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alk

윤진숙 수묵展   2004_1124 ▶ 2004_1130

윤진숙_A Walk_화선지에 수묵담채_164×132cm_200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21202a | 윤진숙 수묵담채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1124_수요일_05:00pm

후원_한국문화예술진흥원

가나아트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02_734_1020 www.ganaartgallery.com

산책은 친숙한 것의 낯설음을 고안해낸다. 산책은 디테일들의 변화와 변주를 민감하게 느끼도록 함으로써 시선에 낯섦의 새로움을 가져다 준다. ● 산책을 나선다. 산책을 하다보면 평소에 무심히 지나쳐버리던 풍경들 속에서 나에게 어떤 번뜩임을 일으키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을 손의 느낌에 맡겨 빠르게 스케치해 나갈 때 눈앞의 풍경들의 새로운 조화가 화면 안에 자리잡게 된다. 어느 순간 나무, 건물들의 경계가 없어지고 단순히 점, 선, 공간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모두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요소들 일뿐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 가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하였다. 단지 풍경을 빌려서 나의 조형세계를 펼쳐 보이고자 한 것이다. 가만히 풍경을 들여다보면 실체로 존재하는 것과 있는 것을 통해 만들어진 없는 것들의 조화로 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수많은 점과 짧은 선들의 집적, 그들이 만나면서 만들어내게 되는 공간의 긴밀한 구성으로 표현하였다. 이는 세상의 모든 사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의 존재방식에 의해 결정되게 되는 유기체적인 세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윤진숙_A Walk_화선지에 수묵담채_164×135cm_2004
윤진숙_A Walk_화선지에 수묵담채_71×136cm_2004

스케치한 것을 화선지에 옮겨 그릴 때는 거친 바닥 위에 화선지를 올려놓고 그려서 점과 선이 중간중간 끊어지기도 하고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려지기도 하고 그려지지 않게도 하였다. 이는 어느 개인이 조절할 수 없는 세계, 작은 입자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얻어진 화면은 멀리서보면 하나의 알아볼 수 있는 풍경을 이루고 있지만 다가서서 보면 단순한 점, 선의 모임으로 보이게 된다. ● 바탕을 표현할 때는 탁본기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하얀 종이 위에 드로잉을 한 후 그 배경을 먹방망이로 두들겨 표현하였다. 나는 먹방망이 밑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작은 점들을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크고 작은 많은 요소들로 보고 그들이 모여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보았다. 현장스케치를 할 때 느낀 분위기와 화면에 옮겨 그렸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에 따라 먹점의 중첩으로 배경처리를 하게 되는데 이때 바탕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서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또 한번 달라진다. 화면 안에서 각 요소들이 서로의 성격을 결정 지우는 현상을 통하여 우주의 작은 조화를 다시 한번 경험해 볼 수 있다.

윤진숙_A Walk_화선지에 수묵담채_71×136cm_2004
윤진숙_A Walk_화선지에 수묵담채_136×81cm_2004

이러한 조화는 나의 그림에서 부분적으로 찢겨진 종이, 비정형의 외곽, 지워진 탁본의 흔적들의 어울림으로 최종 결정된다. 동양화에서 가필 없는 일획의 위대함은 두말할 필요 없이 가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의 나의 집요한 노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조화로운 조형미를 갖춘 그림을 위하여 찢기도 하고 문지르기도 하고 떼어내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화면을 운용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 우연히 내 안에 들어온 풍경을 나의 손을 통하여 새로운 풍경으로 탄생시킬때 나는 작은 창조자로서의 기쁨을 느끼며 오늘도 낯익은 것들 속의 낯설음을 발견하기 위하여 산책을 나선다. ■ 윤진숙

Vol.20041123b | 윤진숙 수묵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