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tic Hanna World

이한나 회화展   2005_0223 ▶ 2005_0301

이한나_무제_종이에 사진 꼴라주_22×27.5cm_2004

초대일시_2005_0223_수요일_05:00pm

성보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14번지 Tel. 02_730_8478

내가 건설한 소우주 현실과 또 다른 현실 사이 시간과 장소가 모호한 상상력의 해방구로서의...판타지 ● 출근시간이 훨씬 지난 시각. 전철 안은 한산하다. 그래도 자리를 못 잡은 난 문 앞에 서서 창 밖을 본다. 4호선은 거의 지하로만 다닌다. 아... 지루하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지만 집중이 안 된다. 다시 넣고 컴컴한 유리문을 통해 전철 안 사람들을 바라보다 언뜻 유리문에서 검은 점 같은 것을 발견했다. 오호~! 심심한데 얼굴에 점을 붙여봐야겠군. 그 점을 기준으로 얼굴을 돌려가며 입 옆에 갔다가 볼에 갔다가 고소영처럼 코에 점을 가져가 본다. 음... 오른쪽 입 꼬리 위에서 45。, 2㎝ 정도 올라간 곳이 가장 괜찮군! 흡족하게 웃어 보인다. 이런... 개인전을 코앞에 두고 이 소중한 시간에 뭐 하는 짓이람. 유리문에서 얼굴을 돌리고 가방에서 수첩을 꺼낸다. 음... 대단한 걸 적어봐야지... 나의 작업은... 정체성이... 상상 속에서 재구성되는... 에이, 도무지 뭐라고 쓰는지 모르겠다!

이한나_앵무새씨의 개인전_종이와 비닐에 아크릴과 유채_112×130cm_2003
이한나_흥!_종이에 유채_33.5×10cm_2004

그 땐 초등학생이었다. 친척집에 놀러왔지만 할 일이 별로 없었던 나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봄바람도 불고 기분이 좋아서인지 어느새 입가엔 'ABC' 노래가 흘러나왔다. "A, B, C, D, E, F, G ~" 노래를 부르니 한층 기분이 업 되는걸~ 급기야 기분에 취에 두 눈을 감고 바람에 몸을 의지한 채 경쾌하게 페달을 굴렸다. 자전거가 공기를 딛고 올라선다 그리고 미끄러지듯 하늘로 올라간다. 나는 하늘로 올라간다... '쾅!' 자전거가 도로에서 보도로 진입하여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얘, 나무가 넘어졌어... 괜찮니?" 머리가 뱅뱅 돈다. 넘어져 다친 곳이 너무 아프다. 무릎에서 피도 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점점 모여든다. 자전거와 함께 바닥에 처박힌 내가 보이지만 일어날 수가 없다.

이한나_자화상_종이에 연필, 유채_32.5×32.5cm_2004
이한나_오후의 아뜰리에_종이에 유채_120×181cm_2004

분명히 눈을 뜨고 있었다. 아마도 그랬다... 떨리는 손으로 얼굴 위를 더듬어 눈을 찾았다. 이마에서 눈썹 뼈를 지나 눈으로... 없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이건 꿈이야, 깨어나자 깨어나! 입이 열리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이건 뭐지? 코에 이상한 것이 달려있다. 믿을 수 없어! 누가 지금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없다면, 차라리 믿게라도 해줘!

이한나_닭인간-먹고싸다_종이에 콘테, 아크릴 채색_15×11cm_2004

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면 내가 앵무새 탈을 쓰고 비웃어 줄게. ● 나는 원숭이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서양화를 그리고 있어. ● 나는 피노키오야 나무에서 인간으로 진행중이지.

이한나_보호대_종이에 연필, 컬러펜, 아크릴 채색_22×16cm_2003
이한나_Space of Face_합판에 핸디코트, 연필, 아크릴 채색_91×116.5cm_2004

문을 열고 들어선다. 여기저기 놓여있는 그림들 어제 빨아놓은 붓 그리고 정신 없이 던져져있는 물건들... 드디어 작업실에 도착했다. 환영한다 이한나. 너의 판타스틱 월드에 온 것을! ■ 이한나

Vol.20050223a | 이한나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