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IMF

책임기획_윤재갑_이주현   2004_1230 ▶ 2005_0130

이용백_Stimming Out_2채널 비디오 영상설치_00:07:35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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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고승욱_권오상_김기라_양만기_이동욱 이용백_임영선_전준호_진기종

협찬_대안공간루프_대한통운_한국문예진흥원

ArtArk Gallery Shanghai, 중국 890 Qinghu road,Qingpu 201700 Shanghai Tel. 86_21_69729899

『post IMF』라는 전시의 타이틀은 1997년 한국의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7년의 시기를 지칭한다. 한국의 미술계는 이 기간동안 실제로 그 구조에 있어 많은 변혁을 맞이했다. 미술시장과 상업화랑이 위축되고, 국제 비엔날레 시스템이 정착되었으며,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안공간이 우후죽순처럼 설립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변화와 사회적 파국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예술 운동의 기조를 세운다거나 별다른 탈출구를 모색하지 않았다. 이렇듯 '예술은 사회에 대한 사회적인 안티테제'라는 아도르노의 명제를 무색하게 하는 동시대의 한국 작가들의 작업에서 통일된 문맥을 짚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동시대의 한국 작가들에겐 집단적 기조가 필요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post IMF』는 작가들의 날카로운 감성에 포착된 동시대의 시대정신에 담긴 이질적 동질성을 드러내는 전시이다.

고승욱_아싸_비닐봉지
임영선_indefinite 2power_2채널 비디오_2004
양만기_포르노라이브러리01

YBA의 '센세이셔널리즘'이나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폴리티컬 팝'과 같이 『post IMF』의 작가들을 관통하는 감성의 키워드는'진술'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술'의 의미는 어떠한 의도와 방향을 좇지 않고, 합목적성을 거부한 채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려는 의지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미술계에 진정한 의미에서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적 징후'라 해석할 수 있는 작업들이 자생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사실 IMF 이후의 몇 년 부터이다. 우리네 미술계의 대안적, 해체적 경향은 이미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중반에 걸쳐 한국 미술계에 등장했으며 그러한 것들을 포스트모던의 징후라 일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메타복스, 난지도, 황금사과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많은 미술운동이 기존의 미술계와는 다른 맥락에서 전개되었으며, 비평가와 이론가들은 너나할 것 없이 데리다, 들뢰즈, 라캉, 푸코, 보들리아르를 텍스트로 삼아 포스트 모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의 이면을 살펴보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해체적, 자율적, 다원적 성향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90년대 한국 작가들이 표방한 '대안적 경향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80년대 한국 미술계의 양대 산맥인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과 모더니즘 계열 사이의 갈등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러한 갈등이 아카데미즘과 더불어 스스로를 좀먹어 가고 있음을 자각한 일련의 작가군이, 미술계 안에서의 해방을 도모하고자 대안적 움직임을 펼쳤던 것이다. 따라서 당시의 작업에서 드러나던 포스트모던의 징후라는 것은 완성된 의미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이라기보다는, 1960년대 서구의 미니멀 아트의 경향이 모더니즘을 탈피하려던 때의 양상과 흡사한 '중도적 맥락'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권오상_The Flat 12_컬러인화_180×225cm_2004
전준호_IN GOD WE TRUST_합성 애니메이션_2004
이동욱_그린 자이언트_깡통, 혼합재료_15×8×8cm_2003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IMF 상황에 대한 한국 작가들의 미온적 태도는 사실 동시대의 한국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과 무척 유사하다. 한국은 IMF 이후 뾰족한 수를 모색하여 경제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으며, 그렇다 해서 국가의 위기가 찾아올 만큼의 가시적인 퇴보나 도태가 야기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미지근한 대처와 딜레마적 양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제는 정체의 국면에 접어든 채로 안정되어버렸다. IMF는 사실 그만큼 본질적인 부분의 위기이자 충격이었던 것이다. IMF는 가시적인 통계적 파급효과를 넘어 한국이 후기산업사회로 접어들며 맞이한 최초의 정신적 충격으로, 합리성과 자본의 논리에 회의를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작가들은 현실로 다가온 의미체계 자체의 위기로 말미암아 비로소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이 옭아매던 한국 미술계만의 담론을 벗어날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적 상황에서 IMF가 안겨준 포스트모던한 시대정신을 근대적 합리성과 논리, 감시와 억압, 견고한 주체의 개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자유로운 위치에 서서, 어떠한 입장에도 얽매이지 않고 주저 없이 작품에 표상하게 된 것이다.

김기라_끌기끌기103
진기종_세계시체지도_라인 트레이서, 무선 카메라, 모니터_가변크기_2004

그러함에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적 징후가 드러나는 한국 작가들의 작업이 IMF와 그에 따른 미술계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우연하게 세기말이라 불리는 시기와 맞물려 그럴 듯한 배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담론들을 주워 담아 한국 작가들의 작업에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아도, 그들의 작품에서 후기산업사회의 이면에 대한 진술이 철학적 담론에 선행하여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post IMF』는 포스트모던보다 더 동시대적인 우리시대의 진술이다. ■ 이주현

문의_ 이주현 이메일[email protected] / [email protected]

Vol.20041225a | post IMF-Statement of Korean Contemporary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