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자-외자(內自-外自)

김도명_진형주展   2005_0202 ▶ 2005_0208

김도명_book-real_책, 씨앗, 흙_6×50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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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202_수요일_05:00pm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2-2번지 Tel. 02_733_9040

사람은 태어나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면서부터 순수한(본질적) 자아와 기표화된(사회적) 자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자아 정체성을 찾아간다. 빌렘 플루서는 태초 이래로 인간 문화의 두 가지 대립되는 전환점을 기원전 2000년대 중반 무렵 완성된, '선형문자'의 발명과 현대 기술의 산물인 '기술적 영상'의 발명으로 보며, 이는 '문화가 자신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려 했는가'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던진다. 언표와 기술영상은 우리의 순수한 자아를 기호화된 기표 속에 가두고, 그것을 다시 시공간 속으로 환원시켜 재투영 시키는('상상력'이라는 능력을 거치는) 과정에서 순수한 자아와는 다른 모습의 자아를 발견하게 한다. 한계를 가진 기표로 정의된 자아와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자아는 순수한 자아와 거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번 전시의 두 작가는, 사회화된 자아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들이다.

김도명_美_조정검토_신문, 흙, 씨앗_35×60×27cm_2004
김도명_초록의 꿈을 꾸다_흙, 철가루, 유채_100×180cm_2005_부분
김도명_book-왈(曰)_책, 씨앗, 흙_21.5×32.5×5.5cm_2004
김도명_기원1, 2, 3_책, 씨앗, 흙_27×28×14cm×3_2004

먼저 김도명은,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자아로 대변되는 식물들이, 작가자신의 분신이 되는 듯,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무수히 많은 언표들로 이루어진 책, 신문 등의 -의심할 여지없는- 텍스트들 속에서 식물들은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는 식물이 몸담고 있는 텍스트들의 배열을 자의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기존의 그 텍스트가 가지는 의미를 재생산하고, 식물을 지시하는 단어를 찾아 표시해 둠으로써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층화되어 있고, 조직화 되어 있으며 유기화 되어 있는 사회의 틀들을 지워 나가며 더 다양하고 새로움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작업이다. 이것은 작가가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있음이며 한계를 가진 언표들로 표현되어지는 자아의 모습 또한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음이다. 하지만 작가는 동시에 텍스트의 세계, 즉 우리가 살고 있는 기표화 된 세계를 벗어나서는 살 수 없음도 알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과정 즉,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또한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진형주_나나나_종이 캐스팅_108×72cm_2004
진형주_떠내다_실리콘, 에폭시 캐스팅_91×81×71cm_2004
진형주_뒤엉키다_에폭시, 레진, 유채_90×80×70cm_2004
진형주_나_캐스팅에 유채, 에폭시, 레진, 실리콘_29×22×16cm_2004
진형주_뒤엉키다_목판_75×98cm_2004

이에 비해 작가 진형주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아들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 안에 존재하는 내적 자아들은 다면성을 지니며 서로의 모순 관계 속에서 뒤엉켜 있다. 작가는 자아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하나 순수한 작가의 자아는 사회화된 자아의 모습들, 즉 자신의 본질이 기표화 되면서 사회적으로 자리한 자신의 모습들과 함께 갈등하고 있다. 사회의 타자의 시선들로 만들어진 자신의 본질은 '기표화' 되어 자신을 구성하고 있지만, 이미 '기표화' 과정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모습이다. 그 한계 속에서 갈등하는 자아는 서로 하나가 되지 못하고 다양한 자아의 모습으로 커다란 하나의 동체를 구성한다. 진형주 작가의 작품에는 이러한 다양한 자아의 모습들이 하나의 자아를 이루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진지한 자아 탐구의 과정은 오늘날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놀이, 게임, 사건 위주의 작품들 속에서 또 다른 감상의 폭을 보여주고 있다. ■ 차예지

Vol.20050206a | 내자-외자(內自-外自)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