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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5_0319일_토요일_04:00pm
오프닝 퍼포먼스 / 2005_0319_토요일_05: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진흥원_조흥갤러리_이주여성인권센터_서울특별시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211.192.92.27/galle/galle_03_01.jsp
이주의 심리지도 ● 만남은 나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 설정을 위한 줄다리기의 과정을 포함한다. ● 외국에 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다 거짓말이다. 단지 외국 땅에 내렸을 때 느껴지는 알지 못하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상황에서 오는 공포에 대한 자기 방어기재일 뿐이다. 타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으면 자신 이 좋던 싫던 간에 타인과 나 사이의 관계를 성립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새로이 체험하는 대상과 나 사이의 우열과 거리, 행동양식 등을 설정하는 단계를 거치게 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자신의 세계에서 편안한 삶을 누렸건 간에 새로운 환경은 그 환경이 가지는 맥락 안에서의 나(이방인)의 위치를 설정 하도록 강요할 것이며 이 과정이 순탄하게 종료되지 않는다면 끝없는 논쟁과 투쟁을 수반하게 된다. 이방인은 소외 계층이 된다는 전제조건에서 이 이방인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우월성을 혹은 동등함을 증명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자신이 소속된 그룹의 우수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뿐이다. 얼마나 한국이 발전된 선진국의 일원이며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인가를 밝히는 동시에 자신이 그 집단의 일원임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 이러한 과정은 보통 먼저 상대방의 정보를 캐내는 탐색전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어디서 왔습니까? 무엇을 공부했습니까? 현재 이 나라에서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등의 정체를 묻고 대답하며 (혹은 지레 짐작하고는) 상대방과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탐색전 과정 중에서 의사소통 능력은 이방인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완벽한 언어를 구사해야만 모국어를 구사하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갖고 있는 내국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비교될 수가 있다. 내국인들은 이방인의 어눌한 언변 속에 파묻혀있는 가치를 굳이 찾아내고자 하는 시간상, 감정상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며 상대(이방인)방과의 관계설정과정에서 굳이 자신보다 유리한 위치를 저버릴 만큼의 참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개인과 개인 간의 과정이다. 내국인과 이방인집단과의 관계는 편견이나 융의 이론에 의하면 유전자에 이미 각인되어 있다고 하는 집단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방인은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사회적 지위에 위치하게 되고 여기에서 이방인은 내국인을 가해자로 하는 피해자로서의 분노가 싹트기 시작한다. ● 이주의 경험을 작품화하는 작가들의 대부분의 경우는 외국 체류기간의 길이에 따라 어느 정도 보편적인 과정을 밟아나간다. 먼저 이방인으로서 타국의 내국인으로부터 '자신이 누구인가(Where are you from?)'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들의 작업은 그래서 최근 몇 년 전까지 가장 큰 이슈의 하나였던 정체성을 둘러싼 담론을 반복하기가 십상이었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모국의 고유한 전통을 상징하거나 함유하는 모티브가 자주 사용되는 것을 발견한다. 이러한 성향들은 국제적 미술시장에서 순간적인 관심을 사게 되나 이러한 모국의 과거에서 출발하는 작업으로의 순간적 대응은 내국인 일반이 가지는 집단의 무의식을 바꾸기에는 영향력이 미비하거나 오랜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방인 작가들은 다음단계로 행동주의자적 행로를 밟거나 내국인과 동화되고자 하는 노력으로 자신의 정당한 위치를 찾아가려 한다. 그러나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신은 물론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집단의 무의식까지 변화시켜야 하는 무거운 짐을 발견하게 된다.
에글이 한국 생활 5년 만에 얻은 것은 척추 디스크였다. 불행하게도 그녀의 남편도 똑 같은 병명을 얻어 두 사람 모두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에글의 남편사랑은 각별하다. 아직 쉼터에서 안정을 취해야 할 그녀는 혼자서 남편을 간호하겠다고 자청했다.
남편과 함께 스치로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타스리마는 얼마 전 한국에서 낳은 딸을 고향의 국민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고향으로 보냈다. 공장 기숙사에서 남편, 시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그녀는 몇 년간 더 일해서 고향으로 돌아가 딸아이와 함께 사는 것이 꿈이다.
박경주의 작업_이주, 이방인과 내국인과의 불균형한 관계, 대응 ● 박경주 또한 독일 브라운슈바익 예술대학교와 베를린예술대학교를 다니면서 이방인으로서의 경험을 체험한 작가이며 이주, 이방인, 차별대우에 대한 이방인의 입장을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으로 표현해왔다. 「참석인(1999)」은 박경주가 독일 내 이방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베를린의 출입국관리소에서 체류허가 심사를 받으러 온 외국인들을 찍은 전신사진 시리즈이다. 출입국관리소는 외국인들이 독일정부에게 자신들의 독일거주가 독일에 해가 되지 않음을 증명해야 하는 심판대이다. 이들은 이곳을 가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자신이 할 말을 미리 연습한다. 이곳은 이방인이라면 모욕과 분노를 가장 크게 느끼는 곳이었고 박경주가 이들의 모습을 찍는다는 것은 이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의 모습이 전시장에 진열될 것이라는 것은 미리 알고 포즈를 취한 사진 속의 이방인들은 모두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으며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이들이 가해자인 내국인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이들보다 우월하거나 적어도 동등하게 보이는 여유 있는 미소였을 것이다. 이후 그는 재독한인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재독 광부, 간호사 등의 이민생활을 보여주는 「독일의 기억-파독광부 (비디오설치, 2000)」작업을 선 보였는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인들에게서 받은 인종차별적, 냉대의 기억을 담고 있다. 「참석인」과 「독일의 기억-파독 광부」 작업은 그 주제에 있어서 피해자 사례를 수집하고 관객에게 고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가 제작한 한국에서의 후기 작업에 비하면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소극적인 대응이었다. ● 본국으로 돌아 온 이방인들은 내국인의 입장이 되어 내국인들만의 세계에서 이방인의 입장을 잊고 지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가 돌아온 한국은 30만 이주노동자의 존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즈음이었다. 자신이 가해자의 입장에 서있음을 자각한 그의 이방인과 내국인에 관련된 이해의 층위는 더욱 깊어졌으며 이방인과 내국인이라는 양쪽 모두의 이해에서 출발하는 작업 을 발표한다. 이 작업은 한국 내 이주 노동자들에게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우리에게 되돌려 묻도록 하고 있다. 관객의 답변을 요구하는 이 작업은 이전의 작업이 기록적인 요소가 강한데 반하여 비디오편집의 활용이 눈에 띤다. 여러 사람이 말하는 "Where are you from"의 각 음절에 따라 이미지를 잘라서 편집되었기 때문에 이미지의 급박한 변환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업에서 드는 생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어 붙여진 문장이 처음에는 잘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쉽게 메시지 전달되지 않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의 작업 또한 메시지전달이 우선을 차지하는 행동주의적 작업에서 자주 보여 지듯이 예술 작업제작 과정상 요구되는 미학적 결정과 메시지의 전달사이의 밸런스라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임신 8개월의 몸으로 홀로 한국에 입국한 가브리엘라. 그녀는 우선 아이를 낳아야 했다. 출산후 한달, 아직 핏덩어리인 아기를 영아 위탁소에 맡겨야 했다. 이 곳에 1년 정도 이기를 맡기고 부지런히 일해서 귀국하는 것이 현재 가브리엘라의 꿈이다. 아기와 헤어져야 하는 시간 아기의 볼에 입맞추다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결혼 생활 3년 동안 계속된 남편의 폭언과 구타로 이혼을 결심한 송미화. 그녀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외국인등록증 사본을 만들어 항상 소지하고 다녔다고 한다. 많은 이주여성들이 입국과 동시에 신분증을 빼앗겨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이혼소송을 위한 소장을 접수하고 나서 송미화는 곧장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남편은 송씨의 지병도 치료해 주지 않을 만큼 송씨를 학대했었다. 이것이 그녀가 결정적으로 이혼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주여성이 이혼소송에서 겪게 될 정신적 스트레스는 한국인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그녀는 무엇보다 법정에서 어떻게 남편의 무서운 눈빛을 마주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앞에서 서툰 한국어로 올바른 진술을 할 수 있을지 제일 걱정했다.
'이주여성 임아리사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지다'_이주여성 임아리사가 광주 전남도청 앞 분수대 위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02년 제작된 「인생이란?-이주노동자 뮤직 프로젝트'(What is life?_2002)」 작업에서는 박경주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일반적으로 갖는 질책적 태도에서 이방인의 문화적인 힘이나 정치적인 잠재력을 보여주는 중립적 작업 방향으로의 전환을 보인다. 이주 노동자들의 삶과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음반을 구상했다고 하는 박경주의 말을 빌면 이 작업 또한 한국민들에게 이주 노동자들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유레카'라고 하는 미얀마 국적의 이주 노동자들로 록 밴드를 발굴하고 이들이 직접 한국어 가사까지 붙여 만든 곡을 모아 음반을 내고 프로페셔널 가수로서 공연 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음악이라는 관객이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는 장르를 선택, 관객과 적극적인 소통방법을 찾고자 하였다. 여기서 그는 기획, 진행, 홍보역할을 맡아 작가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방인을 소수자(집단으)로 상정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넘어서서 지원자의 관계를 확립한 박경주는 이제 그녀 자신을 문화 활동가로 부른다. ● 최근에 사비나 미술관이 기획한 「시각서사」 전시에서 선보인 「이주노동자 선거유세 퍼포먼스(2004)」에서 그는 김티톤이라는 외국인노동자가 지자체 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거리유세를 펼치는 상황을 설정하고 선거 운동원들과 함께 선거문구를 가득 붙인 유세차량으로 지난 9월 안양 시내를 돌아다닌 것을 시작으로 창원, 대구, 대전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지역주민의 생각과 표정을 비디오에 담았다. 이방인에 대한 혐오를 극복하고 이들의 합당한 자리를 인정하겠다는 의식과 의지를 갖게 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박경주는 본 퍼포먼스를 통해 그의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소원하지만 우리가 이방인의 정치권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미래상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애매모호한 접점에서 제시함으로써 긍정적인 수용을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 ● 박경주의 작업이 이주의 경험에서 비롯하여 제작되는 다른 작가의 작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체성 담론의 쳇바퀴 속에서부터 그리고 피해자 가해자의 갈등구조로부터 벗어나 성숙된 행로를 공유하고자한다는 점에 있다. 이방인과의 문제는 이들의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향한 공포와 편견을 안고 만나게 된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박경주는 이러한 미래상을 엿 보게 함으로서 인종차별 현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부정적 질책이 아닌 문제의 시발점인 첫 만남을 평화로운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긍정적인 편견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신현진
전시회에는 이주여성 9명의 삶을 잔잔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과 '이주여성 임아리사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지다' (이주노동자 선거유세 퍼포먼스 광주편, 단채널 영상), 퍼포먼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다오'가 전시될 예정이다.
Vol.20050319a | 박경주展 / PARKKYONGJU / 朴慶株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