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금산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1123_화요일_05:00pm
금산갤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35_6317
검劍의 형形, 검劍의 이치理致 ● 유명한 『전쟁론』의 저자이며 나폴레옹의 침공으로부터 프로이센을 구한 전략가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펜 대신 칼을 택한 정치의 연속으로 정의하였다. 칼의 정치라는 전쟁은 최고 지략과 기술, 희생과 영광이 교차하는 극단적 대결에서의 승리를 목적으로 한다. 칼은 그 어원에서도 '이기다'의 뜻을 지닌 것이라 하니 칼을 지닌다는 것은 곧 전쟁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며 그를 통한 군림과 지배의 효과가 동반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대사회로부터 칼은 단순한 무기의 기능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 이러한 칼은 돌과 땅의 의미를 공유한다. 칼은 돌의 옛말인 닫, 돋과 같은 어원이며 또한 땅을 뜻하는 닫, 따, 달 등의 어원과 같다. 칼, 돌, 땅의 어원적 유사성은 칼의 원형이 석기시대의 돌검이며 그것으로 땅과 생명을 수호하였음을 알게 한다. 즉 칼로 인해 수렵생활로부터 농경사회로 이행되었으며 칼은 땅이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발견하게 만든 특별한 사물이었다.
이처럼 칼이 땅의 가치를 깨닫게 하고 확산시킨 대상이었다는 면에서 흙을 빚어 검을 만든 최정윤의 작업들은 클라우제비츠처럼 칼의 파괴적 기능이 아닌! 보다 근원적이고 생산적 기능과 관련된 기원을 추적하는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최정윤이 선보인 검들은 우리의 청동기시대를 구성하는 비파형, 세형동검의 형태를 따르고 있다. 3천년 전의 시간으로 회귀하는 최정윤의 청동기시대 모티프는 1999년 첫 개인전의 삼족기 작업이후 지속된 공통점이다. 고대 중국전설로부터 기원하여 종묘의식, 주술적 기원과 영혼의 위무를 목적으로 제작된 삼족기는 제국의 수호물이자 황위의 정통성과 벽사의 상징으로 후대에도 계속 제작되었다. 그것의 표면은 도철문, 뇌문雷紋 등 다양한 문양으로 신령스러움을 더하고 상상의 괴수와 동물 형상들을 새겨 넣음으로써 중국 특유의 에너지와 힘을 느끼게 하였다. 최정윤이 삼족기를 차용하였던 것은 수천 년의 시간을 이겨낸 신비로움과 퇴적된 시간이 표현하는 과거의 영화로움과 무상함에 대한 암시가 가능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고대 삼족기의 원형과 유사한 형태로부터 출발하였으나 점차로 현대적 추상조각처럼 볼륨감을 강조하는 형태로 변형하였고 표면 문양이나 제례용기(聖餐皿)로서의 구조로부터도 이탈하였다. 작품 표면은 동록patina의 오랜 시간? 봉?암시하는 유약효과를 강조하였고 세 개의 다리라는 명명학적인 구조도 유지하였다. 최정윤이 도달한 최근의 작업은 삼족기 자체가 하나의 고대 생명체이거나 화석과 같은 생명의 흔적을 지닌 독자적 조형물로 매듭지으려는 듯하였다. 그러던 중 최정윤은 검의 형상으로 도약하였고 그것에서 어떠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삼족기가 중국 청동기문화의 정수라면 한반도의 청동기문화는 청동검에서 화려하게 꽃피었다.
칼은 양날의 검劍과 한 날의 도刀로 나누어지며 고대사회는 검이, 철기문명 이후로는 도가 주로 이용되었다. 검은 우리 고대사회의 신적 군장을 상징한다. 단군신화에서 검은 천손의 후예라는 징표로서 천부인天符印의 하나였다. 중국 고기의 하나인 『관자管子』에 따르면 그러한 검의 최초 제작자는 동이족의 왕인 치우蚩尤였다고 하는데, 축구응원단인 붉은 악마의 심벌로도 잘 알려진 치우는 배달국의 14대 천왕으로서 중국에서조차 군신으로 섬겨졌다. 이처럼 선민사상의 표상인 청동 검은 대륙을 넘나들던 민족의 기상과 고대사의 영화가 함께 자리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간직한 셈이다. 최정윤이 청동검의 원형을 차용하기로 함으로써 그는 검의 형상적 상징성과 더불어 고대사의 비밀을 동시에 연상시키게 되! 었다.
이전 삼족기 작업에서 보였던 순수 조형적 번안과 변형과는 다른 차원의 조형의지와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동검은 그것이 비록 삼천 년 이상의 역사를 거슬러가는 고대의 유물이지만 삼족기처럼 단순한 흥밋거리를 벗어나는 우리 역사의 실체인 것이다. 그는 청동검의 형상을 빌어 고조선 청동기문명의 우수성과 파괴력이라는 무기로서 검의 기능과 그로부터 파생하는 의기, 권위, 권능, 주술, 벽사, 과시, 수호, 응징의 신화체계를 가공한다. 즉 최정윤의 검은 한편으로는 역사 기록 이전에 제작되어 사물로만 남은 우리민족의 황금시대를 복원하는 것이며 그것으로 시간풍진이 모여 돌이 되는 자연의 이치를 닮은 도예의 순리를 따르면서도 인위와 문명의 영화와 무상을 알리는 실천일 수 있음을 최정윤의 석검은 보여주고 있다. ■ 안인기
Vol.20041127b | 최정윤 도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