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김구림_김두진_김상길_노재운_문형민 전승일_정수진_정용진_조습_황규태
상명 미디어아트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동숭동 1-38번지 상명대학교 예술 디자인 대학원내 1층 Tel. 02_744_1394
Ongoing Project: 열린 회로(Open Circuit) 안에서의 자유 ● 전자공학에서 열린 회로는 완전한 전도체에서 브레이크가 존재할 때, 어떤 저항체나 방해물에 의해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 열린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 회로는 전류가 온전히 통하는 닫힌 회로가 지니는 전도체로서의 완벽함을 상실하나, 그 대신에 무한대에 상응하는 자유로움과 저항적 불완전성을 획득한다.
이 전시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와 같은 열린 회로의 성질을 추구한다. 첫째, 이 전시에 등장한 작가들의 성향을 통해서이다. 그것은 이 전시에 포함된 작가들이 모두 완전한 닫힌 회로 안에서 자신의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열린 회로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 방식을 찾아내기 위한 모험을 주저하지 않는 작가들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둘째, 전시의 디스플레이 방식이다. 이 전시는 프로젝트나 작품의 지금만이 아니라 과거와의 연관성 또는 작품의 맥락을 폭 넓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품 옆에 옛날 작품들을 슬라이드로, 또는 자료전의 형식으로 보여 주는 방식을 취하거나, 작품을 위해 사용된 소품이나 계기가 된 사물, 작품에 대한 작가 자신의 텍스트를 함께 전시하는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 또한 과거뿐만 아니라 동시에 미래로의 진행 가능성을 보여주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셋째, 이 전시의 궁극적 목적이 열린 회로적 성향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 전시는 이제까지 한번도 전시된 적이 없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 또는 전시된 적이 있으나 현재 계속 진행 중인 프로젝트(Ongoing Project)나, 아직 어떤 과정 중에 있는 작품(work in process)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 전시에서 보이고자 하는 중요한 것은 완성된 결과물, 즉 물건(object)으로서의 작품이 가지는 닫힌 회로(Closed Circuit)적 완전함이 아니라 그 프로젝트 또는 작품이 가능하게 된 배경과 개념이 가지는 열린 회로적 불완전성 또는 무한한 잠재성이다.
인류가 동시에 가지는 열린 회로와 닫힌 회로적 성향에 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상의 모든 전쟁에서부터 사람들간의 사소한 충돌이 이념이나 종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열린 회로적 사회와 닫힌 회로적 사회의 싸움, 즉 호환성이 없는 두 회로간의 격돌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종교적 광신도들의 세계는 닫힌 회로적 성향으로 인해 완벽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그들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질문에 대해 답변이 제공되는 닫힌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신도의 세계는 어떤 면에서 모든 것이 쉽고 명확하다. 믿음을 가지고 있는 한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열린 회로에서는 사물들이 불완전하다. 거기에는 많은 혼란과 결점들이 존재한다. 열린 회로 속의 사람들은 행복한 대신에 대부분의 경우 좌절하고 슬픔에 빠진다. 그러나 적어도 사물들은 열려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의 상태(State of mind)를 선택하여 살아가려고 하는가 하는 점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쉽고 완전한 닫힌 회로인가? 혼란스럽지만 자유로운 열린 회로인가?
이 전시를 통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동시대(Contemporary)미술 작가들이 열린 회로적 성향을 선택함으로써 겪게 되는 마음의 상태이다. 동시대 미술에서는 완성된 작품의 형태보다도, 그것이 어떤 컨텍스트(context)를 지니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작가의 마음을 엿보고 작품이 어떤 컨텍스트를 지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 이 전시를 통해 시도하려고 한 또 다른 점은 오늘날 대다수의 그룹 전시가 가지는 딜레마에서 벗어나서 작가의 작업적 독립성을 확립하면서도 큐레이터가 작품들에 대한 전통적인 해설자로서의 역할로 개입하고,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해석을 위해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열린 전시 형식을 모색하려고 한 것이다. 즉, 이 전시에서는 작가와 작품의 관계, 작품간의 관계(전체 프로젝트에서 전시된 작품이 가지는 위치), 작가(작품)와 큐레이터의 관계, 작가(작품)와 관객의 관계, 작가와 작가의 관계와 같은 열린 구조를 강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완성된 작품의 전시라는 닫힌 구조는 답답하고 관객의 몰입을 어렵게 하는 점이 있다. 어떻게 이 닫힌 구조에서 벗어나 열린 회로(open circuit)와 같은 전시를 만들 것인가? 하나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관객 스스로 관찰하고, 예측하고, 사고하며, 작가의 다음 작업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이 전시는 큐레이터와 작가가 협력하여 열린 구조의 전시를 만들어 작품들이 프로세스 안의 구성체로서의 생명력을 가지며 힘을 가지게 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 정윤아
Vol.20041107a | Ongoing Project: Open Circui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