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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123_수요일_05:00pm
2004_1123 ▶ 2004_1129
관훈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www.kwanhoongallery.com
2004_1216 ▶ 2004_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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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첫 번째 이야기: 투명한 눈 ● 초자연의 세계가 존재하는가? 이러한 물음이 작가 심은석에게는 철학적인 명제 이상의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 초자연의 세계는 그야말로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영역일 뿐 지각할 수 없다. 때로는 그 어떤 힘을 느낄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초자연의 세계를 심은석은 드러내고자 한다. 그는 현실의 모든 사물 이면에는 또 다른 세계, 즉 초자연의 세계가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를 비교적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초자연이 어떠한 형상으로든 존재하며 인간과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다.
심은석은 인체를 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미 여러 공모전을 통해서 그의 인체의 표현능력을 인정받았고 이번 첫 개인전에서도 남녀 누드상들을 설치 형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투명한 눈」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설치전에 등장한 인물상들은 흑과 백의 남녀 누드상들이다. 이들은 모델링 작업이나 실제 몸에서 직접 주형을 뜨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인물상들은 언뜻 보기에 그리스 조각상을 약간 변형시킨듯하고 한편 조지 시걸의 인물상이나 1970년대 유행했던 하이퍼 리얼리즘 계열의 조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들과는 전혀 다른 근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젊은이의 형상은 그리스 조각상처럼 인간의 이성과 아름다움을 찬미하려는 것이 아니고, 실제 몸에서 주형을 떠낸 인물상들은 조지 시걸이나 듀안 핸슨의 인물상들에서처럼 현대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도 아니다. 작가가 직접 모델링을 통해 이상화시킨 젊은이의 형상들은 이상화되고 아름다운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패기에 넘치는 당당함을 보여주기보다 그 어떠한 힘에 짓눌려 휘청거리고 있거나 미지의 힘에 이끌리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다. 이들 신체의 일부는 절단되어 투명한 FRP로 덮여 있는데, 그 안에는 뜻밖의 물체들이 들어 있다. 나뭇가지, 물고기, 다람쥐 등의 형상을 띤 이 물체들은 우리가 자연 속에서 접할 수 있을 듯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연 속에서 만나는 자연스런 모습이 아니다. 초현실적이다. 모두 검은 색으로 뒤덮여있는 이들은 붉은 눈을 가지고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그들의 존재는 투명한 막(FRP) 속에 들어있고 그 주변에서 빛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 눈에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초자연의 존재인 것이다. 한편 실제 인체에서 주형을 떠낸 인물상들은 우리와 너무나 닮아있지만 결코 현실의 인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엉거주춤하게 구부린 자세와 손상되고 얼룩진 피부는 뭔가 불길한 분위기를 준다. 이들의 눈에서 새어나오는 빛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임을 암시한다. 빛은 어둠을 가르고 사악함을 덮지만 그들의 눈에서 쏟아지는 빛은 관람자를 혼돈에 빠트리는 듯하기도 하고 빨아들이는 듯하기도 하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존재보다도 신의 완벽한 창조물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인간의 완벽함은 인간의 이성이나 실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흔들리기도 한다. 심은석은 이러한 인간의 모습과 함께 초자연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흔히 초자연의 세계는 그야말로 자연을 넘어선 것으로, 현실과는 무관한 세계라고 믿거나 그 존재자체를 부정한다. 하지만 심은석의 작품에서는 초자연의 세계가 현실 세계와 섞여있으면서 현실세계에 관여하고 충돌하며 인간의 모습을 지배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는 5가지 감각 이외의 6번째 감각(the sixth sense)을 심은석이 가지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정말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그에게 있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고 에너지로 승화되리하고 믿으며 또 다른 다음 이야기를 기대한다. ■ 김이순
Vol.20041123d | 심은석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