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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006_수요일_05:00pm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02_725_1020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즐겁지 않는 하루였다. 그들은 여전히 나의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를 심드렁하게 쳐다보며 놀려댔고 나 또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들의 화려한 날개 짓만 힐끗힐끗 훔쳐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화려한 인생에 대한 부러움을 조용히 뇌까렸다. 언젠가는 그들의 날개보다 더 화려하고 튼튼한 날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날고 싶다. 지금처럼 잘 걷지도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언젠가 어깨에서 날개가 돋아나면 자유롭게 해질녘 붉은 해변을 날아보고 싶다. 나는 세상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다. ● 이젠 나를 조롱하듯 하늘높이 날아오르는 그들의 오만함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 아니 그들의 화려함을 보면서 더욱더 약해지는 나의 모습이 싫다. 더 이상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세상과 격리할 수 있는 나만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몇날 며칠을 잠자지 않고 정성스럽게 실을 뽑고 또 뽑았다. 수일이 지나 나는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었다. 겹겹이 쌓은 나의 새로운 안식처는 따뜻하고 편안하다.
나는 밤마다 화려한 날개 짓을 하며 힘차게 창공을 날아오르는 꿈을 꾼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지나 언젠가 이른 아침 깊은 잠에서 눈을 떴을 때 야릇한 통증과 함께 나의 어깨에 날개가 돋아날 것이다. 겹겹이 쌓인 껍데기를 벗고 갑갑하고 좁은 나의 집을 떠날 것이다. ● 때론 나의 욕망과 좌절이 수십 번씩 왕래하면서 꿈을 포기해야 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껍질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면서 깨어 나가길 끊임없이 갈망하면서도 기다림과 무기력함에 지치고 질려버린다. 가다리고 또 기다리며... ● 늦여름 어느 이른 아침에 나는 어깨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다. ■ 차은진
Vol.20041004a | 차은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