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5_0119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노현정_박기묘_신지선_오상열_오진선_이윤진_전은숙_장승현_함수연
김진혜 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2,3층 Tel. 02_725_6751
우리는 모두 생활을 영위한다. 매일, 매일을 살아나간다. 비범하고 싶어 하는 미술가들 역시 한 명의 생활인으로서 그 반복되는 삶-반복되기에 진부하고 통속적인-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생존하기 위하여 견뎌내야 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생활의 저편』展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바로 이러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 생활이 회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의미를 캐내기도 만만치 않은 것이라면, 어쩌면 그저 즐기는 것만으로도 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생활의 즐김이란 희희낙락하면서 일상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수동적으로 맡기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생활의 저편'전의 작가들은 오히려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대상들을 자기 식대로 낯설게 바라보고 어루만진다. 사적인 감수성이 현실을 필터링(filtering)하고 샘플링(sampling)한다. 이러한 태도는 삶의 한 단면을 치열하게 파고 들어가 현실에서 은폐된 어떤 의미를 드러내려는 리얼리즘적인 노력과도 다르다. 이 작가들에게 현실이란 고고학적 발굴의 대상이 아니라 놀이터다. 어린 시절, 공터에서 별것도 아닌 물건들을 찾아내고 상상의 나래를 펴듯이 현실의 거죽 위에서 뒹굴고 조물락거린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생활의 '저편'을 꿈꾼다. 눈뜬 채로... ● 그러나 『생활의 저편』展의 작가들은 '저편'을 꿈꾸면서도 현실과 연결된 끈을 놓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저 멀리 피안의 영역으로 초월하거나 환타지의 세계로 도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기보다는 발 밑을 내려다보려고 하면서도 단지, 일부러 또는 어쩔 수 없이 현실에서 미끄러질 뿐이다.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 작가들은 '생활의 저편'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하여 자신의 생활에서 비롯된 작품들을 선보일 것이다. 공통된 슬로건 없이도-왜냐하면 각자의 삶은 너무도 소중해서 쉽게 묶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각각 다른 현실이 각각 다른 변환과정을 통하여 드러나는 그 작품들은 우리의 지리멸렬한 삶에 대응하는 새로운 예술적 태도를 환기시켜 주게 될 것이다. ■ 생활의 저편
굴러다니며 두리번거리다 문득 평소에 관심이 없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평소와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이 생긴다. 공간을 한 꺼풀씩 벗겨서 펼치고, 요리조리 눈을 굴려가며 맞춰보기 시작한다. 만지고 있는 듯한 기분을 즐기며 하나씩 나열한다. 익숙하게 생각했던 물건들에게서 다른 면모를 발견한다. 윗층과 아래층을 이어주는 계단. 올라갈 수 도 있고 내려갈 수 도 있다. 둘 중에서 어느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 노현정
한때는 나를 보호해주었던 신체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하찮은 쓰레기로 전락되는 머리카락은 어쩌면 변해가고 버려져 가는 내자신의 일상의 단편일지 모른다. 작업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씩 이어가면서 그렇게 외면되는 본인의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연결시키는 시간의 끈이자 일상의 쌓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머리카락은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기도 하는데 작업의 과정은 마치 작은 화분에 있는 화초를 키우는 것처럼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생명이 있는 존재처럼 내가 관심을 갖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거나 소멸해 버리기 때문이다. ● 오늘도 나의 작은 일상이 되어버린 머리카락 드로잉은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는 죄책감과 초조함으로 나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 박기묘
인간은 자신의 삶의 과정들을 지구라는 이 도화지에 기록해왔다. 문헌이나 건물들로 비춰지는 과거의 우리들은 자신의 뿌리나 문화를 얘기해주고 있으며, 그 문화재의 가치는 실로 엄청나게 커져버렸다. ● 시간은 인간의 행동들과 결과에 가치를 만들어주었다. 그 가치를 이용하여 국가 혹은 지역은 이익을 생성하기에 이르렀으며, 자신들의 문화와 지역의 특이한 자연 광경에 대해 광고를 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얻으려 노력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나라와 지역들은 특징들을 만들어내는데, 힘을 기울였으며, 좀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변형을 가하기도 하며, 몇 가지의 다른 거짓들을 지어내기도 한다. 그것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행동으로 생각 되어야 하는가? ● 관광 가이드를 통한 한껏 포장된 내용의 이야기들은 관람객의 귀와 시선을 자극하며, 무언가의 특징적인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거짓과 진실이 확정되지 않은 언어들을 우리는 우리가 아는 곳이 아닌 타지라는 이유로 무심코 그냥 믿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 사실과 픽션의 끝에서 우리는 어떠한 것이 기대고 느끼고, 바라봐야 하는가. ■ 신지선
나의 그림의 주제는 크고 사회적인 이야기보다는 중심에서 벗어난 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이다. 매일 접하지만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지나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의 작품의 중심이야기로 끌어 내보고 싶었다. ● 매일 사용하는 물건, 먹는 음식, 내가 무심코 버린 봉투,,,이모든 것들이 그날의 기분에 따라, 놓여진 위치와 장소에 따라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어떤날은 따스하게 또 어떤날은 우울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느낌을 매일 일기를 쓰듯 그림으로 담아보았다. ■ 오상열
도시에 날아든 비둘기가 다리 밑에 둥지를 틀 듯, 도시 아스팔트에 물 한 동이 길어다 붓고, 주변에 살고 있는 들꽃들을 가져와 띄우고,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 꺼내어 넣고 소원을 빈다. ● 아스팔트 연못은 거대한 분수, 도시계획이 아니더라도 도시인들이 즐거울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 오진선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경험에 부딪히게 된다. ● 모르는 사람들. 낯선 환경. 해내야만 하는 임무. 흘러가는 시간, 새로운 것을 대하는 마음이 즐겁고 설레이면 좋으련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 아직 갈길이 멀고 먼데도, 금새 위축되고 자신도 없어지고 쉽게 좌절하는 법부터 배워버린다. ● 우리는 언제쯤 각자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수 있을까, 그런날이 정말 올까? ■ 이윤진
노래방에서 쇼파에 비친 모습이 참 아름답더라... ■ 전은숙
어두운 풍경에서 어떤 빛에 의해 번뜩이는 빗방울들은 보석처럼 빛나고, 때로는 세계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비춰주는 것이었다. ● 무엇이든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며, 특별하지 않은 것들도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듯 하다. ■ 장승현
김선생님_봄에 진달래가 슬퍼서 눈물이 났어요. 이상하죠? / 왜 진달래가 슬퍼 보이지? 철쭉은 안 그런데... / 나_아마 진달래는 순한 꽃이니까요. 아기진달래... / 김선생님_생각해보니 아직 연두색이 보이지 않을 때 진달래가 마른 땅에 피어서 그런거 같아요. / 나_맞아요. 철쭉은 화장 진하게 한 여자 같아. ■ 함수연
Vol.20050116a | 생활의 저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