지만, 선인장은 "선. 인. 장"이라는 세음절의 단어 하나로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 그만큼 다른 식물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인장을 대표하는 독자적인 특성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단연 "그 형태"일 것이다. 선인장은 너풀너풀한 꽃이 보이지도 않고, 하늘하늘한 줄기도 없다. 단단하고, 공격적인 선인장의 위용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시각적인 자극에 민감한 예술가들의 흥미를 끄는 식물임에는 의심할 바 없다. 조각가 최혜광 역시 선인장의 독특한 형태에 관심을 보인다. 동심(同心)점을 잡고, 일정하게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선인장의 "능"은 자연물에서 보여질 수 있는 기하학적 형태의 최고의 예시이다. 선인장의 형태가 어떤 것은 우주선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잘 세공된 보석공예품같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인지, 선인장은 때론 생명체같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생명체라고 하기엔 너무 규칙적이고, 공식적이며, 차갑기 때문이다. 생명체임에도,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에 잘 다듬어진 세공품 같거나, 빈틈없이 설계된 기계 같아 보이는 선인장의 형태는 작가에게 생물, 무생물 또는 生, 死라는 상반된 개념들의 경계를 넘나들게 만든다. 작가 최혜광은 이 경계선에 자리 잡음으로 점차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는 경험을 고백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가 숨쉬지 않는 재료인 "대리석"으로, "선인장"이라는 생명체를 만들게 충동질하였고, 낯익은 식물을 새로운 재료로 만듦으로 작가만의 "환상정원"을 탄생케 하였다.
이중적이고, 상반된 개념 두 개념이 충돌해 만들어지는 신비스러움에 집중하였던 최혜광의 관심은 이제 선인장을 통해 보여지는 "일탈"과 "환상"으로 발전된다. 선인장은 사막 지역에서 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형태로 진화되었다. 때문에, 선인장의 형태는 척박한 환경을 이기기 위해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형태로 진화되었다. 때문에, 선인장의 형태는 척박한 환경을 이기기 위해 "돌연변이"로 변화했다. 그것은 일상적으로 많이 접하는 평범한 식물의 형태를 벗어난 "일탈"이라 하겠다. 반질반질하여, 가시가 달린 선인장의 생김새는 사막과 같은 척박한 조건을 이겨내기 위한 강한 생명력을 담고 있다. "아름다움"보다 "생존"을 택한 결과였다. 가느다란 줄기 대신에, 날카로운 선을 담은 "능"을 가졌고, 넓고 시원한 잎사귀 대신에, 뾰족하고 좁은 가시로 수분 방출을 막았다. 이분법으로 번식하는 생명체처럼 여러 개의 혹을 달고 있는 선인장의 생김 또한 상당히 환상적인 제스츄어이다. 빨갛고, 초록빛이며, 샛노란 색의 선인장의 꽃은 강렬한 색 대비와 함께 관능미를 한껏 뿜어낸다. 선인장의 꽃말이 바로 "불타는 마음"또는 "무모한 사랑"이라는 사실도 선인장의 형태가 주는 정열적인 느낌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선인장은 청순한 소녀라기보다, 성숙하고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여인과 같다. 돌연변이 생김과 이에서 비롯되는 관능미. 그것은 작가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최혜광은 단단하기 그지없는 대리석으로 관능의 여인을 보듯 강렬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식물을 돌로 만들었다. 울퉁불퉁한 돌의 결을 따라, 선인장의 능선을 만들고 정으로 쪼아 가시를 표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시선을 잡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만든 돌 선인장 작품들로 그가 그만의 "환상정원(fantastic garden)"을 구성한 점이다. 하나의 작품으로 선인장의 다양한 면모를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혜광은 이들 작품을 모아 더 깊은 환상 속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그리고, 그것은 선인장에게서 "환상"으로 넘어가는 단계이기도 한다.
"돌로 된 선인장 식물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철학이나 난해한 주제의식보다는 가슴으로 느끼고, 그냥 보면 즐거워지는 작품을 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한 작가의 고백에서 우리는 돌로 만들어진 선인장과 최혜광의 환상 식물원에 초대된 것에 새삼 들뜨게 된다. ■ 이상윤
Vol.20050522a | 최혜광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