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미술의 만남

상호매체성의 미학   지은이_고위공

지은이_고위공 || 발행일_2004_1020 || 가격_18,000원 판형_신국판 || 쪽수_368쪽 || 도판_45컷|| ISBN 89-86353-96-2 || 도서출판 미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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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미술문화 서울 마포구 합정동 355-2번지 Tel_02_335_2964

"시는 말하는 회화요, 회화는 말 없는 시이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문학과 미술을 이렇게 표현했다. 또한 라오콘 논쟁에서 독일 미술사가 빙켈만은 문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바를 미술에서는 물리적으로 함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문학과 미술의 차이를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미술을 우위에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주장에 반해 레싱은 문학과 미술의 표현방식이 다름을 인정하면서 상상력이 풍성한 문학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다. 이처럼 문학과 미술의 관계에 관해서는 수많은 논쟁이 있었고 두 예술은 적대와 경쟁의 양상에서 발전해왔다. ● 하지만 그리스 시인 호라티우스의 "그림은 말 없는 시, 시는 노래하는 그림"이라는 말처럼 문학과 미술은 예술표현에 있어 동질성을 갖고 있다. 문화와 문명이라는 한 배에서 태어난 자매 같은 두 장르는 서로의 교류를 통해 보다 풍성한 유희공간을 창출해내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노래하는 시인, 한 폭의 비단에 시화를 담던 우리 사대부의 풍류, 문학작품을 영상 스크린에 펼쳐 보이는 연출가의 노력이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더욱 명료하게 만든다. 이 대화는 독자와 관찰자에게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열어준다. 저자는 두 표현매체의 상호보완성을 연구하여 새로운 매체미학의 영역을 개진한다. 이것은 다매체 문화를 파악하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 도서출판 미술문화

르네 마그리트_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_캔버스에 유채_1929

사색의 장을 넓히다. ●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한 파이프 시리즈는 형상과 문자의 결합으로 새로운 표현세계를 창출한다. "회화언어는 우리의 관습적 개념과는 어긋나는 방식으로 사물을 서로 결합시킴으로써 신비감을 조성해낸다." 그의 파이프 그림에서 이러한 그의 의도가 잘 나타나 있다. 이 유화에는 커다란 파이프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부정문이 적혀 있다. 분명 그림 속에 담긴 것은 파이프인데, 왜 그것이 파이프가 아니란 말인가? 마그리트는 이러한 역설과 모순을 통해 그림과 이미지에 관한 기존관념을 깨뜨린다. 그에 의하면 문자언어란 단순히 사물을 지칭하는 기호가 아니며, 형상은 사물과 세계의 질서를 대신하는 상징이 아니다. 회화란 사고와 토론을 일으키는 사건이며 행위이다. 그림 속에 그려진 현재의 파이프 상 보다는 실재의 파이프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관찰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파이프의 실체를 찾게 된다. 작가는 이것을 '어떤 다른, 감추어진 대상'이라 부르고 있다. 가시적 대상에 머물러있던 감상자의 눈을 비가시적 대상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마그리트 회화는 형상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기에 의존했던 미술의 영역을 사고의 차원으로 이행시킨다.

반 고흐_까마귀가 있는 보리밭_캔버스에 유채_1890

어떤 그림 아래로까마귀 뒤덮힌 보리밭 물결. / 어느 하늘의 푸르름인가? 아래인가? 위인가? / 영혼에서 튕겨나온 때늦은 화살. / 보다 강렬한 울림. 보다 가까운 타오름. 두 개의 세계. ● 전후 독일의 시인 첼란의 시 「어떤 그림 아래로」는 고흐의 「까마귀가 있는 보리밭」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이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시인의 내면의 감정이 화가와 일치됨을 느낄 수 있다. 첫 행은 단아하게 그림의 풍경을 훑어낸다. 화가 특유의 불안이 담긴 보리밭의 출렁임과 까마귀 떼의 비상이 단 한 줄의 시행 속에 여며진다. 2행과 3행은 시인 자신의 작품해석이다. '두 개의 푸른 하늘'과 '영혼의 화살'은 화가와 시인의 내밀의 일치를 확인시키며 4행은 이에서 한걸음 더 나간 시인의 지각적 고백을 담았다. 음향의 '울림'이 강할수록 시각의 '타오름'은 가까워진다. 두 개의 세계는 하나로 만난다. ● 문학과 미술, 문자와 형상의 교류는 무한하다. 미술은 문학에, 문학은 미술에 서로 영향을 미친다. 마그리트는 회화형상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하고, 첼란은 서정언어에 말할 수 없는 것을 그려낸다. 이 두 예술가는 이웃예술에서 스스로의 표현공간을 발견하였다. 이것이 텍스트와 형상의 상호보완의 기능이다.

지은이 ● 고위공은 1944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문학과와 동대학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독일 튀빙엔 대학교에서 표현주의 시인 트라클의 서정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귀국 후 홍익대학교 독문학과와 대학원 미학과에서 독일시, 문예학, 해석학, 비교예술론 등을 강의하였다. 1999년 영국 IBC(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er)에서 '20세기 세계 학술연구업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저서로 『트라클 연구』, 『해석학과 문예학』, 『첼란』, 『못다부른 반더포겔의 노래』가 있으며, 문예학, 해석학, 비교예술론, 번역학, 한국의 괴테 수용, 표현주의, 첼란 등에 관한 40여 편(국문 및 독문)의 학술논문이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문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 제1장 문학과 미술의 관계 / 1. 이론적 전제 / 2. 예술매체의 전이 / 3. 시는 그림처럼 / 4. 시와 회화의 경계 ● 제2장 서정시와 회화의 상호보완-트라클과 코코슈카의 교류 / 1. 말과 형상의 만남 / 2. 트라클 서정시의 조형성 ● 제3장 표현주의 문학과 예술의 매체결합-칸딘스키와 클레의 예술언어 / 1. 표현주의 예술의 매체결합 / 2. 상호매체성 연구의 실천방법 / 3. 예술언어의 구현 ● 제4장 형상과 텍스트의 이해-구성과 해체의 긴장 / 1. 예술해석학의 과제 / 2. 형상해석학의 성립_예술언어와 이해의 언어성 / 3. 형상해석학 연구의 흐름 / 4. 텍스트 해석학의 기조 / 5. 구성과 해체의 긴장_첼란 서정시의 구도 ● 제5장 현대형상시의 예술서술-첼란의 시 「어떤 그림 아래로」 해석 / 1. 형상시의 개념과 역사 / 2. 형상시의 시학 / 3. 예술서술의 명제 / 4. 첼란 형상시 분석 ● 제6장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마그리트와 첼란의 텍스트 읽기 / 1. 이론적 근거와 방향 / 2. 마그리트와 첼란의 텍스트 비교 ● 제7장 읽는 텍스트, 보는 텍스트-구체시 이해의 유희공간 / 1. 시각문학과 구체시 / 2. 구체시의 개념과 이론 / 3. 구체시 텍스트 분석_곰링어의 「침묵」 ● 제8장 예술상호해명 방법에서 본 예술양식비교 / 1. 예술상호해명 방법 / 2. 말예술품 본성_내실과 형상의 종합 / 3. 예술상호해명 방법의 한계와 가능성 / 4. 예술양식비교와 시기양식 해명 ● 제9장 비교예술론에서 상호매체성 연구로 - 텍스트와 형상의 학제간 관찰 / 1. 비교문예학의 자리 / 2. 매체비교학으로의 요청

Vol.20040927c | 문학과 미술의 만남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