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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406_수요일_05:00pm
선화랑 · 선 아트센터 2, 3층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4번지 Tel. 02_734_0458 www.sungallery.co.kr
환희의 공간 ● 조돈영은 오랫동안 파리에 체류하고 있는 몇 안되는 한국 미술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파리를 중심으로 독일, 미국, 헝가리 등지를 무대로 개인 초대전과 그룹전을 가진바 있다. 서울서의 전시는 퍽 오랜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90년대 후반부터 극히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작품들이 포함된다.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동안의 변모와 성숙해가는 그의 조형적 내면을 살피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대부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성냥개비를 모티브로한 특이한 화면을 보여주는 작가로 떠올릴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성냥개비를 그려왔다. 이 경우 성냥개비란 단순한 소재라기보다 독특한 상징의 체계를 함유한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불타버린 성냥개비를 균질의 공간 속에 배열하는데 때로는 일렬의 상태로, 때로는 상승하는 구성 속에 설정하였으나, 그것들은 본래의 물질성을 탈각하고 인간의 모습으로도 비치었고 때로는 어떤 질서를 향한 공간의 장치로도 비치었다. 타다버린 성냥개비의 사그러진 모습은 무한한 희한과 연민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로제부이요가 「인생의 덧없고 연약함과 소박한 위대성」이라고 지적했듯이 성냥개비는 하잘 것없는 물질이 아니라 존재와 비존재의 간극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였다.
90년대에 오면서 그는 줄곧 다루어오던 성냥개비 대신 화사한 색채와 분방한 필치의 추상의 세계를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사색적이었던 공간은 밝고 건강한 기운이 흘러넘치는 화면으로 대체되었다. 인생을 바라보는 성숙된 자의식의 구현이라고나 할까. 최근작도 이 같은 화면구조는 지속되는 편이다. 그러나 이전의 작품보다도 더욱 활기 넘치는 변화가 걷잡히고 있다. 색채의 여울 속에 간단없이 솟아오르는 작은 물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다름 아닌 성냥개비의 재생이란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성냥개비가 새로운 모습으로 화면을 비집고 나온 것이다. 연민을 자아내던 과거의 성냥개비가 아니라 환희에 넘치는 생명의 씨앗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겨우내 땅 속에 갇혀있던 생명이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상승하는 열기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경청하는 느낌이다.
이전의 사색적이었던 화면에서 일탈하여 자유로운 열린 표현을 추구하다 이제는 그것들을 한자리에 재 종합하는 작업을 시도해보이고 있다고 할까.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반추와 미래를 향해 나아갈려는 의지가 하나의 화면속에서 해후하는 장면은 그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라해도 좋을 듯하다. 불꽃처럼 솟아오르는 작은 씨앗들은 내면과 외면의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환희의 합창을 구가하고 있다. ■ 오광수
Vol.20050409c | 조돈영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