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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022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동율_김상곤_김우영_김현성_박경일_변순철_양현모_한홍일
관람시간 / 11:00am~07:00pm
대림미술관 서울 종로구 통의동 35-1번지 Tel. 02_720_0667
패션 사진 B ● 한 컷의 결정된 컷, 이른바 상업사진에서 말하는 A컷을 위해 보통 수십 장의 사진들을 찍는다. 그만큼 선택되지 않은 다수의 B컷 사진들이 현장에서 넘쳐나고 쌓여간다는 말이다. 패션사진의 경우 그만큼 정확하고 분명한 시각적 이미지 전달이 관건이 되기 때문에 그 선별의 과정이 다른 사진들 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혹은 다른 식으로 고려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이런 선별의 과정은 상품미학의 부각이라는 그 분명한 위상으로 인해 사진가의 결정만큼이나 외적인 논리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논리들이 종종 개입된다. 그만큼 패션사진은 현실화 된 논리의 한 복판 위에 있는 셈이며 그런 이유로 상업사진이라는 레테르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감각적이고 효과적인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가능성을 위해 동시대 대중문화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접목시키기도 하고 예술사진의 문법과 실험을 차용하는가 하면 반대로 대중문화와 예술사진의 발전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주면서 그 무딘 경계를 부단히 무너뜨려 왔다. 그러나 그 다양한 가능성과 현실성의 논리는 아직 행복한 화해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아직까지 패션사진은 현실적인 시스템의 논리가 관철되는 상업사진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 역시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간혹 너무 비슷한 분위기와 형식의 패션사진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데 그 혐의를 우선 패션사진 특유의 시스템에서 기인하는 선별의 논리에서 찾고자 했던 것이 이번 전시의 출발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으로부터 자유로운 사진이란 측면에서 B컷 사진을 주목했다. 우리의 관심은 선별되지 않은 그래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B컷 패션사진들이며 이를 통해 거꾸로 A컷으로 의미화 된 종래의 패션사진이 갖는 의미를 되물어 보고자 한 것이다. 아울러 현장의 다양한 느낌을 더 많이 살리고 있는 B컷 사진들을 통해 패션사진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도모하고 싶었던 것도 기획의 한 이유였다.
B컷으로 보다 ● 최종적인 선택 과정에서 누락된 사진을 의미하는 B컷 사진들은 우선 아카이브라는 측면에서 패션사진의 두께를 그대로 드러낸다. 모든 패션사진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B컷과 함께 한다는 면에서 이들 B컷 패션사진들이야 말로 역설적으로 패션사진의 현실이고 생생한 현장인 동시에 도큐먼트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패션사진의 가시성의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패션사진의 비가시적인 측면이기도 하다. 결국 가시성의 구조라는 것은 특정한 가시성을 결정하는 선별과 배제의 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긴 하지만 이들 '날 것' 같은 B컷 사진들은 동시에 패션사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 전시는 좀더 발전적인 패션사진의 가능성을 위해 최종컷으로 결정되지 않은 B컷 사진들은 물론 더 넓은 의미에서 발표되고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 역시 포함하고자 했다. 물론 그 전제는 패션사진 작가들의 예술사진이 아니라 패션사진 현장에서 다른 식으로 자유롭게 찍은 사진들이다. A컷이 없다는 의미에서 이들 사진 역시 B컷으로 묶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한된 조건 속에서 더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진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진들은 상업사진에 따라붙는 현실성의 논리를 벗겨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좀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패션사진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사진들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런 B컷 사진들이 갖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종래의 패션사진의 문법과 현실에 대해 생각해 봄으로써 보다 넓은 패션사진의 가능성을 그려보고자 한 것이다. 전시의 내용이 될 B컷 사진들은 각각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최종적인 이미지로 선택받지 않은 사진들이 될 것이지만 기술적인 완성도 때문에 선별되지 않은 사진들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 전시가 단지 완성도가 떨어진 사진전을 의도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외의 이유 예컨대 특별한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서 내적인 완성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정되거나 발표되지 않은 사진들을 통해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패션사진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아울러 훨씬 더 자유로운 작가의 스타일이 뭍어나오는 사진들, 좀처럼 보기 힘든 패션사진의 다양한 느낌들을 전하고 그 무대 전후의 전경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사진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일상적으로 대하던 패션 사진이 아닌 좀더 다른 패션사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했다.
더 나은 A컷을 위한 ● 이번 전시는 현재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8인의 패션사진 작가들의 미공개 B컷 사진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단순히 B컷 사진이라는 개념을 해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진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B컷 사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살펴볼 수 있는 B컷 사진들은 전체적으로 종전의 패션사진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상이한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B컷 사진들은 거칠게 묶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작가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개성을 담고 있으나 현실적인 요인에 의해 선택되지 못한 사진들을 들 수 있다. 실험적인 완성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패션사진에 대한 인식 때문에 배제된 사진들이다. 예컨대 작가의 주관적인 시선을 통해 포착된 사진들, 패션 혹은 상품이 분명하게 부각되지 않고 모호함과 애매성을 강조한 개인적 스타일의 작업들, 전통적인 패션사진의 어법과 매우 상이한 사진들이 이에 해당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부각시키고 싶었던 사진들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A컷이 담아내지 못하는, 더 나은 B컷 사진들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작가들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현장 사진들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들,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사진들이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우연하게 찍힌, 색다른 느낌의 B컷 사진을 들 수 있다. 우연하게 노출과 앵글 등이 안 맞았는데도 의도하지 않게 색다른 느낌으로 표현된 사진들이다. 그리고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노출 문제로 제외된 B컷 사진들을 들 수 있다. 패션사진의 경우 감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섹슈얼리티를 주요 코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장르보다도 훨씬 더 까다로운 선택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오버섹슈얼리티를 담고 있는 B컷 사진들 역시 패션사진의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일반적인 B컷 사진들, 곧 포즈, 시선, 앵글상의 문제들로 인해 배제된 사진들과 작품 선택을 위해 예비컷으로 찍은 폴라로이드들이 패션 사진의 안팎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보여질 작품들은 종래의 패션사진의 느낌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이미지들이다. 적어도 우리가 잡지나 화보로 대하던 패션사진들과는 다른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획 단계에서 예상했던 아주 다른, 그래서 색다른 가능성을 지닌 B컷 사진들을 많이 선별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다양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관행화 된 재생산의 구조가 많이 안착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도 패션사진의 일정한 한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전시가 현실의 구조를 단순 반복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라면 이번 전시가 좀더 많은 일반인들에게 패션 사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한 다양한 피드백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결국 이번 전시는 좀더 나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A컷 패션 사진을 위한 전시였던 것이다. ■ 대림미술관
Vol.20041028a | 패션사진 B_b컷으로 보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