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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217_금요일_06:00pm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 지하 Tel. 02_3141_1377
현재 우리가 흔히 접하는 도시의 풍경은 실용적 구조의 장방형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김수영이 작품의 대상으로 선택한 건축물은 전형적 근대 실용적 구조를 기본으로 한 건축물이자, 이러한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꼬르뷔제라는 건축가의 작품이다. 꼬르뷔제의 건물들은 이상적인 형태와 건축에서의 색채의 사용, 실용적인 공간 분할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대형 공공건물들에서 꼬르뷔제는 반복적으로 같은 형태의 공간 단위를 쌓거나 나열하는 방법을 통해 이러한 공간에 관한 이념을 형상화하였다. 건축가는 "공간은 빛을 받아 자신을 드러내는 벽에 의해서 연출되는 볼륨으로 형상화되다"라 말하며 공간의 볼륨을 구성하는 요소로 벽을 선택한다. 그는 "평면이 매스와 표면의 구성에 질서를 부여하는 생성자 Generator 로서의 역할을 함으로써 건물은 매스와 공간의 비례가 적절하게 조화된 감감과 더불어 만족감을 주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벽면의 비례에 의해 생겨난 조화의 감각은 김수영의 작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풍경이되, 자연물의 풍경이 아닌, 인공 건물의 풍경, 그것도 극단적인 기능주의적 모양새가 가지고 있는 단순한 형태의 반복을 통해 공간의 비례를 표현하는 3차원적 건축의 구성요소로서의 벽면이 다시금 2차원 공간 속에 재구성된다. 건물의 한 벽면의 일부를 화면 위에 재현함으로서 이 벽면은 완전한 평면 공간 속에서 그 끝이 전제되지 않은 형태의 반복성이 강조된다.
김수영의 작품 속 건물들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러한 재구성된 벽면의 화려한 색채 구성이다. 코르뷔제의 건물은 메마른 느낌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구성적으로 덧붙여진 색면 분할에 의해 건조해 보이기 쉬운 풍경에 생동감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색면 구성은 이렇게 일반적 공공주택 건축물 구조 속의 평범한 아파트 풍경에 초현실적인 생경함을 불러온다. 실제 건축물에서 반복되는 입체 공간 속에 2차원적 시각효과를 강조하는 색면은 김수영의 작품 속에서는 건축물 그 자체와 동일하게 2차원 평면에 놓여짐으로서, 재현적 풍경에 추상적 색면 구성의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반복적 형상 사이에 배열된 색면의 비반복성으로 인한 일탈의 구도는 공간에 일종의 움직임으로서의 공간의 리듬을 생성해낸다.
작가의 작업이 가진 또 다른 조형적 따스함은 실제 건물의 재질 차이에서 생겨나는 미세한 색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실용적 근대 건물의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재료의 광범위한 도입, 즉 유리 창문의 전면적 부각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 의해 하중이 분산되며, 이전 건축물에 비해 건물 외벽에서 유리창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폭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유리로 만들어진 창문은 채광을 높여 실내를 밝게 하는 데도 유용하지만, 건물 외관상으로는 빛의 투과도와 그 빛과 부딪히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상과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 건물에서는 대형 건축물일수록 이러한 유리창의 면적이 넓어지며 건축물의 외관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를 이루게 된다. 단일 벽면에서도 태양과 부딪히는 각도에 따라 그 밝기와 색채가 변화되는데, 작가의 작품에서는 창문이 가진 빛 반사라는 재질적 외관 변화가 콘크리트 벽면과 유사한 회색조의 색면을 띄면서도, 빛의 반사에 의한 미세한 발광효과를 부드러운 색조변화로 표현하며 색면 구성에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색채 구성은 건축물 구조 자체가 가진 구조의 반복성을 기본으로 한다. 이 반복성은 색면과 미묘한 색채 변화에 의해 리듬을 가지게 된다. 구조라는 문장 속에 반복이라는 은유법을 사용하여 표현되는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이러한 반복성은 작업하는 시간의 반복과 동시에 화면에서의 구조의 반복을 보이게 하고, 그림 속 구조들은 리듬의 틀을 가지게 하는 것과 동시에 반복성을 율동적으로 만들어 나가며, 색과 명암의 리듬은 구조의 반복성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이러한 반복이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건축가가 정확한 설계도를 만드는 것처럼 작가는 화면을 구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건축가가 합리적인 기능성을 위해 골조를 세우고 건물을 얹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리드미컬한 공간의 반복에 의해 평면의 건물을 짓는다. ■ 대안공간 루프
Vol.20041217b | 김수영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