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를 들었어요

김종구 PS.1 국제 스튜디오 프로그램 보고展   2004_1113 ▶ 2004_1119

김종구_백기를 들었어요_200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01102a | 김종구 개인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1113_토요일_04:00pm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미술스튜디오 전시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656번지 Tel. 031_962_0070 www.artstudio.or.kr

『백기를 들었어요』전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1991년 이후 우수한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매해 1명씩 후원한 'PS.1 국제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2003년 지원작가로 선정된 김종구의 참여 보고전으로, 뉴욕에서부터 진행되어 온 조각, 영상작업을 위주로 그의 최근 작품들을 선보인다. ● 전시 제목인 『백기를 들었어요』는 지난 97년 이후 그의 지속적인 테마였던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을 잴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 화두에 대해 마침표를 던지며, 소요(逍遙)의 이념을 담아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우회하고자 그가 제시한 일종의 (심리적) 선언이다.

김종구_오랜시간동안 통쇠를 깎았어요_2004

전시장 한 면에 전시될 대형그림(400×800cm)은 무거운 통쇠로부터 깎여져 내린 쇳가루로 쓰여져 바닥의 쇳가루 글자에 의해 투사된 풍경(landscape)과 함께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들어낸다. 그가 쓴 제발(題跋)은 간혹 읽히기도 하다가 이내 쇳가루의 번짐과 함께 모호한 글자의 형태로 사라진다. 작가는 1년 동안 경험한 뉴욕생활 중, 맨해튼 무대에서 왜 그가 백기를 들었는지에 대해 암시한다. 한 편, 전시실을 가로지르는 깎여진 통쇠 자루와 한 쪽 벽면에 설치된 다큐멘터리 편집 영상은 그에게 있어 수직적 관계인 '쇠를 깎는 육체적인 노동 행위'로부터 쇳가루에 의한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의 의미를 가늠케 한다. 전시실 밖 로비에는 쇳가루 글씨가 적힌 헝겊을 말아 겹겹이 동여매고, 그 위에 자전적 편집 영상을 담은 모니터를 설치하고 바퀴를 달아 '백(白)'의 공간으로 이동시키고자 한다. 결국,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의 대체적인 윤곽이지만, 의식은 사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한 장자(莊子)의 사상과 일치하며, 쇠를 깎는 행위와 깎여진 쇳가루에 생명력을 부여한 김종구의 작업은 세상을 지배하는 폭력적인 모순들로부터 자신이 백기를 들어 '화해'를 시도하는 것이다.

김종구_고양미술스튜디오 찾아오시는 길_2004

헤라클레이토스가 화해의 기본원칙에 대하여 '상호 배척하는 것이 결합하고 상이한 음조가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것은 모두 투쟁에 의해서'라고 했듯이, 쇠를 깎는 과정에서 유출되는 거대한 굉음과 고통을 수반한 처절한 노동, 그 이후 고요함, 그리고 평화, 이 모든 것이 유기적인 상관 관계 하에 순환하고 있다. 이에, 김종구의 '백기선언'은 진정한 자유로의 전환, 미지에 대한 초연함으로, 앞으로 그의 순항이 기대된다. ■ 고양미술스튜디오

Vol.20041114c | 김종구 PS.1 국제 스튜디오 프로그램 보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