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김범수_박세연_박종옥_석태진_한재철 프로젝트 팀 '클럽가다가'_송호은_이경미_이주원_임해민_황지윤
갤러리 꽃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번지 B1 Tel. 02_6414_8840
문자-자유로운 실험을 통한 눈 맞추기 ● '문자와 형상'전은 기록과 소통의 기본적 요소인 문자에 대한 단상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으로 구성된 전시이다. 갤러리 꽃은 개관 당시부터 한국성을 표방하는 대안공간으로서 주력을 다 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성에 대한 의미는 소극적인 것이 아닌 적극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의 것으로, 이번 기획전 역시 그 의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 원광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서예를 전공하고 전북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범수와 계명대학교에서 서예를 전공한 석태진,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박종옥과 부산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한재철, 교학사의 북 디자이너 박세연 등이 참여한 것은 장르를 넘어선 다양한 언어 찾기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금번 전시에 참가한 프로젝트 팀인 '클럽가다가'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송호은, 이경미, 이주원, 임해민, 황지윤)로 구성된 그룹으로 신선하고 다양한 표현들을 선보이고 있다. ● 김범수는 그의 작품 '문자놀음'에서 문자를 이루는 낱낱의 요소들을 해체시킨 뒤 문자적 이미지로 구체화하여 의미전달기능에 국한되었던 '글씨쓰기' 행위를 문자의 의미가 아닌 시각적 의미로 표현하였으며 '빠름의 정취'는 오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유지되어온 필세론의 여러 규준들 중에서 날아오르려는 듯한 극적인 동세에 집중하여 오직 '빠름'이 가져다주는 인상과 느낌, 그리고 그 정취에 대한 주시를 유도하는 작품이다. 결국 이 작품은 작가가 생성과 변화라는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문자요소를 추상화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석태진의 작품 '유어'는 전시 공간 한가운데 바람처럼 출렁이며 숨쉬듯 반응하고 있다. 투명한 필름지에 초서로 쓰여 진 여러 장의 글씨들은 언어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와 이면에 가려진 다양한 각도의 의미전달을 부추기며 한데 엉켜 보이다가도 제자리를 지키며, 문자와 형상사이의 경계에서 절묘하게 명상하고 있다. ● 박종옥은 사찰에 가면 흔히 접하게 되는 시주기와에 적힌 익명의 염원을 화면에 옮겨와 한 점, 한 점 지워가며 현실과 저 너머의 세계에 대한 창을 열어주고 있다. ● 한재철은 오늘날 영어가 갖고 있는 현실적 위치가 한글의 그것보다 우월하다는 전제 하에 문화가 상대적이며 동등한 것임을 'LOVE'와 '사랑'이라는 문자의 형상으로 나타내었다. 결국 그는 'LOVE'와 '사랑'을 통하여 문화적인 종속이 세상을 지배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 박세연은 명패처럼 걸려진 사각형의 블록 위에 박제화된 언어의 단상들을 펼쳐 보이고 있으며, 언어가 가지는 굴곡이나 글자의 다양한 서체가 주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프로젝트 팀 '클럽가다가'의 송호은은 오브제를 통한 설치의 방법으로 고정된 단어의 가치를 형상으로 구체화 시켰다. 그의 작품 '텅'이나 '부릉부릉'은 고정된 이미지의 형상을 가지고 문자에 대한 고유 감성을 자극하여 관객에게 상상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서 그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이경미는 여고때 동성으로부터 받은 미묘한 내용의 편지들을 회상하듯 영상으로 풀어주고 있으며, 이주원은 사람들의 상태나 심리가 가장 진솔히 표현된 낙서를 소재로 '읽을 수 있는 이미지'나 '그려지는 글'을 표현해 내고 있다. 임해민은 글과 그림이라는 두 가지 매체를 통하여 의미전달을 하는 만화를 통해 만화 속 인물의 말 풍선 대사, 또는 특정한 단어를 지움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을 작업화하고 있고. 황지윤은 문자의 모양으로 여러 뜻을 지니고 있는 이모티콘을 통해 문자의 기능과 확장된 새로운 소통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유로운 창작만이 진정한 예술의 가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실험적인 작업을 시도하는 젊은 작가들의 행보는 가히 바람직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다 젊고 창의적인 공간의 형성과 그에 상응하는 작가들의 귀추가 주목되며 그들의 노력은 무분별한 인습의 계승이나 전통의 단절이 가져온 한국의 정체성 부재의 문제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 김지호
■ 한국화 대안미술문화공간 갤러리 꽃에서는 한국화 전공 작가분들의 포트폴리오를 접수받고 있습니다.
Vol.20041106b | 문자와 형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