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10619a | 전환된 이미지展으로 갑니다.
참여작가 구경숙_김동유_김영길_백준기_복기형_이안 하르비 이인희_이주형_전흥수_최원진
2004_1126 ▶ 2004_1202 대전시민회관 대전 중구 문화 1동 1-27번지 Tel. 042_253_4015
2004_1213 ▶ 2004_1224 그린포토갤러리 / 2004_1213 ▶ 2004_1224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2-10번지 고려빌딩 B1 Tel. 02_2269_2613 www.gallerygreen.co.kr
『전환된 이미지 Ⅱ』展을 열면서 ● 집요하게 사물을 관찰하다보면 이미지는 전혀 엉뚱하게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곤 한다. 상상력이 풍부하거나 미적 체험이 많은 사람은 한 사물에서 더 많은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작품을 두고 흔히들 "보게 한다" 또는 "보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말은 아마 시각예술의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의 하나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 사진발명 이후 미술은 현실의 충실한 재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표현으로의 길을 열수 있었다. 즉 재현으로서의 역할은 사진에게 맡기고 예술표현으로서 이미지 전환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미술(주로 회화, 조소)은 단순히 이미지 전환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게 변화해 왔고 사진작업에서도 현실의 재현을 넘어선 즉, 표현으로서의 이미지전환이 감지되는 은유적 작업이 주목을 끌고 있다. ● 2001년 사진가 5명이 『전환된 이미지』(윤후영, 최원진 공동기획)라는 제목으로 사진작업에서 이미지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시를 가졌었다. 『전환된 이미지 II』는 그 전시에 이어지는 것으로 매체의 폭을 확장하여 예술표현에서의 이미지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확장하고 다양화하려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10명의 작가는 사진, 회화,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이고 있는 작가로 구성되었다. ● 구경숙은 카메라 없이 형상을 찍어낸 작업을 보이고 있다. 현상액을 바른 공기 비닐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인화지에 직접 찍어낸 후 디지털프린트로 확대한 작업이다. 몸이라는 물질적 사실의 지각과 인체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보이지 않는 사실을 함께 드러내려하는 그녀의 작업은 이미지를 기록하는 사진이 결국은 작은 입자로 이루어진 것과 묘한 일치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녀의 작업은 은염사진과 디지털프린트의 사진 프로세스를 거쳐 완성되었지만 결국 사진이 아니라는 것도 흥미롭다. ● 김동유는 사진에서의 입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두개의 얼굴-고흐」는 입자를 이루는 입자 알맹이 하나하나를 일일이 고흐의 얼굴로 그렸고 그 얼굴이 모여서 같은 인물인 고흐의 얼굴을 만들어내고 있다. 엄청난 지구력과 세밀한 묘사능력이 요구되는 그의 작업은 마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으며 어떤 면에선 사진보다 더 사진적인 그림이라 할 수 있겠다. ● 김영길은 모래가 있는 풍경을 담고 있다. 사막을 연상하게 하는 풍경에 거울을 박아놓아 비일상적으로 전환된 풍경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한 거친 입자로 인해 선명하지 않은 사진들은 마치 심연의 미지를 보는 것 같다. ● 백준기의 작업은 생물도감 또는 상자 속에 있는 곤충표본을 보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물고기와 곤충 등 생명체를 나열한 작업에서 그는 집요하게 몰개성적인 즉, 철저히 감정이 자제된 객관적인 모습으로 생명체의 이미지를 찾고 있다.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이 작업은 언 듯 보면 무리로 떼 지어 있는 생명체의 모습으로 보이나 자세히 관찰하면 비슷해 보이는 한 종의 생명체에서 수많은 형태의 다양한 모습을 스케일과 형태의 차이로 나열하여 그려놓고 있다. ● 복기형은 투명 비닐과 유성사인펜을 이용하여 뿌리가 투명하게 비춰지는 환상의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화려한 유리공예품으로 오인하기 쉬운 그의 작업은 마치 투명 셀 필름 속에 그려져 있는 만화영화 속의 꽃밭 이미지가 현실 세상에 나타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극히 단순한 재료만을 이용해 화려한 꽃밭을 연출한 그의 작업은 미술재료에 대한 선입관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안 하르비는 미국인 화가로 웨슬리언 대학교수 및 버몬트 스튜디오센터 판화 디렉터를 역임한 작가다. 그가 한국화의 멋에 매료되어 직접 느끼고자 한국에 온지 약 1년 되는 시점에서 이번 전시에 초대되었다. 한국의 전통적 회화 재료인 먹물과 한지가 어떻게 자신의 서구적 회화언어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방법과 가능성을 찾으려 하고 있는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은 단순한 박스형태의 배열을 선으로 표현한 것으로 먹물의 번짐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결과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먹물과 한지는 전통적인 회화를 연상시키나 이러한 재료가 추상적 관점에서 사용될 때 과거와 현재를 전환하는 불안정한 상태를 야기 시키고 있다. ● 이인희는 구두, 주전자, 병, 과일, 모자 등 지극히 일상적인 형태의 사물을 온통 은색으로 화려하게 단장시키고 있다. 언 듯 보아선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은 세련된 이들 작업은 실재로는 생선비늘을 일일이 붙여놓은 것이다. 비린내가 날 것 같은 생선비늘을 이용해 일상적인 사물을 변형시킨 그녀의 작업은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 이주형은 영화나 드라마의 세트장을 대상으로 다른 차원의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보이는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장은 대상으로서는 실재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부재 하는 허구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안에 담긴 화신백화점과 같은 역사적 대상은 실제로는 역사 속에서 또는 기록사진 안에서만 존재한다. 따라서 여기에 드러나는 여러 대상들은 실재에 대한 모조이자 허구로서 하지만 역사적 대상물에 대한 환기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억에 대한 집단적 환상이 투영된 장소 내지는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동시에 간직하게 된다. ● 전흥수는 사진표현의 확장에 대한 가능성의 실험으로 피사체가 가지는 조형성이나 질감을 극대화시켜 표현하고자하며 그것을 위해 다양한 표현기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히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사진의 전통적인 의미보다는 사진과 드로잉, 사진과 판화와의 크로스 오버를 통하여 좀 더 다양한 이미지의 사진작업을 추구하려는 그의 작업은 이번에 초대한 작가 중 가장 회화적인 작업으로 보인다. ● 최원진은 야채의 모습에서 나무의 형태를 찾고 있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생명감의 미스터리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그는 단순히 나무의 형태를 쫓은 것이 아니라 시들어 가는 즉, 죽어가고 있는 야채에서 역설적으로 활력과 율동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를 도출시키고 있다. ■ 최원진
Vol.20041126c | 전환된 이미지 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