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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1001_금요일_05:00pm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02_730_5454
인화지 직육면체 속에는, 싸구려 집기들이 호텔 상호가 죄다 찍힌 채 배치되어 있다. 어딘가 연출의 흔적이 남아있는 피다만 두 개비의 담배꽁초가 리얼리티를 다소 위협한다. 사진 하단부에 위치한 핸드폰의 주인은 해당 호텔의 투숙객일테고, 단말기에 매단 사진을 통해 그가 여성임을 확인한다. 이 정도의 시각 정보만으로도 상식적인 관객이라면 이 장면이 대체 어떤 상황을 암시하는지를 0.5초 내로 파악하게 된다. 요사이 이런 이미지들이 공공연하게 웹상에 올라오는 모양이다. 하물며 이렇듯 '거사' 전후를 은연중 시사하는 간접 자극 이미지는커녕 아예 대놓고 거사 장면을 보란 듯이 올리는 네티즌들이 제법 된다.
물론 얼굴은 화면에서 제외되고, 한 쌍의 흥분된 생식기들의 조합이 커다랗게 클로즈업 된 사진이 대부분이다. 헌데 위에 묘사한 '거사 전후의 담배 타임' 장면은 네티즌들이 올린 사진들처럼 실제 상황을 포착한 게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함께 전시된, 탈의(脫衣) 여성 투숙객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러브 모텔 내부 사진들 역시 연출이며, 그 내막이 무언지를 우리는 대충들 알고 있다.
뭐 길게 돌아갈 거 있는가? 자러 온 장면들이다. 좀 더 그 바닥 수사법에 근사하게 표현하면 '잠시 쉬러온' 장면들을 '연출'한 사진들이다. 하지만 그게 다라면 좀 곤란할 터이다. 잠시 쉬러온 건 맞는데, ㅈㄱ이 걸려있다. ㅈㄱ이라니? 온라인상에서 통용되는 '조건'의 약어란다. 앞 자음만 떼어 조립한 이 경제적인 소통 법은 이들의 마인드를 그대로 투영한다. 그저 눈치 볼 것 없이 상호 필요한 조건을 신속하게 거래한다는 말이다. 하여 ㅈㄱ인 것이다. 한쪽의 조건은 성을 사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돈을 받는 것이다(하지만 돈만이 목적이 아니라 기왕에 성도 아울러 즐긴다는 점에서 일반 매춘과 다르다는 게 작가의 주장이다). 하여 이번에 소개되는 사진들은 죄다 온라인상에서 분주하게 진행되는 욕망의 거래가 오프라인상에서 실현되는 과정을 추적한, 일종의 'ㅈㄱ연출 작업'들이다. 투숙객으로 분한 여성 모델들 역시 모두 온라인상에서 섭외했다.
김관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게으르지 않은 투자를 했다. 우선 집요하게 모니터를 지켜보며 ㅈㄱ이 게시되는 과정을 포착해야 했고, ㅈㄱ들과 접촉해야 했으며, 자신의 프로젝트 동참을 제의하다, ㅈㄱ들로부터 거절당하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승낙을 얻어낸 후에도 촬영을 위해 적지 않은 사례비를 지불해야 했고, 촬영 후에는 ㅈㄱ녀 중 일부로부터 난데없는 협박도 받았다. 그 만큼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그의 집착은 대단하다. 김관대는 이번 프로젝트 이전에도 성을 작품의 주제로 일관되게 삼은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연작들을 통해 "21세기 우리 '성' 문화의 현주소를 알리고자 한다.(작가의 말)" 하지만 이 같은 작가의 작업 취지에도 불구하고 김관대의 사진 속 ㅈㄱ의 알몸들은, 여성 나체를 수록한 여느 리얼리즘 사진에 비해, 보다 강도 높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보는 이의 리비도를 욕동 시키는 면이 있다. 하여 관객들은 작가의 '숨겨진' 메시지보다 '드러난' 살덩이에 몰두할 소지 역시 매우 크다.
침대 모퉁이에 기대어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는 어느 ㅈㄱ녀의 경직된 어깨에도, 상의만 벗어재껴 포커스 된 작지 않은 가슴에도, 사정없이 클로즈 업 된 가랑이 사이에도, 메시지보다는 욕망이 깊게 포진하고 있다. 이유야 간단하다. 자고로 욕망이란 명분을 앞지르는 법이니까. 하물며 김관대가 취급한 주제는 글자 그대로 ㅈㄱ 아닌가? ㅈㄱ있는 모델들을 데리고, ㅈㄱ있는 장소에서, ㅈㄱ있는 연출 하에 촬영된 작업의 결과물들. 이 사진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속삭인다. "저기... ㅈㄱ 있는데요..." ● 강력한 ㅈㄱ을 내세운 사진 앞에서, 보는 이의 욕망이 폭로되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 어렵지 않게 짐작들 하셨겠지만, ㅈㄱ모델들의 정면 얼굴마다 박혀있는 붉은 타원형 가리개는 프라이버시 상 그들의 요구로 붙여진 것인데, 이게 흡사, 러브호텔의 차량 번호판 가리개를 연상시킨다. 현실(러브호텔)속에서 성(性)과 관련하여 요구되는 규약은 연출(사진)에서도 비켜갈 도리가 없다. 사진 위에 덧씌워진 이 타원형 가리개는 사진 속 모델의 수치심도, 그걸 보려는 관객의 욕망도, 그걸 찍은 작가의 관음증도, 그리고 이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위선까지 모두 가려버리는 간편한 장치이다. ■ 반이정
Vol.20040927a | 김관대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