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브레인 팩토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0916_목요일_06:00pm
카페 'Fan' 오픈 브레인 팩토리 바로 옆에 작은 사무공간 및 카페 'Fan'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혜민 영상설치展 오픈과 더불어 캐주얼한 파티가 있을 예정입니다. ● 오셔서 축하해주셔요~
관람시간 / 11:00am~06:00pm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사간갤러리에서의 지난 전시에서 이혜민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물들에 대한 특유의 내밀하고 촉각적인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오래된 천들을 꿰매어 작은 베개로 만들어낸 「The pillow」나 부글거리는 거품을 클로즈업 한 「Bubble」과 같은 비디오 작업들은 객관적인 거리나 총괄적인 퍼스펙티브를 버린 채 대상의 실체 안으로 파고 들어가 촉각적으로 경험되는 공간을 제시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근작들에서도 역시 대상을 더듬는 것과 같이 느끼게 하는 접근법으로 인해서 객관적 시선을 통해서는 포착될 수 없는 대상의 질감과 밀도를 느끼게 만든다. 근작들 중 하나인 「Shadow」는 작가 자신이 걸으면서 땅에 비친 그림자를 찍은 작업으로, 움직이는 그림자들과 더불어 바람소리, 발걸음 소리, 빛의 흔적과 같은 동적인 요소들이 공감각적으로 혼합되어 보행 중이라는 상황을 그대로 전해준다. ● 「Wave」는 여행 도중 배로 지나가면서 배가 물을 가르는 부분을 시간의 흐름을 따라 찍은 것으로서, 새벽부터 밤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변화되는 바다의 결과 색이 연속적으로 포착되었다. ● 「Layers」는 자동차로 주행하는 도중 창 밖의 땅만을 찍은 작업으로,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 때문에 길의 세부적인 특성들이 생략되고 땅에 접촉하면서 움직인다는 느낌만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이혜민의 작업에는 사물 혹은 세계에 대한 '접촉'이라는 인지방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그의 작품 속 대상들은 단순히 객체로서의 사물이 아니며, 일상 속에 정지해 있는 부동의 정물(still life)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거기에는 작가 자신의 감각이 세계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지점이 포착되며, 개인적인 심리와 감정이 강하게 이입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혜민의 작품 속 이미지는 대부분 그 자신과 더불어 호흡하면서 변화되고 움직이는 공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객관적 거리를 유지한 채 냉정하게 관찰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물의 결들을 스치듯이 가까이에서 만질 수 있는 촉각적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혜민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물과의 내밀한 관계 설정에도 불구하고 세부에 대한 집요한 탐색이나 소유의 태도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물의 움직임과 접촉하면서 더불어 흘러가며 포용하는 태도는 마치 동반자와도 같은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근작들에서 이와 같은 특성은 '흐름'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혜민은 파편들로서의 사물이 아니라 세계 안에서 모든 것들이 물결과도 같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어떤 흐름을 주시한다. 나와 환경, 시간과 공간이 함께 흘러감으로써 형성되는 흐름의 이미지은 마치 사물의 결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부드럽게 만지면서 스쳐 지나가는 손길과도 같이 느껴진다. 빨래통 속에 색색의 다양한 빨래감들이 뒤섞여 돌아가는 모습을 담고있는「Wash」는 이혜민 자신이 세계 속에 위치하고자 하는 지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저런 방향으로 뒤섞여 흘러가면서 점차로 깨끗하게 순화되어가는 빨래들의 이미지를 통해서 이혜민은 사물들과 사람들, 사건들이 한데 맞닿은 채 흘러감으로써 보다 온전하고 부드럽게 형성되어가는 세계에 대한 바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이은주
Vol.20040919c | 이혜민 영상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