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4_1208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_김가영_박지영_윤성필_이재희_이주희_추종수 진행_이동재
갤러리 반 서울 중구 필동 3가 26번지 동국대학교 수영장 옥상 Tel. 02_2260_3424
이번 전시는 2학년 재료기법 실기수업의 과제로 주어진 작업의 결과물에 대한 보고서이다. 각자의 개성과 주제에 맞는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는 과제에 대해 여섯 명의 학생들은 다양한 재료선택과 접근방법으로 각자의 개성을 뚜렷이 드러내 주었다.
추종수는 의외로 체첸 반군의 어린이 인질극, 그리고 이라크에서의 양민학살이라는 시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과제에 접근하였다. 정의, 혹은 민주주의의 수호로 포장된 무분별한 폭력과 이에 맞선 테러리즘에서 발생하는 약자들의 피와 죽음에 대해 그는 우리가 수호해야 할 가치에 대한 희생양으로 정의하고 있다. 마치 신을 모시는 제단에 놓여진 귀한 어린양의 머리처럼.
윤성필의 작업은 철이 석고와 만나서 표면이 산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녹이 석고의 틀 안에서 드로잉처럼 번져 가는 효과를 이용하여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정지된 선들이 아닌 시간에 반응하여 살아 움직이는 선들을 표현했다. 운동감과 방향성을 가지고 석고의 화이트 큐브 속에 숨겨진 물질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산화되면서 표면에 흔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반짝이는 작은 조명들과 반투명하게 표면 처리된 아크릴을 이용하여 제작된 이주희의 물고기는 공간에서 유영하는 듯 보여진다. 아크릴의 물성과 조명에서 발산하는 빛이 작용하여 형태가 해체되거나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증폭되는 힘이 발생한다. 꼼꼼한 작업의 과정으로 탄생한 물고기의 조형미와 효과적인 재료의 선택 및 연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일정한 두께의 구리선들을 구부리고 납으로 이어 붙여서 잠자리의 형태를 선재로 표현한 박지영의 작업은 평면적이면서도 수공으로 탄생한 디테일의 묘사에서 주는 밀도감이 돋보인다. 곤충날개의 조직은 불규칙한 듯 보이지만 그 속에 일정한 반복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 선들이 형성하는 다양한 면의 형태, 이미지가 빛과 공간 속에서 그림자를 더한 조형미가 발산된다.
거짓말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한 김가영은 독특한 발상이 돋보였다. 우리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선의의 거짓말들을 그녀는 '하얀 거짓말'로 명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는 말의 힘을 자신의 감수성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재희는 책이라는 사물을 오브제로 선택하여 수주간 문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오려냄으로써 새로운 독서방법을 제시했다. 그녀의 오브제에서 '글'이라는 문자는 커다란 구멍으로 확대되거나 날카로운 선들로 해체되어 버린다. 손, 계란형태의 연작에서도 이러한 해체가 이루어지며 이것의 집적으로 포지티브(positive)의 형태를 드러낸다. ● 각자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재료의 선택 그리고 물성을 탐구하여 주제에 접근한 이들의 작업이 공간 안에 어우러져 선보이게 되었다. 그 동안의 과정이 비단 오늘의 결과물 뿐 아니라 앞으로의 창작활동에 자양분이 되길 기대한다. ■ 갤러리 반
Vol.20041208c | statement:일상의 진술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