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리기

차은진 개인展   2004_1006 ▶ 2004_1012

차은진_long-awaited09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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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006_수요일_05:00pm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02_725_1020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즐겁지 않는 하루였다. 그들은 여전히 나의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를 심드렁하게 쳐다보며 놀려댔고 나 또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들의 화려한 날개 짓만 힐끗힐끗 훔쳐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화려한 인생에 대한 부러움을 조용히 뇌까렸다. 언젠가는 그들의 날개보다 더 화려하고 튼튼한 날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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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진_on the ground99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4
차은진_be getting warm157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4

날고 싶다. 지금처럼 잘 걷지도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언젠가 어깨에서 날개가 돋아나면 자유롭게 해질녘 붉은 해변을 날아보고 싶다. 나는 세상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다. ● 이젠 나를 조롱하듯 하늘높이 날아오르는 그들의 오만함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 아니 그들의 화려함을 보면서 더욱더 약해지는 나의 모습이 싫다. 더 이상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세상과 격리할 수 있는 나만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몇날 며칠을 잠자지 않고 정성스럽게 실을 뽑고 또 뽑았다. 수일이 지나 나는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었다. 겹겹이 쌓은 나의 새로운 안식처는 따뜻하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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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진_long-desired90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4
차은진_on the free01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4
차은진_with the sky01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4

나는 밤마다 화려한 날개 짓을 하며 힘차게 창공을 날아오르는 꿈을 꾼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지나 언젠가 이른 아침 깊은 잠에서 눈을 떴을 때 야릇한 통증과 함께 나의 어깨에 날개가 돋아날 것이다. 겹겹이 쌓인 껍데기를 벗고 갑갑하고 좁은 나의 집을 떠날 것이다. ● 때론 나의 욕망과 좌절이 수십 번씩 왕래하면서 꿈을 포기해야 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껍질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면서 깨어 나가길 끊임없이 갈망하면서도 기다림과 무기력함에 지치고 질려버린다. 가다리고 또 기다리며... ● 늦여름 어느 이른 아침에 나는 어깨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다. ■ 차은진

Vol.20041004a | 차은진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