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의 뼈_Bone in a Cloud

임자혁展 / YIMJAHYUK / 任慈赫 / painting   2005_0224 ▶ 2005_0313 / 월요일 휴관

임자혁_구름 속의 뼈_드로잉과 페인팅_브레인 팩토리 설치장면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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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5_0224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_11:00am~06:00pm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82.(0)2.725.9520 www.brainfactory.org

이 전시의 제목인 『구름 속의 뼈_Bone in a Cloud』는 두가지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하나는 구름처럼 붙잡을 수 없는 것, 또 하나는 뼈처럼 분명하게 만져지는 것이다. 그것은 붙잡을 수 없지만 존재하는 것, 혹은 존재하지만 구름 속에 가리워져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임자혁은 그가 '뼈처럼'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그렇지만 단일한 틀로는 포착할 수 없는 유동적인 머리 속의 생각들을 형상화하고자 한다. 붙잡았는가 싶으면 다시 형태를 바꾸는 생각의 흐름들을 따라가기 위해서 임자혁은 드로잉이라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드로잉은 가장 신체적일 수 있는 그리기의 방식이자 머리 속에서 현재진행형으로 피어오르는 이미지들을 그대로 따라가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임자혁_구름 속의 뼈_드로잉과 페인팅_브레인 팩토리 설치장면_2005
임자혁_구름 속의 뼈_드로잉과 페인팅_브레인 팩토리 설치장면_2005

3주 가량 전시장에 머물며 작업하면서 임자혁은 자신의 머리 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다가 폭발하고는 사라지는 이미지들의 쉴새없는 움직임들을 공간 드로잉을 통해 전시장 벽면 위에 전달하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시 공간은 점점 더 복잡한 층위를 더해가면서 작가 자신의 머리 속 공간과 일치되어간다. '브레인팩토리(Brain Factory)', 즉 '두뇌공장'이라는 뜻의 공간 안에서 임자혁은 머리 속 여기 저기 숨어있는 다양한 층위의 상념들을 다시 펼쳐서 지금 살아있는 현재형의 컨텍스트로서 재가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임자혁_구름 속의 뼈_드로잉과 페인팅_브레인 팩토리 설치장면_2005
임자혁_구름 속의 뼈_드로잉과 페인팅_브레인 팩토리 설치장면_2005
임자혁_구름 속의 뼈_드로잉과 페인팅_브레인 팩토리 설치장면_2005

금산갤러리에서 보았던 임자혁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 나는 전시장 벽의 이미지들이 마치 물살을 따라 천천히 헤엄치는 것과 같은 인상을 받았었다. 이미지들이 확고한 완결감을 갖지 않고 자유스럽게 풀어져서 움직이는 듯한 이런 느낌은 어떤 계획이나 틀에 의해 통제 받지 않고 이미지 그대로의 자발성을 존중하려는 임자혁의 작업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지난 해 마로니에 미술관의 『이야기하는 벽』展에서 보여주었던 고무줄 설치 작업에서는 느릿느릿한 바다 속 유영이라기 보다는 좀더 가벼워지고 예민해진 선들이 마치 나비처럼 날개를 펴고 공간을 경쾌하게 점유하는 듯한 느낌이 엿보여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전시에서 중점적으로 드러나는 이미지 역시 이러한 변화의 지점 위에 있다. 이 전시의 중심에는 오래된 표피를 걷어내고 아주 깊은 안 쪽에서부터 새로운 에너지가 용솟음치는 것과도 같은 분출의 이미지가 곳곳에 나타난다. 이전 작업에서 볼 수 없었던 현란한 색채의 사용도 이러한 지각의 변동을 반영하고 있다. 감정의 낮은 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내적 기류의 이 갑작스런 활동은 전시장 전체를 신선한 전환의 기운으로 가득 채운다. 이 이미지들은 어느 지점에서 풍선처럼 커져서 폭발했다가 다시 움츠러들기도 하고, 꼬였다가 다시 풀리거나 응결되었다가 녹는 것을 반복하면서,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이 계속하여 다른 형태로 진화되어 나간다.

임자혁_구름 속의 뼈_드로잉과 페인팅_브레인 팩토리 설치장면_2005
임자혁_구름 속의 뼈_드로잉과 페인팅_브레인 팩토리 설치장면_2005

마치 기상도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러한 이미지들의 이동과 폭발, 분출과 잠잠해짐의 파동들 사이에는 그 파장의 진원지들을 연결하는 여러 가지 망들이 존재한다. 전시장 이곳 저곳을 가로지르는 실선들은 거미줄 같은 망들이 생성되어가는 프로세스를 따라간다. 이러한 망들 사이를 채우고 있는 것은 심각한 내적 변화의 조짐들보다는 매일매일 떠오르는 엉뚱한 상념들과도 같이 일상적이고 단편적인 생각의 파편들이다. 이 파편들은 감정의 큰 파장들 사이를 촘촘히 채워나가면서 내적 기저들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하나의 조직으로서, 그러나 언 듯 보기에는 무작위한 것처럼 연결되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브레인 팩토리의 공간은 벽면 전체를 뒤덮는 세포 덩어리와 같은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그것은 무의식의 심층에서부터 슬쩍 스치는 가벼운 잡념들 같은 의식의 표층에 이르기까지, 임자혁의 무의식과 의식을 포괄하는 다층적인 감정과 상상의 지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공간은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도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계속적으로 덧붙여지고 지워져나가면서, 보다 다양한 머리 속 사건들을 연결하는 '두뇌공장'으로 진화되어 나갈 것이다. ■ 이은주

Vol.20050224c | 임자혁展 / YIMJAHYUK / 任慈赫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