桃花流水

장경연 수묵展   2004_0922 ▶ 2004_1005

장경연_어부가 되어-석문(石門)_천에 수묵_155×266cm_200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백송화랑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0922_수요일_05:00pm

백송화랑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9번지 Tel. 02_730_5687

세상을 육안(肉眼)으로 보지 않고 심안(心眼)으로 보게 되면 그 곳엔 자연이 조용히 호흡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영혼의 눈을 깨워 자연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바로 그곳에 도원(桃源)이 존재한다. 도원은 육안으로 볼 수 없기에 존재하고, 소유할 수 없기에 잃음도 모르며, 손이 닿지 않기에 가슴으로만 만질 수 있다. ● 나는 오늘도 어부가 되어 그 곳에 간다. 가벼운 바람을 타고.

장경연_Blossom Land_천에 혼합재료_148×232cm_2004
장경연_그늘의 도원_천에 수묵_105×172cm_2002
장경연_숨은계곡_천에 수묵_161×130cm_2003

영씨가 천리를 어지럽히니 현자는 세상에서 숨어버렸네. / 하황공(夏黃公) 기리계(綺里季) 상산(商山)으로 가고 / 아, 사람들 또한 떠나갔거늘 / 떠나간 자취 점점 사라지니 / 돌아올 길 드디어 황폐해졌다오. / 서로 부르며 농사에 힘쓰고 해 지면 휴식을 취한다오. / 뽕과 대 그늘을 드리웠는데 / 콩과 기장을 때맞춰 파종하고 봄누에에서 긴 실을 뽑으며 / 곡식 여물어도 조세는 없다오. / 거친길이 왕래를 막으니 / 닭과 개만 서로 울고 짖는데 / 제기는 옛 법도와 같으며 의복은 새로운 양식이 없다네. / 아이들은 마음대로 노래하고 / 노인들은 즐겁게 놀러다니니 / 풀 자라면 봄 인줄 알며 / 나뭇잎지면 바람이 차가워짐을 안다네. / 비록 달력이 없어도 사계절이 한해를 알려주며, / 희락한 즐거움이 있으니 어찌 정신을 노고롭게 하리. / 기이한 자취 오백년을 숨었다가 하루아침 경계를 드러내었네. / 순후 부박함의 근원이 이미 다르니 / 이내 신기한 경계 다시 숨어버렸소, / 방내에 노니는 이들에게 묻나니 어찌 방외의 일을 헤아릴 수 있으리. / 원컨대 가벼운 바람을 타고 높이 날아올라 나의 동심을 찾으리._도화원시(桃花源詩)_도연명(陶淵明)

장경연_채우다-full of_천에 수묵_95×100cm_2003
장경연_순환과 반복_천, 종이에 수묵_160×95cm_2002

도화원기(桃花源記)_도연명(陶淵明) ● 동진(東晋)의 태원연간(太元年間:376∼396)에 무릉(武陵)에 사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도화림(桃花林) 속에서 길을 잃었다. 어부는 배에서 내려 산 속의 동굴을 따라 나아갔는데, 마침내 어떤 평화경(平和境)에 이르렀다. 그곳에서는 논밭과 연못이 모두 아름답고, 닭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한가로우며, 남녀가 모두 외계인(外界人)과 같은 옷을 입고 즐겁게 살고 있었다. 그들은 진秦나라의 전란을 피하여 그곳까지 온 사람들이었는데, 수백 년 동안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끊고 산다고 하였다. 그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곳의 이야기는 입밖에 내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당부를 어기고 돌아오는 도중에 표를 해 두었으나, 다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장경연_도원찾기-한탄강_종이에 수묵_52.5×226.5cm_2004
장경연_돌아갈수 없는 길_천에 수묵_200×127cm_2004
장경연_어부가 되어Ⅱ_종이에 수묵_47×55.5cm_2004

나에게 묻기를 무슨 일로 그대는 벽산(碧山)에 사는가고 / 나는 다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지만 / 마음은 평안하며 한가롭다. / 복사꽃 사이를 흘러온 물은 멀리 아득히 흘러가지만 / 그곳에 또 다른 별천지가 존재하니 속세의 세계와는 다를 뿐이다._도화유수(桃花流水)_이백(李白) ● 나는 주로 슬픔에 빠져서 도원(桃源)을 그렸다. 도연명(陶淵明)도 그랬을까. 막막하고 힘든 현실이 낙원을 꿈꾸게 했을까. 잃어간다는 것. 나에게 삶은 잃어 가는 것이었다. 나에게 도원은 더 이상 잃지 않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영원성이 존재하기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곳. 존재하는 풍경 속에 내가 심어놓은 도원은 그런 곳이다. 낮과 밤이 있고 계절과 시간이 있지만 하루하루를 잃어 가는 곳이 아니라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곳. 그렇게 쌓이다가 모든 것이 멈추는 순간, 사랑도 죽음도 그 무엇도 우리를 불행하게 할 수 없는 곳이 된다. 그림 속의 도원은 그런 곳이다. 나만 아는 벽안에 숨겨진 오래된 정원 같은 곳. ■ 장경연

Vol.20040924c | 장경연 수묵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