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스며듦_My Diary Ver. 1.0

이준원 개인展   2004_1006 ▶ 2004_1012

이준원_마음에 환기하다Ⅱ_면에 커피로 염색 후 바느질, 스크린프린트_95×100cm_2004

초대일시_2004_1006_수요일_05:00pm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우리는 늘 시간과 함께 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시간은 지속적인 흐름을 갖고 우리의 일상을 통해 비로소 그 존재를 드러낸다.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접촉들을 시작으로 그것에 대한 미세한 반응들... 우리는 그것을 시작으로 각자 다른 경험들을 영위해간다. 같이 한 시간의 흐름만큼 쌓여 가는 일상. 그 안에는 무엇보다도 솔직한 나를 담고 있다. 그 일상이라는 것이 진부함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그 안에 나의 시작점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 시작점을 찾는 일은 매우 섬세할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일어난 모든 만남은 작은 부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일상 속에 내재된 조형언어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발견한 자신만의 키워드를 가지고 일상을 흔적들로 기록해 표현해 나간다. 이번 전시에서 일상을 담아낼 나만의 키워드는 바로 커피와 면 섬유가 된다.

이준원_자취Ⅰ_면에 커피로 염색 후 바느질_160×160cm_2003

본인이 설정한 시간과 재료의 속성 안에서 만들어낸 이 흔적들은 시간의 흐름이 순차적으로 쌓인 올 오버 (all over)적인 화면 구성의 색면들이다. 이러한 조각들을'하나'의 기본 단위로 시작해 결국 '전체'라는 또 하나의 큰 단위가 될 수 있도록 배치하여 하였다. 이것은 작은 하나가 모여, 다른 하나의 큰 단위를 생성해 가고, 그것이 시간의 흐름을 통해 또 하나의 작은 단위가 되어 쌓여 가는 우리의 경험, 그 자취들과 비슷하다.

이준원_마음에 환기하다Ⅰ_면에 커피로 염색 후 바느질, 스크린프린트_95×100cm_2004_부분

기록은 마음을 환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는 기억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기록하며 이로써 기억은 더 구체화되어 분명한 자신의 것으로 남게 된다. 기록은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인간은 마음 속에 환기를 시도한다. 시간이 축적되어 가는 동시에 그 사이에 남게 되는 흔적들을 조형 방법으로 기록함으로써 내 안의 기억을 환기하고자 시도한 작품이다.

이준원_남기고 또 다시 떠나다_면에 커피로 염색 후 바느질_150×150cm_2004_부분

일상의 흔적이라 함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과거의 흔적이 남는 것이고, 이것은 현재라는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현재 또한 미래의 존재 하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현재를 살아가면서 지나간 시간에 의한 흔적들을 남기게 되고, 그 과거를 흔적으로써 남기고 또 다시 쉼 없이 미래를 향해 떠난다. 계속해서 남기고 떠난다. 그것이 우리의 시간이다.

이준원_내 안으로부터_면에 커피로 염색 후 바느질, 스크린프린트_80×190cm, 가변크기_2004_부분
이준원_기억의 조각_면에 커피로 염색 후 바느질_300×80cm, 가변크기_2004

내 안의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순차적으로 쌓여가고 있지만, 그것을 회상하고 열어보는 것은 나의 의지에 의해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작품은 이러한 연상과정 그대로 나의 기억의 조각들이 나의 의지에 의해 서열 되고, 지워지기도 하면서 다시 기억으로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이다. 이 작품 내에는 본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는 이 섬유 조각들이 화면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 이 섬유조각들 간의 연결 방식에 차이를 두어 그 순서가 자의적으로 연결되거나 분리되기도 하면서 기억의 순서를 자유롭게 구성이 가능하다. 즉, 이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나의 기억만큼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는 '변형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확장 가능한 진행 상태로 열려 있다. 이로써 우리의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연상 과정을 보다 근접하게 형상화 하고자 한다.

이준원_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을 향해_면에 커피로 염색 후 바느질_150×130cm, 가변크기_2004

이처럼 본 작업에 이용된 주된 소재들은 시각적으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부분일지라도, 나의 일상 속에서는 보이는 것 이상의 필요 요소로써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들이다. 이 소재들을 적극 사용하고 그와 동시에, 본인의 일상 속에 작업을 투입시킴으로써 좀 더 근본적인 나(The I)를 찾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염색한 섬유 조각들을 바느질을 통해 이어가는 표현 방법은 섬유의 물질성이 가지는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작업 형태로서, 이것은 시간이 누적되는 우리의 시간처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본인의 작업은 모든 공간이 시간이 축적되는 회화적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것은 계속적으로 이어져 나갈 수 있는 비결정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또 다시 본인의 시작점이 되었다. 나(The I)를 찾고자 했던 이번 작업은 결국 나를 다시 시작하게 했다. ■ 이준원

Vol.20041006a | 이준원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