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조각(gravity sculpture)

강성욱 조각展   2004_1116 ▶ 2004_1122

강성욱_gravity modeling_쇠, 천_200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세종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1116_화요일_05:00pm

세종갤러리 서울 중구 충무로2가 61-3번지 세종호텔 1층 Tel. 02_3705_9021

강성욱의 조각, 우연성이 만든 중력조각 ● 강성욱의 근작은 비물질 조각과 탈조각에 바탕을 둔 탈모더니즘 조각의 전통에 연장돼 있다. 이는 대략 바닥 대신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형의 구조물들을 보여준다. 신축성 있는 스판덱스 소재의 합성섬유를 사용한 이 구조물들은 대략 철심(링)을 골격 삼아 그 표면을 천이 감싸고 있는 형태로 나타난다. 대개 구조물의 상위 부분에는 링을 이용하여 형태를 부여하고, 아래 부분에는 여러 비정형의 쇠로 만든 추를 이용하여 형태를 부여했다. 그리고 때로는 추 대신 크고 작은 링만으로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강성욱_Gravity modeling, red cone_쇠, 천_230×15cm_2004_왼쪽

강성욱_Gravity modeling, pink cone_쇠, 천_230×45cm_2004_오른쪽

이렇게 매달린 구조물에서 작가는 형태가 생겨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할 뿐, 최종적인 형태는 신축성 있는 천 속에 담겨진 추의 무게로 인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중력이 발생하고 우연성이 개입된다. 그러니까 중력이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연적으로 생겨난 형태, 유기적인 형태, 가변적인 형태라는 형태의 또 다른 존재 차원을 열어놓는다(형태는 흔히 결정적인 것이라는 선입견과 상식을 넘어서는). 여기서 작가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하는 자로 남겨지고, 그 상황을 최종적인 사건으로까지 발전시키고 결정짓는 계기는 작가의 외부로부터 온다. 이처럼 작가 자신의 위상을 일정정도 미완의, 미결의 상태에다가 방기하는 행위는 오히려 우연성과 가변성을 작업의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계기로서 작용한다. 사실 이는 열려진 개념과 비결정성을 그 근간으로 하는 예술의 존재의미와도 부합하는 양 보인다.

강성욱_Gravity modeling, black pyramid_쇠, 천_230×63×63cm_2004

더불어 외관상 이 구조물들에서는 후기 미니멀리즘의 한 형태가 느껴진다. 부연하자면, 사물을 최소한의 구조와 기하학적인 형태로 환원하고자 한 것이 미니멀리즘이라면, 강성욱의 근작은 여기에다가 우연적이고 가변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를 도입하여 미니멀리즘을 재해석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재해석을 가능하게 한 계기인 중력으로써 작업의 범주를 우연적으로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로까지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변적이고 가벼운 그리고 유동적인 감수성(일정정도 천의 소재적인 특질에 기인한)을 조각의 개념에 편입시킨 것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보이며, 그만큼이나 탈조각에 대한 실천 논리가 강한 작업으로 보인다. ■ 고충환

Vol.20041116a | 강성욱 조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