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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구영모_권옥연_김태곤_데비한_박은선_백철수_송은영_송필용_신상호 안규철_올리버 그림_유재흥_윤석남_이강소_이승아_정종해_최태훈 최호철_하동철_한지선_홍성담_홍순명_홍승남_홍승혜_황혜선
큐레이터_서민석 / 기획보조_권경아 / 인턴_설현정_한정희
주최_예술의전당
전시설명_전시기간 중 매일 02:00pm/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매표마감_06:30pm 휴관일_2004_1227_월요일/2005_0131_월요일
입장료 일반_5,000원 / 초, 중, 고생_2,000원 일반 단체(10인 이상) / 초, 중, 고생 단체(10인 이상)_1,000원 예술의전당 회원_2,500원 / 유치원 단체, 경로우대증 소지자_1,000원 장애인, 국가 유공자, 부모동반 미취학 아동_무료 단체관람문의_Tel. 02_580_1300/02_580_1523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번지 Tel. 02_514_9292
구성 & 중심 : 현대미술에 한 발 더 다가서기 ● Ⅰ. 눈이 반응하는 '움직임'과 미술작품의 '구성' ● 『구성 & 중심』은 우리가 미술작품을 보면서 "균형감이 있다." 혹은 "뭔가 균형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하다."와 같은 물리적으로 아무런 이동도 없는 형태에서 왜 시각적으로 운동감을 느끼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작품에서의 형태는 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달리는 말을 그린 그림을 보면 마치 실제 달리는 것 같은 역동성을 지각한다. 또한, 쐐기모양이나 사선을 보아도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이와 같이 물리적으로 운동이 없는 그림에서 운동을 지각하는 심리적 반응의 성격과 그 원인은 무엇일까? ● 이에 대해 경험론자들은 관찰자가 연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과거에 본 일이 있는 운동대상의 운동성을 지각대상에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움직이는 대상을 동일한 조건하에서 그린 그림들 중 어떤 그림은 역동적인 효과를 잘 나타내지만 어떤 그림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 이에 대해 세련된 경험주의자들은 앞의 이론을 수정해서 내놓았다. "운동 반응은 대상 그 자체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된 대상의 형, 방향, 밝기 등에 기초한다."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쐐기형, 비스듬한 방향, 변화하는 표면 등의 지각 특성을 사용해서 보여주는 그림은 운동의 인상을 준다. 그러나 같은 대상에서도 그와 같은 지각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그림에서는 대상이 굳어 보인다. 그리고 쐐기형의 형태는 활이나 보트를 상기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역동성을 갖는다. ● 따라서 미술작품에서 "무엇이 행해지고 있다."라는 사실에 기초한 경험론자들의 가정은 그림의 지각에 아주 작은 영향밖에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작품에 있어서도 본질적인 것이 아니므로 관찰자가 상상력을 발휘해 환상을 느끼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운동 반응을 느끼는 것은 원래 지각 현상 속에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동적인 패턴을 인식하는 것은 지각이 갖는 기본적 특질 중의 하나다. ● 결국, "미술작품 속에서 형과 색이 움직인다."라고 하는 역동성은 그것이 움직이는 생물을 표현했건 움직임이 없는 무생물을 표현했건 간에 표현된 자극 패턴에 의해서 지각되는 지각 인자인 셈이다. 그러므로 쐐기형이나 사선과 같은 형태에서도 역동성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작품에서 역동성을 강하게 유도하는 주요 요인들로는 시각의 초점이 있는 부분만 선명해 보이는 시각의 선택성과 중력에 의해 상하가 다르게 보이는 비등방성을 꼽을 수 있다. ● 이러한 역동성은 대상의 성격을 규정짓는다. 부연하면 역동성이 대상이나 '사건(event)'에 성격을 부여하고 그 역동성을 가진 대상이 그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역동성은 작품에서 지배적인 중심을 둘러싸고 조직화되어 중심적인 경향을 갖기도 하고, 여러 개의 중심을 갖고 서로 밀고 당기는 탈 중심적 경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따라서, 모든 미술작품은 역동적인 가치의 척도 위에서 구상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몇 가지 요소는 수직이나 수평, 대칭적인 형, 또는 중앙에 위치한다는 등의 수단으로, 운동의 제로 수준(zero-level)이라 불려도 좋은 것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요소들일지라도 역동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조용함이란 운동을 제약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 이상을 종합해 볼 때,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시각 대상들은 역동적 경향을 갖는다. 이러한 경향의 원인은 사물들 간의 크기와 방향을 가진 모든 자극 형태에 대해 심리적인 역동성을 야기하는 것이 선천적인 지각의 고유한 성질이라는 점에 있다. 여기에 "두 눈이 한눈을 통해 볼 때보다 입체성을 갖는다."라는 점이 이러한 역동성을 강화시킨다. 이처럼 '보는 것'에 심리적인 역동성이 있음으로써 이러한 성질에 의해 우리가 보는 작품의 형태에서 그리고 대상들 간의 상호 관계에서 '움직임'을 지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작품의 형태들이 '합해진다.'라고 하지 않고 '구성된다.'라고 하는 개념을 낳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지각의 특성인 역동성은 작품이라는 것이 작가의 의도를 미적 관계의 맥락에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때 작품 구성에서 불가결한 요건이 된다.
Ⅱ. 작품 구성의 요건이자 기준인 '중심' ● 우리는 미술작품의 형태들이 단순히 배열되어 합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각에서 여러 형태의 지각적 힘들에 의해 구성된다는 것을 검토했다. 이는 우리의 시지각이 단순히 물리적 세계로부터 나온 자극을 수동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이해하는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이러한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문제를 짚어볼 차례다. 이 글의 전개상 Ⅱ장에서는 구성에서 중심이 차지하는 역할과 개념을 살펴보고 Ⅲ장에서는 구성과 중심 간의 관계를 전시의 소주제별로 다루어봄으로써 구성 원리에 대한 문제를 풀어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문화적 혹은 개인적 성향에 대한 부분은 제외할 것이다. 이는 객관적으로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원리를 파악해 보는 것이 이번 전시와 이 글의 기본 취지이기 때문이다. ● 전시는 작품구성에서 기본인 그림 틀이나 조각의 윤곽과 같은 테두리에서부터 구성을 결정짓는 구조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전시구성은 중심(center)을 주요 축으로 해서 전개된다. 그 이유는 중심은 어떤 테두리에서건, 어떤 크기의 형태건 상관없이 시각적인 모든 형식구조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구성문제를 다룰 때 중심을 제외하고 다룬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일반적으로 인간의 정신은 물리적, 유전적 그리고 심리학적으로 중심적인 경향을 갖는다. 이러한 경향은 작품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나타나는데, 이것이 중심집중적 체제다. 이 중심집중적 체제는 하나의 강력한 중심 주변에서 조직화된다. 여기에서 중심은 단순히 위치의 한정에 머무르는 수리적 개념의 '중앙'과는 구별되며 생리적, 심리적 특성들을 수용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 개념으로서 지각 자극을 일으키는 일체의 형식 요소들에 의해서 구축된다. ● 그리고 공간상에서 물체가 둘 이상이 존재할 때, 한 물체의 중심은 지각 특성상 다른 물체의 중심을 인정해야만 하는데, 이러한 가운데 서로 반응하면서 어디에 중심을 두어야 할지 확실치 않을 때 등장하는 것이 탈 중심적 체제다. 여기서 중심적 체제의 전형을 '원'으로 본다면 탈 중심적 체제의 전형은 '격자'로 볼 수 있다. ● 작품의 공간 구성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심적 체제'와 '탈 중심적 체제'의 두 공간체제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작품에서 이러한 두 가지 체제는 각기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상의 공간경험에서와 같이 상호 관계를 통해 나타난다. 이때 작품 공간이 다소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어서 전반적인 구조를 결정짓고 총체적인 통일성을 위해 요청되는 것이 균형 중심이다. 이러한 균형 중심은 Ⅰ장에서 다룬 심리적인 역동성이 작용하여 모든 힘들이 상호작용하여 설정된다. ● 한편, 균형 중심이 설정되는 데에는 보이는 힘들부터 보이지 않는 힘들까지 서로 완전을 지향하는 가운데에서 만들어지는 '항상성'도 동시에 요구된다. 항상성은 마치 자전거를 탈 때, 신체의 동적 감각에 반응하여 평형을 이루는 것과 같다. 가시세계에 놓여 있는 사물의 안정성에 대한 이 확신은 우리의 언어 구조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따라서 시각 예술의 모든 요소들은 시각적 특징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전달해 주기 때문에 '항상성'의 상태로 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항상성은 역동성과 함께 구성에서 중심들 간의 밀고 당기는 힘들을 조정하는 균형 중심이 설정되는 데 있어서 기반이 된다. ● 이처럼 하나의 중심을 강조하는 중심적 경향보다 여러 개의 중심이 있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균형을 이루는 경향이 강한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이 기본적으로 수직과 수평을 기본 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시각 구조상 보이는 모든 대상을 동시에 수용하지 못하는 시각의 '선택성', 공간의 비등방성, 사선과 같은 탈 중심적 벡터들 등이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 요컨대, 중심의 성격은 공간적 체제에 따라 하나의 중심을 강조하는 경우와 공간이 서로 균등하게 분할되어서 여러 개의 중심이 존재하는 경우, 그리고 공간구성에서 상대적으로 한쪽 패턴에 우위성을 부여함으로써 필요한 위계성을 제공하여 생기는 균형 중심의 경우 등으로 정리된다. 이처럼 구성에서 중심은 구조적 틀을 짜는 요건이자 작품 구성의 맥락을 결정짓는 기준 역할을 한다.
Ⅲ. '구성'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심부름꾼. ● 이번 전시는 작품을 이루는 조형요소들 간의 역학관계를 구성의 기본 요건인 '중심'을 통해 다룸으로써 작품의 의도가 어떤 형식원리로 표현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Ⅰ장에서는 작품에서 인식되는 역동성의 원인을 검토해 봄으로써 구성 개념을 확인하였고 Ⅱ장에서는 작품 구성에서의 중심의 의미와 그 역할을 검토해서 중심이 구성의 요건이자 기준이 되는 이유를 확인하였다. ● 지금부터는 실질적으로 작품구성이 어떠한 원리로 이루어지는지를 전시를 구성하는 세 가지의 소주제를 통해 살펴보자. 전시는 세 가지의 소주제인 '테두리와 중심', '균형과 중심', '구조적 주제와 중심'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이러한 구분은 중심이 기본적으로 테두리에서 비롯된다는 점과 미술이 근본적으로 균형의 제시라고 볼 때 균형의 형성과정에서 중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점, 그리고 작품의 구조적 주제에 의해 중심이 결정된다는 점 등에 기초한다. ● '테두리와 중심'에서는 테두리와 중심 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부문으로 '중심의 강조', '탈 중심화', 총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테두리에 의해 공간을 둘러싸는 것은 공간을 제한하여 공간의 힘을 특성화시키는 것으로 구성의 한 부분이자 기초가 된다. 따라서 테두리는 작품의 내용과 한계를 결정하면서 중심 형성의 근원이 된다. 또한, 테두리는 테두리 내부의 장(場)뿐만 아니라 테두리 주위에도 영향력이 발휘되어 외부로 그리고 내부로 도달하려는 긴장이 축적된 장들을 형성한다. 이러한 이유로 테두리는 중심성과 탈 중심성을 제시하여 구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중심의 강조'에서는 앞에서 다룬 바와 같이 중심 집중적 경향들로서, 힘들이 발생하고 수렴하는 것으로 중심을 정의하여 우주원리와 같은 자체 중심적인 양식을 보여준다. 테두리의 특성에 의해 중심이 강조되는 경우들을 출품작들의 경향을 통해 살펴보자. 원은 전형적인 중심집중적 체제로 중력의 영향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로부터도 분리되며 구조상 역동성은 느낄 수 없다. (최태훈, 올리버 그림) 정사각형은 원과 같이 중심 대칭적이나 수직과 수평에 의한 구조화된 환경에 정착된다. (구영모) 직사각형은 중앙을 둘러쌈으로써 중심성을 만족시키지만 수평, 혹은 수직축이 강조되어 벡터의 왕래가 자유롭다는 특성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직사각형을 테두리로 하면서 매듭을 통해 벡터의 왕래를 차단하고 중심성을 강화한 경향을 볼 수 있다. (유재흥) 이 밖에도 중앙 원근법의 소실점을 통해 중심이 강조되는 경우(한지선)와 빛의 강한 효과를 이용한 중심 집중적 경향(하동철)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테두리의 속성에 따라 중심은 변하지만 형태 요소인 볼륨(volume)이나 벡터들(vectors)의 집합인 절점(nodes)을 통해 중심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 탈 중심화에서는 하나의 중심을 거부하고 여러 개의 중심을 갖거나 혹은 수직선, 수평선, 사선 구조를 통해 집중되는 것을 해체하는 탈 중심적 양식을 보여준다. 일상공간에서와 마찬가지로 작품공간에서도 하나의 물체만 존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사물들 간에 서로 중심을 인정하고 서로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것이 탈 중심화다. 출품작들은 이러한 탈 중심화를 잘 드러낸다. 그림 틀과 내용이 한 공간에서 별개로 존재하는 작품(송은영)과 공간의 기본 틀이라 할 수 있는 바둑판 모양의 구조인 '격자'형을 보여주는 작품들(김태곤, 이승아, 신상호), 그리고 상하 간의 비대칭성을 만들고 위계를 강조하는 수직성을 이용한 작품(송필용), 동질적이며 확장이 강조되는 수평성을 이용한 작품(홍순명), 수직과 수평에서의 이탈로 긴장감과 역동성을 일으키는 사선을 이용한 작품(안규철) 등이다. ● '균형과 중심'에서는 "구성은 작품의 중심 주변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만들어져야만 되는 시각적인 무게 분포와 관련된다."라는 입장에서 균형과 중심 간의 관계를 살핀다. 시각적인 무게를 갖는 것은 볼륨과 벡터 그리고 절점 등이다. 시각은 직관적으로 작품 전체를 시각적으로 무게를 느끼게 하는 자극 패턴에 의해서 파악하기 때문에 작품의 구조를 파악하게끔 하는 질서와 균형은 작품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요구된다. ● 감상자가 전체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또 그 구조를 세부적으로도 분류해 이해할 수 있을 때, 그 구조는 질서가 있다고 여겨진다. 질서는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른지, 어떤 것이 관련이 있고 어떤 것이 이질적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어떤 구조적 특질이 지배적이고 어떤 것이 종속적이 되는지를 판가름해 주는 위계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질서있는 형태는 대립적인 힘들의 균형을 통해서 나타난다. 균형은 모든 요소들이 상호 간에 복합적으로 결정되며, 작품 구성에서 그 각 부분은 '필연적인 결속'으로 나타나 보인다. ● 균형은 소수의 조형 요소들에 의해서 형성되기도 하지만 여러 개의 조형 요소들에 의해서도 형성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몇 개의 선과 볼륨들에 의해 형성되거나(이강소, 백철수) 여러 선으로 이루어진 절점들 간에 발생하는 인력들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정종해), 대칭과 유사성에 의하거나(홍승혜, 홍승남), 중첩에 의한 부분적인 시각적 소멸을 통해 나타나는 긴장감을 이용하거나(황혜선) 혹은 색채가 갖는 성질과 대상 그 자체의 '내용'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 나타나는 경우(권옥연) 등이 전시된다. ● '구조적 주제와 중심'에서는 작품구조를 좌우하는 주제와 구성상의 중심이 어떻게 관계지어지는가에 대해서 살펴본다. 미술작품은 경우에 따라 많은 메시지를 담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서 확장되거나 대형화된다. 이러한 작품들이 우리에게 또 다른 쾌(快)를 유발시키는 근거는 미적 쾌를 부르는 것이 근본적으로 "신경계로부터 최대의 에너지량"을 이끌어내는 적절한 정신적 능력들의 왕성한 활동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작품 구성에서도 존재하는 다양한 시각적 자극들은 각기 따로 읽혀지는 것이 아니다. 눈에 미치는 자극 정도에 따라 시각을 이끄는 주요 축이 형성되고 그 축을 통해 전체가 구조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시지각의 특성이 이처럼 시각의 범위를 넘나드는 작품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자극 조건들 중 최대의 질서 상태를 구한다는 점이 작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처럼 질서 상태를 야기하면서 작품의 의미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구조적 주제다. ● 구조적 주제는 곧 중심의 실현으로서 시각적인 균형에 의해서 해독되고 정적인 형태들의 배열이 아닌 힘들의 유희로서 작품에 역동적으로 내재한다. 이는 시지각상의 '역동성'에 의해서 자극 요소들 간의 균형이 단순히 정지 상태가 아님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균형이 나타나는 과정에서의 시간성은 관객의 연속적인 관찰행위에서 비롯된다. 특히 탈 중심적인 체제에서 더욱 그러한데, 감상자의 주의력의 중심은 연속되는 각 에피소드의 개별적인 중심들에 중요성을 순간순간 부여하고, 그 중요성의 순간들을 그림 전체의 구조로 쌓아올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림 요소들의 이미지의 부분들은 중심으로 수립되어 그림 장면의 구조적인 기반이 된다. 이번 출품작들(홍성담, 데비한, 최호철, 박은선, 윤석남)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담고 있으나 감상자의 시각을 고려한 일련의 구성을 통해 구성의 본질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출품작들은 부분들을 관찰하면서 남은 흔적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게끔 조직화되어져 있다.
지금까지 작품의 기본 요인인 중심을 통해 "작품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한 문제를 총 3장에 걸쳐 다루었다. 이상에서 중심은 단순한 '중앙'의 차원을 넘어 구성상 제기되는 역동성과 항상성 간의 연속성의 기준이 되는 '균형 중심'과 연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의 틀을 정하는 부분에서부터 작은 점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들의 표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별개로 존재하면서 의미성을 가진다기보다는 구성적 차원에서 야기되는 중심이라는 기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요컨대, 이번 『구성 & 중심』은 우리에게 작품의 중심은 그 중심 그 자체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테두리에서부터 구조적 주제에 이르는 모든 작품 구성요인들과 연계되며 또한 이러한 구성요인들과 중심이 제대로 관계지어질 때 비로소 감상자는 작품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 준다. 따라서 이번 전시가 그동안 작품을 막연하게 보아오면서 다소 의문시된 "미술작품의 구성"에 대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앞으로 다양한 현대미술작품의 해석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 서민석
Vol.20041225c | 구성 & 중심-예술의전당 특별기획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