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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113_토요일_04:00pm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미술스튜디오 전시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656번지 Tel. 031_962_0070 www.artstudio.or.kr
『백기를 들었어요』전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1991년 이후 우수한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매해 1명씩 후원한 'PS.1 국제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2003년 지원작가로 선정된 김종구의 참여 보고전으로, 뉴욕에서부터 진행되어 온 조각, 영상작업을 위주로 그의 최근 작품들을 선보인다. ● 전시 제목인 『백기를 들었어요』는 지난 97년 이후 그의 지속적인 테마였던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을 잴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 화두에 대해 마침표를 던지며, 소요(逍遙)의 이념을 담아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우회하고자 그가 제시한 일종의 (심리적) 선언이다.
전시장 한 면에 전시될 대형그림(400×800cm)은 무거운 통쇠로부터 깎여져 내린 쇳가루로 쓰여져 바닥의 쇳가루 글자에 의해 투사된 풍경(landscape)과 함께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들어낸다. 그가 쓴 제발(題跋)은 간혹 읽히기도 하다가 이내 쇳가루의 번짐과 함께 모호한 글자의 형태로 사라진다. 작가는 1년 동안 경험한 뉴욕생활 중, 맨해튼 무대에서 왜 그가 백기를 들었는지에 대해 암시한다. 한 편, 전시실을 가로지르는 깎여진 통쇠 자루와 한 쪽 벽면에 설치된 다큐멘터리 편집 영상은 그에게 있어 수직적 관계인 '쇠를 깎는 육체적인 노동 행위'로부터 쇳가루에 의한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의 의미를 가늠케 한다. 전시실 밖 로비에는 쇳가루 글씨가 적힌 헝겊을 말아 겹겹이 동여매고, 그 위에 자전적 편집 영상을 담은 모니터를 설치하고 바퀴를 달아 '백(白)'의 공간으로 이동시키고자 한다. 결국,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의 대체적인 윤곽이지만, 의식은 사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한 장자(莊子)의 사상과 일치하며, 쇠를 깎는 행위와 깎여진 쇳가루에 생명력을 부여한 김종구의 작업은 세상을 지배하는 폭력적인 모순들로부터 자신이 백기를 들어 '화해'를 시도하는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화해의 기본원칙에 대하여 '상호 배척하는 것이 결합하고 상이한 음조가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것은 모두 투쟁에 의해서'라고 했듯이, 쇠를 깎는 과정에서 유출되는 거대한 굉음과 고통을 수반한 처절한 노동, 그 이후 고요함, 그리고 평화, 이 모든 것이 유기적인 상관 관계 하에 순환하고 있다. 이에, 김종구의 '백기선언'은 진정한 자유로의 전환, 미지에 대한 초연함으로, 앞으로 그의 순항이 기대된다. ■ 고양미술스튜디오
Vol.20041114c | 김종구 PS.1 국제 스튜디오 프로그램 보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