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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회 및 강연회/권진규 작품론 2005_0219 ▶ 2005_0409_매주 토요일_12:00~01:00pm국립현대미술관 경기 과천시 막계동 산58-1 Tel. 02_2188_6000
2004년 신소장품의 의미 / 작가 84명, 작품 150점 신규 소장 ● 근대적 의미의 미술관이 대중들에게 공개된 것은 18세기 말에 이르러서이다. 미술관의 역할은 시대 변화에 따라 확대, 발전되어 왔지만, 가장 오래되고 핵심적인 역할은 소장품의 수집과 보존, 관리였으며,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수집, 보존하고 있는 소장품들은 국가의 운명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프랑스와 영국은 과거 식민 통치와 전쟁을 통하여 세계 각지의 유물들을 수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적인 발전을 일구어 냈다. 반면에 유물들을 약탈당한 나라들은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문화적 발전도 더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한 나라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이나 작품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기에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구 관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그러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떤 방식으로 소장품을 수집, 관리하는가? 우선 세계의 유명 미술관들이나 국내의 사립 미술관과는 차별화 되는 컬렉션 즉, 20세기 근·현대 한국미술의 흐름을 꼼꼼히 일괄할 수 있는, 미술사적인 작품을 소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유형의 작품을 확보한다는 의미 이외에도, 한국 현대미술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 당대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도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은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중장기 작품 수집 계획에 따라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정립시킬 수 있는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잘 보여 주는 작품도 함께 수집하고 있다. 이처럼 국립현대미술관은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전문적인 소장 정책을 세우고, 이에 따른 정확한 실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 이번에 개최하는 『신소장품 2004』展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지향하고 있는 작품 소장 정책의 기본 방향이 무엇이며, 소장한 작품들을 어떻게 연구, 보존, 활용하고 있는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미술관의 핵심적인 전시 중 하나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작년 한 해 동안 작품을 구입한 예산은 52억원이었다. 작품 구입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술관 학예연구직들로 구성된 수집작품추천회의가 6회 열렸으며, 외부 전문가 심의위원회의가 3회 열렸다. 총 수집 작품은 150점이며, 작가 수로는 84명에 이른다. 이 중에 미술관이 구입한 작품은 115점이며, 기증을 받은 작품은 35점이다.
공예, 사진, 뉴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 수집 ● 미술관이 구입한 작품들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전통적 미술 장르인 한국화, 회화, 조각이 117점으로 전체 소장품 중 78%나 차지하고 있다. 현대미술이 미디어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실험적 미술로 홍수를 이루는 것과는 다른 결과이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술사적인 연대기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근·현대 작품의 수집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이러한 미술사적 작품을 수집함은 물론이고, 당대의 미술 현상을 반영하는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와 함께, 실험적인 현대미술 작품들의 연구와 수집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은 앞으로 이러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 소장 작품의 특성을 분야별로 살펴보자. 한국화의 경우, 20세기 초 근대기 마지막 화원 화가인 안중식과 그의 제자 이도영, 초상화의 대가 채용신과, 남종산수의 종가를 이룬 허백련과 허건 등, 한국화 초기 대가들의 작품이 소장되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근대기 한국화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현대 한국화로는 원로와 중견 작가들의 작품이 고루 수집되었다. 김천일의 작품 「월비마을」(1992-93)은 2년여에 걸친 철저한 사생과 현장 작업을 통해 완성한 병풍 형식의 작품이다. 목포 월출산을 600호의 큰 화폭에 담았는데, 생명력 넘치는 사실적 묘사로 월출산의 거친 산세를 표현해 수묵화의 힘을 보여 준 수작이다. 정종해의 「백두산 천지」(2002)는 추상표현주의적인 먹의 운용을 통해 천지의 웅장한 모습을 거대한 화폭에 표현해 내고 있다. ● 회화의 경우, 장리석, 이병규의 등의 작품을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 이 작품들은 이인영의 「만하(晩夏)」(1967)와 함께 국전 풍의 사실주의 회화를 연구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한국근대미술의 천재화가 이인성의 초기 수채화 「아네모네」(1920년대 후반)와 월북화가 임군홍의 「중국인상」(1940년대)이 소장되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시선이 반영된 서용선과 김정헌, 일상의 한 단면을 극사실로 묘사한 김홍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를 보여 주는 안창홍과 이흥덕의 작품도 수집되었다. 이재삼의 「저 너머」(2003)는 단순한 극 사실 정물회화와는 구분되는 새로움이 있다. 즉, 목탄이라는 재료의 식상함을 망각시키는 화면의 크기와 중세의 극사실 판화를 마주하는 듯한 신비감을 통해 사실주의 회화의 매력을 보여 준다. 특히 이우환의 초기작품 「무제」(1960년대 초반)는 몬드리안의 초기 추상화를 연상케 하는, 수직과 수평이 결합된 화면을 통해 점, 선 시리즈 연작의 시초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의 후기작 「새」(1963)도 수집되었다. 이 작품은 두터운 질감의 화면 위에 가는 선으로 묘사된 두 마리의 새가 마주하고 있는 형상으로, 고분 벽화와 같은 느낌을 주는 박수근 회화의 정감 있는 양식적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에 미술관이 개최한 기획전을 통해 국·내외 작가들의 주요 작품들도 다수 소장되었다. 『평화선언 2004-세계 100인 미술가』展에 참여했던 안토니 타피에스(Antoni Tapies)와, 피에르 슐라쥬(Pierre Soulages), 폴 레베롤(Paul Rabeyrolle), 아르놀프 라이너(Arnulf Rainer) 등 유럽 대가들의 작품이 소장품 목록에 포함되었다. 스페인 화가 안토니 타피에스는 두터운 마티에르의 추상회화로 국내 작가들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던 작가였다. 이번에 소장한 (1998)는 인간의 폭력성을 섬뜩하게 드러낸 충격적 이미지로 19세기 고야의 전쟁 판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 타피에스 특유의 풍부한 재료적 특성이 잘 드러난 대작이다. ● 『일상의 연금술』展에 출품했던 김범, 노상균, 이동욱, 정소연 등의 작가들은 현대미술의 한 특징인 일상의 오브제를 이용한 유머러스한 작업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동욱은 스컬피(Sculpy)라는 모형 재료를 이용하여, 대량생산된 일반 상품의 포장지와 정교한 미니어처 조각을 절묘하게 섞어 놓는 작업으로 최근 미술계와 관객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신인이다. ● 조각, 뉴미디어 분야에서는 각종 국제 비엔날레 등에 참가하여 호평을 받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견작가 이불과 서도호의 작품이 소장되었다. 이로써 관객들은 국제 미술계에 위치한 한국 현대조각의 위상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이불은 노래방이라는 한국 특유의 대중 문화적 특성을 작품화해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소장한 이불의 「영원한 삶」(2001)은 노래방 작업을 미래형 자동차 이미지로 확장시킨 작업이다. 서도호는 현재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서도호의 「바닥」(1997-2000)은 인종과 성별을 대표하는 6종류의 플라스틱 인물상이 수많은 군중을 이루어 유리판을 받치고 있는데,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의 상호 소통 문제를 탐구하는 그의 작품 경향을 잘 보여 준다. ● 공예 분야에서는 지난해 말 개최된『올해의 작가 2004-김익영, 윤광조』전을 계기로 한국 현대 도예사에 큰 흔적을 남긴 두 작가의 대표 작품들이 구입과 기증을 통해 소장됨으로써, 미술관 현대도예 컬렉션의 부족함을 다소나마 채워 주었다. 또한 다양한 형식 실험을 통해 현대 한국화의 지평을 넓혔던 박래현의 태피스트리 「작품」(1970)이 수집되었다. 이로써 경매를 통해 구입된 그의 판화 작품들과 함께 박래현의 시기별 작품 경향을 상세히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 사진 분야에서는, 독일 지역의 특색 있는 가옥과 산업시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하여 독일 현대사진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렸으며,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토마스 루프(Thomas Ruff)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을 길러냈던 베른트, 힐라 베어(Bernd & Hilla Becher) 부부의 작품이 수집되었다. 또한 미술관과 도서관 등의 공공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칸디다 회퍼(Candida Hofer)의 사진 작품도 소장되었다. 국내 작가로는 우리 시대의 풍경과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수를 보여 주는 강운구와 정주하의 작품이 수집되었다.
작품 기증 활성화 필요 ● 한국 현대조각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권진규의 작품 10점과 잊혀진 요절한 화가 손상기의 작품 12점이 유족들에 의해 기증되었다. 유족들의 이러한 기증은 미술관 소장품을 더욱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미술사적, 역사적 공백을 메워 주는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에 기증된 권진규의 작품들은 1960-70년 전성기의 작품들로, 먹 드로잉과 테라코타, 건칠, 화강석, 대리석 등 다양한 재료의 인물과 동물 형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진규는 이상향을 동경하는 독특한 구상 조각으로 한국 현대조각을 풍성하게 했다. 이번 기증으로,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었던 그의 대표작들과 함께, 그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 척추 장애라는 신체적 결함과 열등의식을 작품에 투영시킨 요절 화가 손상기는 1980년대 급격히 발달하던 거대 도시 서울을 「공작도시」 시리즈로 표현했다. 그는 도시의 화려한 외면에 감추어진 소외된 인간들의 육체적, 심리적 불안을 예민한 감각으로 묘사해 냈다. 그 외에도 독일 작가 고타르트 그라우브너(Graubner, Gotthard)와 알폰소 휘피(Huppi, Alfonso) 등 해외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되었다. ● 지난해 미술관이 기증 받은 작품은 총 35점으로 전체 수집 작품 150점의 23%이며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이는 다른 해에 비해 큰 규모의 기증이 줄었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미술관들은 작가와 유족, 개인 소장가들의 기증으로 상당수의 우수한 소장품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작품 기증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풍토와 미술 작품이 공공의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 내려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어 훌륭한 작품들이 미술관에 기증되길 기대해 본다. ●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총 5,404점이다. 해마다 신규로 소장된 작품들은 정확한 실측과 촬영, 이력 정리 등의 등록 과정을 거치며, 보존 과학 처리를 마친 후에 수장고에 영구 소장된다.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미술사 연구 및 교육 자료로 활용되며, 상설 및 기획전시를 통해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또한 국내외 주요 미술관의 전시에 대여되거나, 미술관이 개최하는 해외 순회 특별 기획전 등을 통해 한국 근·현대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이추영
Vol.20050208b | 신소장품 2004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