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 Nature of Pearl

박희섭 회화展   2004_1007 ▶ 2004_1031

박희섭_Mother Nature of Pearl_2004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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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007_목요일_06:00pm

갤러리 도올 서울 종로구 팔판동 27-6번지 Tel. 02_739_1405

두 가지 작업... ● 박희섭의 작업과정은 크게 한지로 배경을 만드는 작업과, 이미지인 나전을 붙이는 작업으로 나뉜다. 이 두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인내를 요하는데, 우선 한지에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여 다소 강렬하게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나전의 가는 조각들을 수백ㆍ수천의 선 또는 점으로 겹쳐 하나하나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미지를 형성해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화면은 다소 절제된 이미지에 바탕색과 나전의 광채가 대치된 평면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 듯, 원색평면에 나전이 눈부시도록 나열된 작품 앞에 서면, 때로는 조화를 이루는 홍조로 일몰의 반짝이는 잔잔한 수면이 펼쳐지고, 때로는 밤하늘 끝없는 우주의 광채를 쏟아질 듯 화면 안에 담고 있다.

박희섭_Mother Nature of Pearl_한지에 자개, 안료, 염료_23×23×2cm×9_2004
박희섭_Mother Nature of Pearl_한지에 자개, 안료, 염료_70×70×4.2cm×3_2004
박희섭_Mother Nature of Pearl_한지에 자개, 안료, 염료_52×148×4.2cm×2_2004

Mother Nature of Pearl... ● 이렇듯 물과 하늘을 소재로 찾는 이유는 작업의 대전제가 '자연의 영원성'과 '꿈'이기 때문으로, 일련의 그의 전시제목을 살펴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직설적으로 영생을 꿈꾸던 '장생의 꿈'에서 '자개인'을 거쳐 이번 전시는 'Mother Nature of Pearl'로 Mother of Pearl(자개)과 Mother Nature(위대한 자연)를 합성하여 보다 더 명확하게 자신의 작업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희섭_Mother Nature of Pearl_한지에 자개, 안료, 염료_100×100×4.2cm×2_2004
박희섭_Mother Nature of Pearl_한지에 자개, 안료, 염료_100×100×4.2cm_2004

영롱하게 반짝이는... ● 작가는 재료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양화 전공자라면 지필묵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그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의 표현에 가장 적정한 매체를 찾고 있는 과정으로써, 즉 자신의 긴 작업여정에 조형적 실험의 한 방편으로써 현재는 나전을 이용하고 있다. '나전(螺鈿)'은 무지개 빛을 발하는 특유의 색광(色光)현상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장인들에 의해 특정 공예품 위주로 많이 사용되어왔으나, 작가는 동양의 정신이 담긴 현대회화의 표현 매체로 전용(轉用)하고 있다. 수년동안 바다 속에서 시간을 섞어가며 자신을 키우던 자개의 내력을 읽어나가듯 정성스럽게 작가는 그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나전은 화면의 바탕과 조화되게 균질적으로 표현되며, 이미지는 되풀이되는 것 같으면서도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 리듬이 생긴다. 아주 섬세한 감정이 필요한 이 작업은 붓으로 그린 선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작품의 추상성도 확보될 뿐만이 아니라, 각각의 과정에 따라서 결과가 항상 달라진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전통과 현대, 수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독특한 회화적 화면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박희섭_Mother Nature of Pearl_한지에 자개, 안료, 염료_70×70×4.2cm×2_2004
박희섭_Mother Nature of Pearl_갤러리 도올_2004

집으로 가는 길... ● 나전에 대한 작가의 기억은 유년시절 집으로 가는 길에 늘 거쳐가게 되는 나전공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틈날 때마다 남의 일기장을 들춰보듯 진열장에 앞에 서서 현란한 문양과 색으로 치장한 나전의 아름다움을 추억 속에 한 장면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깊은 아름다움은, 속에 깊숙이 감추어져서 그저 맑은 사람들만이 겨우 알 수 있는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듯 유년의 작가에게는 나전은 그렇게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 이제는... ● 도시는 인터넷의 속도로 움직여야 살아남을 것 같은 몽환이 현대인의 사고구조를 지배하면서 날마다 삶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있다. 기계화되고 획일화 된 도시, 문명, 자본주의의 현혹 속에서 과연 예술가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까? 박희섭의 작업은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인 것 같다. 도시의 공허함을 화폭에 담기보다는, 일면에서 치유로서 생명의 본성대로 영생을 누리는 자연을 작업의 대상으로 한 것이다. 생태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였던 소설가 장 지오노(Jean Giono)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끊을 수 없는 수만 겹의 거미줄로 자연과 연결 된 존재임을, 우주의 질서와 인간 사이에는 심오한 일치가 존재함을 이야기해 왔던 것처럼 말이다. ■ 오성희

Vol.20041007a | 박희섭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