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PICI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2-22번지 Tel. 02_547_9569
박경란 삶의 여정, 컴퓨터의 픽셀과 하나가 되다 ● 서양화가 박경란이 6년만에 10회째의 전시를 청담동에 있는 PICI 갤러리에서 가지게 되었습니다. 화가이자 교육가인 그녀가 종전에 하던 캔버스작업을 접고, 디지털의 비트세계에 들어가게 되었으므로 이제는 서양화가라고 소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이것은 바깥세상의 추이이기도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육현장과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하는 교육자로서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 순수화가였던 그녀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컴퓨터디자인이라는 교과목을 담당하게 됨으로서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비용을 들여서까지 아침저녁으로 컴퓨터 과외수업을 하고,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고자 한 결과의 합성물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50의 중반을 넘어 50대말로 넘어가는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디자인과 편집계통의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모두 통달을 하고, 컴퓨터를 떡주므르듯이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녀보다 연세가 젊으신 교사들도 컴퓨터에 적응이 어려워 조기 명퇴를 하는 것이 즈음인 세간에 그녀는 그녀의 일생이 그러하였듯이 항상 어려운 역경을 자신의 일생의 당면하고도 정당한 진로로 적극적으로 오히려 역전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예술작업은 항상 그녀의 교사로서의 과정과 하나로 일치합니다. 과정이 교사로서의 직무라면 예술은 그것을 받치는 힘이요, 그것을 귀결시키는 결과입니다. 항상 자신의 삶의 현장은 예술이 되어서 나타났고, 거기에 성실성과 예술가로서의 정렬은 소박하고도 지속적인 정렬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소박하고도 당연한 일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세상은 그러나 정직을 용인하지 않기도 하고, 그 소박한 삶 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합니다. 그러한 그녀의 노력도 학교 행정과의 충돌로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채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그녀의 이야기는 얼마전에 인테넷에 "어느 여교사의 일기"라고 하여 네티즌사이에 뜨거운 반응과 토론을 일으키기도 하였고 여전히 미완의 토론으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 그러기에 우리는 여기에 거창한 디지털 미학과 디지털 시대의 전환하는 감수성을 역설하기보다는 자신의 삶과 유리되지 않는 박경란의 예술을 보게 됩니다. 디지털로 감성하고 발견해야 하는 이 시대의 변환하는 환경과 일치된 예술을 보게 됩니다.
이것은 현대예술이 그토록 추구하고자 열망하던 일상성의 스페타클이기도 합니다. 전에는 거대도시의 거리에서 그 정신을 찾고자 하기도 하고, 혹은 작가들의 행위와 퍼포먼스에서 추구되기도 한 것이 이제는 비트와 픽셀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지 못하고, 시간성에서 흐르는 공간을 보고, 공간에 시간을 엮는 컴퓨터와 픽셀의 집합 속에서 이루어지는 선과 색, 형상과 비형상의 모든 스펙타클을 봅니다. ● 이것은 구체적이지만 동시에 완전히 임의적이고, 창조적이지만 동시에 전적으로 익명적이며, 재현성을 드러내지만 완전히 비재현의 세계를 공유합니다. 화소단위인 픽셀의 언어단위로서 0과 1은 그 사이에 무한의 언어를 담고 있어서 0도 1도 아닌 것이며, 동시에 1과 1 모두인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지이자 언어입니다. 모두가 픽셀화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픽셀은 곧 우리의 눈이자 손이 되는 것입니다. 전에는 손으로 그리고 눈으로 감상하였지만, 이제 픽셀의 우리의 눈과 손을 대치합니다. 그 픽셀의 수십만 단위에 우리의 눈과 손이 모두 도달하여있는 것입니다.
우리와 그녀의 이러한 전자적 일상과 환경은 또한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의 장chaper 들입니다. 후기현대예술과 여성예술, 그리고 문학에서 추구해마지않던 오토-바이오그라피적 자전일기입니다. 자기-스스로에게로 향하고, 자기-애정의 드라이브를 가지며, 스스로의 텍스트에서 주체를 소외시키지 않는 그러한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회화이고 드로잉이지만 동시에 텍스트입니다. ● 그리하여 우리는 박경란의 예술에서 우리가 그 전환을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적 감수성의 확장과 그로 인한 우리 시대 미학의 전도까지도 어려울 것 없이 목도하게 됩니다.
그러한 자신의 세계를 박경란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제작기법은 비트아트입니다. 비트아트란 컴퓨터상의 0과1의 세계인 100% 컴퓨터 상에서 이루어진 컴퓨터드로잉 아트입니다. 물론 컴퓨터드로잉이란 언어는 제가 만든 격이지요. 컴에서 드로잉 하다보니 마땅한 용어도 없고 해서 스스로 언어를 만들었고... ● 그 곳에서 매일매일 생활일기로 그날그날 드로잉 했습니다. 컴퓨터드로잉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땅의 전시공간이 아닌, 비트의 전시공간으로 실재가 존재하기보다는 환영의 틈바귀로서입니다. ● 그리고 나는 이것을 하나의 문화 대안 현상의 전시공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환영이 실재하기 위해서는 수 억장을 복사하고, 수 억장을 프린트해도 첫 화면과 같은 디지털 화면... 첫 장과 같은 디지털 프린트가 넘나들겠죠. ● 복제가능 아트이기에 서명이 중요하고 그림은 곧 서명이라는 인식이 내 의식에는 자리하고 있습니다" ■ 신방흔
Vol.20041027c | 박경란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