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나무 地誌 1998-2003

이옥련 개인展   2004_1006 ▶ 2004_1105

이옥련_도토리 나무 地誌(Oak Trees Cartography)_사진, 설치, 오브제_1998~2003 이옥련_도토리 나무 地誌 작업 중 Wittenberge_컬러인화_58×91cm_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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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006_수요일_07:00pm

키미 서울 종로구 평창동 479-2번지 Tel. 02_394_6411

이번 전시는 1972년 앙데팡당展의 회원으로 활동하다 기점으로 파리비엔날레,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참가하는 등 왕성한 활동과 함께 1984년 이후부터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옥련 씨의 사진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한국과 독일 두 이질적인 국가에서 경험했던 '문화적 차이'와 그로 인한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1995년 독일문화원과 1998년 금호미술관에서 실현했던 『글로벌 인터숍 Global Intershop』을 시작으로 금번 전시에서도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인터숍 Global Intershop』이란 지구상 각 국가가 서로 제한 없이 자기나라의 물건을 파는 열린 상점을 칭하는 것으로, 독일문화원에서 선보였던 이 작업에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수집한 물건들과 상표들이 배치되었습니다. 문화비교학적 측면에서 수집된 이들 물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 색과 황금색이 주종을 이루는데, 작가의 말을 빌자면 '담배, 차 등 국제적으로 공용되는 기호품의 경우 대개 포장지 색깔은 붉은 색과 황금색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입니다.

이옥련_혼합물(Mixturen)_사진, 설치, 오브제_1998~2003 이옥련_혼합물(Mixturen) 작업 중 F-Katzbachstr_컬러인화_50×75cm_1998

금번 전시에서는 이 문화들 간 차이와 정체성이 자연 -도토리나뭇잎, 식물원, 과일즙 등-이라는 거울을 통해 제시됩니다. 금번 전시의 3개 사진 시리즈 중 『도토리 나무 地誌 Oak Trees Cartography, 사진, 설치, 오브제 1998-2003』는 한국과 독일 또는 독일 내에서도 각 지방과 지방의 특수한 풍토에 따라 형태, 크기, 색채가 각각 다른 도토리나뭇잎을 수집하여 그 서식 분포 지도를 그려나간 사진들입니다. 한국에서는 '떡갈나무'로, 독일에서는 'Eichenblatter'로 불리 우는 그것은 '떡갈나뭇잎들'의 대체적인 속성으로 형태, 빛깔, 크기 면에서 서로 유사한 꼴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잎사귀들은 한 나무의 한 가지에서 자라는 잎이라 할지라도 실제의 모양은 제 각각이어서 하나의 정형으로서 떡갈나무로 상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도토리 나무(일명 떡갈나무)라고 명명된 나무라면 그 잎 모양이 모두 일정하리라는 상식과 달리 유독 그 다양함에 놀란 작가는 그 이후부터 도토리나뭇잎을 독일 각 전역에서 수집해왔습니다. 이 수집과정에서 작가는 풍요한 시골보다는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에 더 많은 종류의 도토리나무들이 생존한다는 '사실Fact'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도토리 나뭇잎들의 차이를 가려내는 행위는 대단히 엄숙하기까지 해서 마치 일종의 '다름Difference'의 인식을 일깨우는 의식에 비교할 수 있다 합니다. 그리고 이 다름은 관찰, 수집, 분류, 배치와 같은 유형학적 방법론을 통해 제시됩니다. 그 형태는 도토리 나무들의 이미지를 일정 크기의 프레임으로 잘라 반복적으로 배열하거나, 실제 도토리나뭇잎의 모양을 고무로 떠서 벽면 가득히 부착시키게 됩니다. 관람자는 이러한 전시 배치를 통해 그것들을 상호 비교하여 어떤 유사성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한 편 사진이라는 매체는 이 다름을 지각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장치로서 다큐멘트의 기능과 어떤 심미적 효과를 환기시키는 인터체인지 지점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각 도토리나뭇잎을 근접렌즈로 촬영하여 확대한 화면에 그것이 서식하고 있는 주변 환경-도심, 공원, 깊은 숲 속 등-을 중첩시키는 복합노출을 통해 기록의 객관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그러나 일견 식물학적 보고서라 할 작업에서는 시적 분위기가 환기되고 있는데, 가령 가로수에 서있는 한 도토리나뭇잎에 복합 노출된 순간적 장면에는 숲 속의 산책로와 산책객이 비추어지기도 하며 보는 이의 시선을 화면 깊숙한 곳으로 이끌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컴퓨터 상에서 어떤 터치가 가해진다는 점에서 작가의 미적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암시될 것입니다. 작가의 판단으로는 이 작업을 다큐멘트 또는 예술사진으로 보여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형식적으로는 도토리 나뭇잎들에 대한 정보와 기록 저장고로서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이번 전시에서 이 엄중하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지각하거나 또는 사진이 주는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관람자의 판단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이옥련_혼합물(Mixturen)_사진, 설치, 오브제_1998~2003 이옥련_혼합물(Mixturen) 작업 중 Mixturen Serie_컬러인화_50×75cm_1998

3 개의 사진 시리즈 중 『혼합물Mixturen』은 세계 각지 또는 도시에서 생산되는 과일쥬스를 일정비율로 혼합, 복합노출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각 과일쥬스들의 각 고유색의 혼합하여 다양한 색채 스펙트럼을 만들어 가게 되는데, 즉 과일 쥬스가 담긴 병을 단순한 색 면들로 환원시켜 일정한 크기로 나란히 놓았을 때 그것은 다양한 색과 빛을 반영하는 하나의 지시물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색채 스펙트럼의 반경을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이 작업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복수적 차이들을 관람자가 지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우리가 『혼합물Mixturen』에서 주목할 점은, 세계 각지 또는 도시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소비하는 만큼 도시에 몰려드는 세계 각지의 다른 인종들의 혼성처럼 서로 섞여 또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생성하게 되는 과정과 그 소비의 과정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옥련_만화경(KALEIDOSCOPE)_사진, 오브제, 설치_1998~2003 이옥련_만화경(KALEIDOSCOPE) 작업 중 Dahlien in Britzer Garten_컬러인화_91.4×130cm_2000

『혼합물Mixturen』사진 시리즈에서 실험되는 혼합은 만화경(KALEIDOSCOPE)라 지칭하는 일련의 사진 시리즈에서 모든 사물이 자기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무정형의 혼성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작가에게 독일의 도시에 있는 식물원은 다양한 종류와 기원들이 있는 일종의 소우주와 같은 장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대화 중에 인상주의 화법과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이번 작업에서 우선 색광의 만화경이 시선을 끌게 됩니다.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한 필름 위에 선명하게 또는 불선명하게 여러 번 교체해서 사용하는 복합 노출과정을 통해 시각적 상들은 겹쳐질수록 고유의 형태를 점차 상실해가고 종국에는 거의 화면을 덮는 추상화에 가까워집니다. 문화란 기억의 축적이며, 기억 행위는 회상작용들이 중첩되어 이루어지듯이 사진촬영에서도 그대로 복합노출을 통해 여러 장면들을 중첩시키는 방법은 작가의 다음의 착상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대상을 찍는 사진에서 이 대상이 식별될 수 있는 각각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끝내는 마치 추상되어 가는 시각적 과정을 추적하는 것, 그리고 그 이면엔 지구화 시대를 전망하는 한 강렬한 시사, 만화경처럼 전개될 수 있는 제반 현상에 걸친 무한대의 혼성, 그로 인한 어떤 무정형의 효과를 암시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 KIMI

Vol.20041003c | 이옥련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