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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922_수요일_06: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02_734_1020
선에 의한 손 ● 본인은 그동안 「관계-영향을 주고받음」이라는 주제로 손과 선을 하나의 작업으로 연결하여 진행시켜왔다. 본인의 작업에서 관계라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외부와 내부에서 일어나는 관계들(그 관계들이란 대인관계, 자연·사회·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들과 변화 안에서의 연결 속에서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영향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손은 나를 중심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 형상화되었고 손위의 선들은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 속에서 미묘하게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영향들의 움직임 등을 표현한 것으로 손과 선은 늘 하나가 되어 본인의 작업에서 나타난다.
인생이란 인간사이의 유기적인 섞임이며 그것들의 연속적인 움직임이다. 본인의 작업에 있어 손은 인생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손에는 자신만을 나타내주는 지문과 태어나면서 갖고 있는 자신의 운명을 상징하는 손금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선으로 나타나며 고유한 자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자아의 또 다른 모습으로 손을 형상화시켰고 지문과 손금을 상징하는 선들로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나를 표현한 것이다. 평면 위의 손의 공간들 또 그 속에 있는 펜을 이용한 지문과 같은 가늘고 미묘한 선들의 움직임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 즉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섞임, 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들의 보이지 않는 복잡함 등을 의미한다. 유동적인 선들의 차분한 움직임들은 이러한 생각 속에서의 저마다의 질서들과 복잡함 등을 표현한 것이다. 본인의 작품들을 보면 흑·백의 색만이 존재한다. 이것은 인공적인 화학적 재료나 캔버스보다는 인간에 친근한 자연에서 나온 종이 위에 선을 그음으로써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본인의 성향이 나타난다.
본인의 작업에 있어 손과 선의 분리란 생각하기 어렵고 나를 중심으로 외부와 보이지 않는 교류상태를 미묘한 선들의 움직임으로 조형화 시키기에 너무 적합하며 손위에 선을 하나씩하나씩 그어갈수록 나는 내 안의 소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침착함을 갖게 된다. ● 최근의 작업에서는 내 안의 움직임이 반영되듯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나의 손만이 대상이 되었었는데 지난 개인전에서는 결혼이라는 관계 속에서 현재 나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남편의 손이 처음으로 등장하며, 이번 전시에서는 그보다 더 확대되어 지금의 내가 존재하기까지 나에게 필연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가족들,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에게 심리적으로 가까이에서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들의 손들이 그림에서 등장한다.
「영향을 주고받음」이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시대와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또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함으로 인해 영향을 주고받는다. 만약 (그 영향에 대한 반응을 살펴볼 때) 주체인 내가 외부의 자극과 심리적인 영향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의식적으로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영향들은 보다 빠르게 내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주체인 내가 외부의 자극과 영향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고 해도 그 영향들은 어느 샌가 나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영향은 내가 받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내가 외부로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것은 육안으로 쉽게 구별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는 심리적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 본인의 작업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리가 되겠지만 작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가지려한다. 인생에 있어 정답이 없듯 어떤 틀 안에 나를 짜 맞추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내 안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정하며 작업을 해 나가려 한다. ■ 김기연
Vol.20040922b | 김기연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