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놀러와~~~

유혜란 드로잉.설치展   2004_1124 ▶ 2004_1130

유혜란_우리집에 놀러와~~~_각 17×13cm_200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유혜란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1124_수요일_05:00pm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우리'는 가족이다. ●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가족이라는 것은 태어나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지는 것이니 만큼 그 의미도 크고 가깝고도 특별한 관계이다. ● 그러나 참으로 더럽고 치사한 관계가 가족이다. 늘 함께 살기에 당연히 서로 이해하겠지 하면서 살지만 그리고 서로들 끔찍이 생각하고 사랑하지만 너무 속속들이 알기에 무시하고 혐오스럽고 그냥 알겠지 하면서 표현에 인색하고 그러면서도 살면서 아주 작은 일에도 큰 미움이나 증오 그리고 섭섭함을 안고 살기도 하고 서로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 넉넉하고 풍요롭고 고귀한 성품의 부모를 만나서 제대로 된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몰라도 보통의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관계가 때때로 버겁게 느껴지고 그 속에 갈등 없이 자랄 수는 없을 것이다. ● 그리고 성인이 되어 결혼으로 더 많은 가족을 얻게 된다. 물론 이는 기존 가족들로부터 독립과 동시에 자신의 선택에 의해 새로이 구성된 가족들과의 생활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유혜란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7×13cm_2004

'우리집' 사람들 ● 우선 집주인이 있을 것이다. 집주인은 집에서 시간을 젤 많이 보내는 사람 바로 나일 것이다. 원했던 것처럼 애증이 똘똘 뭉친 기존 가족들과 떨어져서 신나게 잘 살아봐야지 했는데... 살면 살수록 그게 아니다. 아내와 엄마와 며느리와 딸과 언니와 시누이와...같은 역할은 있을지언정 이 집 어디에도 내가 없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 점점 버리고 싶어진다. 선택에 의한 가족은 얼마든지 남남이 될 수가 있다. ● 그리고 남편이 있다. 과거의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 위해 선택한 이 사람도 가족이라는 형태로 만나니 똑같아진다. 가족관계는 더 복잡해져 간다. 남편은 집에선 가구와 같은 사람으로 화석이 되어간다. 전설 속의 인물이었던가? ● 나와 남편 사이에 딸이 생겼다. 이 어린 자식을 키워낸다는 것은 무지 인내심을 가져 할 일이다. 돌보지 않으면 금방 표나고 돌보고 있으면 무시되어지는... ● 하루에도 몇번씩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뭔가를 한다. 공부도 좋고 그림도 좋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좋고 운동을 해도 좋다. ● 점점 집을 돌보는 일이 소홀해진다. 집에 점점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다 집은 무덤이 될 것 같다.

유혜란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3×17cm_2004
유혜란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3×17cm_2004

'놀러와~~~'가 주는 얼마간의 여유 ● 자아가 강하고 자유롭고 싶어하던 인간이 이제 집주인이 되어 집을 지켜야 한다. 주인이기로 작정했으면 그에 따르는 책임(責任)져야 한다. 지금의 내가 안 하면 안 되는 것도 있다. ● 다시금 집을 돌본다. 그것이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기 위해서 손님을 초대한다. 그들에게 집을 보여주고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돌이켜 보는 기회를 갖는다. 초대한 타인을 위한 준비와 배려는 집주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피곤한 일일 수도 있지만 타인의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의 여유로움이다.

유혜란.딸 이선주와 함께 그림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7×13cm_2004
유혜란.딸 이선주와 함께 그림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7×13cm_2004
유혜란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7×13cm_2004
유혜란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3×17cm_2004
유혜란.딸 이선주와 함께 그림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7×13cm_2004

『우리집에 놀러와~~~』 ● 가정이라는 곳은 인간이 생활하면서 유일하게 맘놓고 쉴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면서 함께 산다는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점점 복잡해지고 개인적인 시간과 생활을 유지하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는 이러한 '쉴 수 있는 장소'와 '서로간의 기본적인 애정 충족'이라는 조건을 만족시키기 힘든 상황을 낳게 되었다. ● 『우리집에 놀러와~~~』展은 여자의 시선에서 오로지 집에서 희생을 해야 하는 보듬어 주고 품어주는 여자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뭔가를 스스로 확인하고자 하는 여자의 생활 공간의 집을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 ● 35살의 잡생각이 많은 여자와 그녀의 딸인 7살의 천진난만한 아이가 함께 사는 집이라는 생활공간을 통해 집에서 아버지라는 남자의 부재와 함께 살지만 각자의 다른 공간을 살고 있는 부모와 자식의 소외감도 드러난다. 이러한 소외감을 인정하면서 받아들이고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고 그 비어있음을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서로를 이해하고 지켜주면서 소외감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장치와 소통하는 코드를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유혜란_우리집에 놀러와~~~_17×13cm_2004
유혜란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7×13cm_2004

유혜란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7×13cm_2004

유혜란.딸 이선주와 함께 그림__우리집에 놀러와~~~_종이에 혼합재료_17×13cm_2004

『우리집에 놀러와~~~』展의 꾸림 ● 전시장 입구엔 계절의 관계상 국화꽃 화분이 두 세개 정도 놓여있다. 문 앞에는 발털이개가 깔려 있고 문에는 달이 달려 있는 풍경이 걸려있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풍경 소리가 들린다... ● White 공간_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그녀의 결혼사진이 걸려져 있다. 사진 속의 남자와 여자는 경직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의 딸의 돌사진이 걸려져 있다. ● Yellow 공간_ 딸의 방이다. 아이 방은 밝음과 화사함으로 가득 차있다. 이 아이에겐 노랑이 잘 어울린다. 여자아이는 아직 철없고 철이 없는 만큼 천진하다. 바닥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러그조각이 파스텔 톤으로 아이의 공간에 깔려있다. 그리고 7살 먹은 여자아이가 놀 수 있는 여러가지 장치들을 준비하여 연출한다. 실제로 아이는 전시기간 내내 그 공간에서 혼자 혹은 아이의 친구들과 함께 놀게 된다. 벽에는 아이가 그린 그림들과 액자들 그리고 화사한 커튼이 달려 있다. 아무 근심이나 걱정 없이 그저 즐겁고 행복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한다. ● Blue 공간_ 그녀의 방이다. 주조색은 파랑. 향기가 나는 이 공간에는 커다란 책상이 있다. 방의 여기저기에는 끄적거린 낙서들과 잡다한 스케치가 걸려져 있다. 오밀조밀한 소품들과 만화책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책과 음악이 흘러나오고 영화 이미지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잡다한 그녀의 취미를 엿볼 수 있다. 대체적으로 어둡고 어수선하지만 가라앉는 분위기다. 전시기간 내내 그녀는 이 공간에서 음악도 듣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책도 보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자신의 그림이나 취미를 이 방을 통해 보여준다. ● Green 공간_ 부엌이다. 부엌을 상징하는 의미로 작은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부엌일을 싫어한다는 의미로 싱크대 같은 부엌살림들은 상징적으로 라인으로만 처리한다. 단지 먹어야 산다는 의무감으로 음식을 하고 부엌에 드나들었던 그녀였지만... 손님들을 위해 다과를 준비하고 가능하다면 전시기간에 아이와 간단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초록의 안정된 분위기는 이 공간을 사랑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램이 담겨있다. 잘 먹고 자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 행복지수도 높다는 간단한 생활의 진리를 깨닫기 바라는 마음으로... ● Black 공간_ 거실이다. 거실엔 조명이 거의 없고 흑백에 가까운 영화 이미지들이 걸려져 있다. 그 밑에 검은 소파가 무게 있게 놓여진다. 남편의 부재감을 드러낸다. 입구 가까이에 시계를 걸어둔다. 이 집의 유일한 시계이다. 시계와 친한 사람은 무덤으로 들어가는 법이 없다. 살아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희망의 시간을 가지고자 하는... ● 다시금 입구로 돌아오면서 방명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한다. ■ 유혜란

Vol.20041124b | 유혜란 드로잉.설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