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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112_금요일_06:00pm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번지 B1 Tel. 02_3141_1377 www.galleryloop.com
서대문 형무소, 재건축 대상의 아파트, 공간의 틈새들. 소외되고 억압된 공간의 재구성이라는 사회적인 코드만이 가득해 보이는 정연희의 작업은, 사실 억압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과 정신병적 징후에서 시작되었다. 그녀의 초기 작업은 단색 캔버스 평면을 찢어 작은 구멍을 내고, 뒷면으로부터 물감을 밀어낸 것이었는데, 그녀는 이 창작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최근에 와서는 사실 그러한 유희적 요소가 작업의 전반에 걸친 중요한 요소이기 보다는 행위적 모티브라는 의의를 가질 뿐이지만, 작업의 시작점이 개인적인 동기였다는 점은 그녀의 작업을 읽는 데에 있어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정연희의 작업은 그녀를 둘러싼 억압구조를 직시하며 그것을 다층적으로 재구성한다.
정연희는 일정한 공간을 사진으로 담아 그 인화지 위에 작업한다. 그녀가 작업의 소재로 하는 것은 사진의 피사체가 된 공간 자체이기도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말하듯이 직접적인 작업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공간을 찍은 '사진' 그 자체이다. 정연희는 작업을 하기 위한 감각을 실제의 공간에서 가져오지 않는다. 정연희가 몇몇 지점들을 정하고, 그곳을 찢어내며, 물감을 밀어내기 위한 감성을 찾아내는 곳은 자신이 담은 스틸사진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다. 그녀는 공간이 아니라 2차적 재현물인 스틸 사진에 대한 감각을 살려, 그것을 어떻게 파괴하고, 재구성하며, 다시 창조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대문형무소의 작업을 살펴보자면, 그녀는 서대문형무소라는 공간을 사진에 담는데, 촬영과 동시에 그 공간이 가진 상징성-구시대적 유물, 감시와 통제, 억압 등은 사진기 밖으로 털어낸다. 이제 그녀의 작업은 사진에 담긴 쇠창살, 식구통(수감자의 식사를 넣어 주는 구멍), 폐건물 등의 이미지 자체를 대상으로 하게 되며, 그 작업은 사회적인 코드의 상징성을 떠나 개인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억압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그녀의 작업이 흥미로운 것은, 작품이 늘 작업의 소재가 된 공간에서 다시 전시된다는 것이다. 서대문형무소의 쇠창살을 담아 작업한 작품이 다시 그 쇠창살 위에서 전시되고, 갤러리 공간의 스틸사진을 찢어낸 작업이 갤러리의 같은 장소에 전시 될 때, 정연희의 작업은 개인적 감성과 연결된 행위라는 유희적 국면을 떠나, 보는 이의 공감을 유발하는 자세를 취한다.
먼저, 작품은 본래의 공간에 재배치됨으로써 그 공간이 가진 사회적 상징성을 다시 획득한다. 작가의 유희적 행위로 말미암아 훼손되고 재구성된 사진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쉬이 억압과 표출을 연상케 한다. 마지막으로 관객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작품 속의 훼손된 공간이 자신이 서 있는 실재의 공간과 동일한 지점임을 지각할 때, 현존하는 억압적 구조를 인식한 작가의 감성을 극적으로 체험하며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정연희_가야한다면..._사진에 유화물감_15×10㎝_2004_오른쪽
정연희는 일상의 범주에서부터 사회 일반의 구조까지, 미술계, 학계, 회화 평면, 대안공간을 포함한 화랑 시스템 등 복합적인 억압구조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지각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이 개인적인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다는 거창한 태도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의 작품은 전시물이 되어서부터는 명확한 사회적 안티테제로 읽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연희가 억지로 리얼리즘을 주창하는 메시아적 작업을 하지 않고도, 억압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을 작품으로 승화하여 관객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솔직한 표현과 예술적 태도의 결과이다. ■ 이주현
Vol.20041114b | 정연희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