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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924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0:00am∼03:00pm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02_527_6282
"나는 항상 내 잠재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그 어떤 존재에 대해 알 수 없는 두려움 내지는 경외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그 존재에 대한 회의와 질문을 수 없이 반복하면서 작업을 해왔다." ● 엄정호의 작품은 그가 말한 데로 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 욕망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그는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 알 수 없는 존재가 분출되는 것에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무언가 표현해야 하는 화가의 숙명을 그는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 엄정호는 감추고자 노력하지만 완전히 감추지는 않는 또 다른 현실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는 불확실성 속에서 충돌하고 있는 내면이 숨겨져 있으며 바로 이러한 것들이 그로 하여금 '인간'에 관심을 가지게 하였으리라. 그는 그의 화면에 인체를 해체시키고 재구성한다. 변형되고 서로 중첩되어 뒤엉켜 있는 인체의 형상들은 욕망을 감춘 채 가변적인 미지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중첩되어 있는 형상과 선의 흔적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미지의 생성과 소멸은 두터운 시간과 감각의 지층을 형성해 간다. 희미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 위에 새로운 기억이 스며들면서 또 다른 이미지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거듭 되풀이되는 행위성은 그를 끝없는 시간의 지층 저 너머의 심연으로 향하게 한다. 이는 그가 두려워했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의 이러한 시간적 밀도의 프로세스는 작가의 내면을 화면에 내재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자유인이 되기를 원하는 그의 몸짓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작업들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실재(reality)로서 일상적인 체험의 대상을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그것은 작가가 작업을 통해 자기를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투영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총체적 삶의 투영을 의미한다. 그리고 작업에 총체적인 삶을 투영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형성케 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그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도 사실은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즉 그의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잠재의식의 원형 또한 그의 현실인식과 무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에서의 공간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화의 가능성을 잠재한 그의 형상들은 공간을 통해 비로소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자유를 획득한다.
그러므로 그의 공간은 미니멀한 것이 전제된 공간도 아니며 지금 보여지는 것으로 완성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도 아닌, 삶의 흔적이 투영되어 있는 가변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기억의 편린들이 끝없이 순환되고 있는 투명한 명상의 공간으로 들어가 그 무엇으로부터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갈망하는 작가와 마주하게 되며 현실적 체험과 명상의 투영이 하나가 되고 있는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 이상효
Vol.20040926b | 엄정호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