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Place / 공간 Space

헤이리 페스티벌 2004   2004_0911 ▶ 2004_0926

안성희_풍경 위에 그리다 _'봉선화'_건물 외벽에 혼합재료_1300×900/600×200cm_2004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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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강복영_김기호_박유나_안상규_이재영_이은미_한상구_홍순정_황경희 이정희_송계영_왕경애_권혁_정지영_장윤성_차승언 박영숙_조덕현_홍순명_김승영_신형철_배진환_강홍구_오아시스 프로젝트 금누리_최소연_원경환_홍성도_안상수_안성희_최문규_최욱_정정주 구영민_박용석_박성원_안규철_양주혜_플라잉시티   조직위원장_김언호 / 기획위원_김홍희_황성옥_이주헌 주최_사단법인 헤이리 / 주관_헤이리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후원_문화관광부_경기도_파주시_한국문화예술진흥원_KBS   행사장소_헤이리내 문화시설 및 야외 공간

헤이리 페스티벌 2004 조직위원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번지(통일동산 내) Tel. 031_946_8551

오픈스튜디오 『Over the Rainbow』展 ● 예술마을 헤이리가 서울의 인사동이나 프랑스의 생 폴 방스 같은 문화명소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 이곳이 현업 예술가들의 창작의 터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 갤러리, 공연장, 아트숍 등을 갖추고 다양한 장르와 분야의 문화 예술을 소통시키고 소비하는 문화의 장은 헤이리 말고도 많이 있다. 하지만 창작의 산실이 동네 구석구석 들어차 창조의 뜨거운 열기가 한데 어우러진 문화마을은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다. ● 헤이리는 그런 점에서 나름의 독특한 장점을 지닌 예술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헤이리의 예술가들은 헤이리가 왜 헤이리인가, 그 정체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 사실 바르비종이든 퐁타방이든 지금 가보면 그곳은 더 이상 창작의 무대가 아니라 옛 대가들의 추억을 파는 관광명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헤이리는 창작의 역동적인 맥박이 힘차게 뛰는 창조의 현장이며, 그 현재진행형의 맥박이 예술 감상과 참여, 소비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견인하는 소통의 마당이기도 하다. 헤이리 축제의 일환으로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기획된 것은, 바로 헤이리의 이런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 회원들의 입주가 거의 다 끝날 즈음에는 적어도 사십여 군데의 스튜디오가 매일 같이 창작의 열기를 뿜어내겠지만, 이번 행사에는 여건이 닿는 여덟 군데, 아홉 명의 작가가 자신들만의 소중한 산실을 열어 보인다. ● 강복영(서예), 김기호(조각), 박유나(도예), 안상규(회화), 이재영(세라믹 꽃 도예), 이은미(도예), 한상구(회화), 홍순정(도예), 황경희(포슬레인 페인팅) 작가가 그들이다. 이 명단에서 알 수 있듯 이들 예술가들의 장르와 관심 분야는 사뭇 다양하며 연령에도 차이가 있다.

오픈스튜디오 『Over the Rainbow』展_2004

그럼에도 이들은 창작의 산실을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로 하나가 됐다. 미술을 통해 장르와 연령의 경계도 뛰어넘고 창작과 감상의 경계도 뛰어넘는 즐거운 '하나되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 행사의 주제가 『Over the Rainbow』가 된 것은 그 때문이다. 일곱 색깔의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하나를 지향하는 것이다. 무지개는 흔히 다양한 개체와 개성의 아름다운 조화를 상징한다. 헤이리 예술가들이 한 동아리가 되어 펼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는 이곳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의 스튜디오뿐 아니라 갤러리, 공연장, 아트숍, 북하우스 등 헤이리의 모든 구성 공간이 이런 무지개의 조화를 추구하는 곳임을 관객들에게 선명히 각인시킬 것이다. 무지개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성경에는 홍수로 인간을 벌한 신이 무지개를 통해 노아에게 평화를 약속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근거해 서양의 반전 시위에는 무지개 색 바탕에 흰 글씨로 'PEACE'나 'PACE'라고 쓴 깃발과 현수막이 곧잘 등장한다. 이처럼 무지개는 평화의 약속이다. 분단의 현장인 파주 통일동산에서 문화와 예술을 통해 우리 근대사의 비극을 넘어서려는 헤이리의 노력은 새로운 희망의 무지개로 빛날 것이다. 오픈 스튜디오 행사는 이같은 염원과 기대의 작은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 아직 공간이 채 지어지지 않은 많은 회원들과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일부 회원은 그들만을 위해 따로 마련된 특별전시에 초대됐다. 『Over the Rainbow』라는 동일한 타이틀 아래 한향림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헤이리의 회원 예술가들이 얼마나 뜨거운 열정과 의지로 창작과 소통을 위해 애쓰는 이들인지를 잘 보여줄 것이다. ● 어쨌든 헤이리의 예술가들이 비록 작은 몸짓으로 시작하는 날갯짓이지만, 분단 조국의 생채기 위에서 이들이 그리는 작은 무지개는 분명 신의 약속처럼 우리에게 영원한 평화와 화해를 가져올 것이다. 그 날이 오기까지 헤이리의 예술가들은 평화와 행복으로 충만한 예술을 그침 없이 창조하고 또 창조해나갈 것이다. ■ 이주헌

왕경애_조응_건물 외벽에 혼합재료_2004
이정희_하나+여섯=하나_갈대광장에 혼합재료_2004
장윤성_corea_혼합매채_2004

오픈스페이스 『Renewing Our Memory』 ● 『Renewing Our Memory』展은 헤이리 페스티발 2004를 활기찬 축제로 만들기 위해 헤이리의 건물 외벽이나 야외 공간, 그리고 자유로, 통일동산, 헤이리를 잇는 약 2km 도로를 적극적인 전시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하였다. 오픈 스페이스 전시는 『Renewing Our Memory』를 주제로 하고 있다. ● 이 주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서로 공감하거나 공유하고 있는 '기억'들을 다양한 예술적 감성으로 풀어보면서, 한편으로는 헤이리, 자유로, 통일동산을 포함한 경기도 서북부지역의 존재와 상징성을 다양한 각도로 재인식해 보자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이러한 전시의도는 전시작품 속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 '이정희'의 설치작품 「하나+여섯=하나」은 수많은 자투리 천 조각을 이어 헤이리 갈대광장의 백색 큐브를 곱게 감싸고 있는 조각보 작품이다. "문화공동체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헤이리 사람의 꿈과 희망을 소중하게 보듬고자 한다"는 작가의 감성이 따뜻하게 드러나 있다. 작품명인 「하나+여섯=하나」은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7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 후명원의 외벽에 설치되는 '왕경애'의 설치작품 「조응(照應)」은 차가운 콘크리트와 건물의 직선적 이미지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여성성을 표출하고 있다. "햇살에 반짝이며 대화하고 나부끼는 가벼움으로 화답하고 차가운 회색 벽에서 온기를 감지할 수 있으며 청량한 공기로 호흡하는 공간을 만든다" 는 작가단상을 읽으면서 헤이리의 자연과 호흡하는 작품을 상상해 본다. ● '송계영'의 작품 「wish three」는 건축을 시작하지 않은 빈터에 설치된 나무 조각이다. "우리들의 영원한 바램, 통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위해 한그루의 나무를 심고 싶다"는 작가는 자신이 심은 소망나무에서 아름다운 통일의 꽃이 피기를 기원하고 있다. ● '권혁'의 설치작품 「thinking of Fantasy」는 진아트 건물 외벽에 설치되는 대형작품이다. 색동옷을 입고 힘차게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모습, 화려한 색채의 조합은 경쾌 발랄함 마저 느끼게 한다. "환상적인 생각, 꿈, 희망, 이것이 헤이리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에너지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헤이리 사람들의 모습을 예견하고 있다. ● '정지영', '차승언', '장윤성' 의 공동작업이 설치되는 자하재, 3세대가 사는 이 집에 3인의 작가는 과거, 현재, 미래의 꿈을 모았다. 분단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정지영의 「Gathered-모이다」, 과거와 미래의 경계 사이에서 튀는 불꽃을 표현한 차승언의 「y+t Fire」, 하나의 통일 조국을 꿈꾸는 장윤성의 「COREA」는 통일이라는 이름의 세 개의 뿔이 되어 자하재 옥탑에 돋아나고 있다. ● 한편, 자유로와 헤이리 가로수에 형형색색 펄럭이는 화려한 깃발은 전시의 중요한 단초가 되고 있다. 과거/현재/미래의 기억과 꿈, 희망으로 만든 이 깃발들이 모여 작가들의 손을 거쳐 한 조각 한 조각 재배치되는 과정은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하고 고귀하다. 이 따뜻함으로 헤이리의 미완의 건물을 아름답게 보듬어 주는 것이 이번 오픈 스페이스 『Renewing Our Memory』의 가장 큰 역할이 될 것이다. ■ 황성옥

박영숙_삼신할머니_디지털 프린트_120×155cm_2004
금누리_누리43370911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4
박용석_HI Park & BYE Park_종이에 색연필과 아크릴 채색_40.5×163cm×2_2004_부분

기획전 『장소 Place / 공간 Space』 ● 주제 『장소 Place / 공간 Space』은 파주 소재 일부 지역을 '헤이리 문화예술마을'로 공동 개발, 활성화시키는 헤이리 프로젝트에 대한 유비적 개념으로 설정되었다. 파주 지역이 존재론적 의미의 "자연적 장소"라면, 헤이리는 그러한 장소에 예술적 표현과 삶의 활력을 부여하는 인식론적 차원의 "실천적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문법과 규칙을 넘어서는 실천적 언어, 삶의 양식과 관례를 따르는 일상적 용어처럼, 공간은 장소의 본성과 안정성을 관계적 맥락의 그물망으로 재구성, 변형시키는 생성적 삶의 공간으로 파악된다. ● 실천적 공간은 살아 움직이는 현대 도시의 활력을 유추시킨다. 도시적 활력을 표상하는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그 활력의 주체인 주민들 자체가 실천적 공간의 퍼포머이다. 헤이리 주민들이 바로 공간화의 수행자이자 매개자라는 것인데, 이들의 손에 의해 경제나 자본보다는 문화예술을 컨텐츠로 하는 새로운 대안적 도시공간이 탄생한다. 헤이리는 또한 고층건물과 대단지 아파트가 즐비한 대도시, 신도시 정서를 거부하고 자연적 경관과 어우러지는 인간적 도시계획과 건축물을 조성하고 있는 점에서도 대안적 거주 공간임을 자처한다. 대지와 자연의 잠재된 교훈 위에서 공간화를 실천하는 헤이리는 결국 자연친화적인 실천적 공간인 셈이다.

강홍구_무제_디지털 프린트_2004
안상수_알파에서, 히읗까지_유리에 시트지_300×1400cm_2004
양주혜_바코드88091136_강자갈, 잡초_3000×2000cm_20004

실천적 공간은 장소의 이동, 또는 부재로 실현되는 바, 이 비장소 또는 탈장소의 경험이 임시임장적인 현장, 즉 사이트의 의미를 발생시킨다. 현대미술은 이러한 사이트를 매체화, 주제화함으로써 사이트특정적인 설치미술을 장르화한다. 도시건축적 발상, 공동체 정신, 탈장르적 창조의지로 문화예술마을을 수립하고 있는 헤이리 커뮤니티는 개념적, 실천적, 미학적으로 이러한 사이트 현장 작업의 원형적 맥락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장소로부터 공간으로의 이행적 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사이트특정적 미술은 자연적 장소로부터 문화예술적 공간으로 승화된 헤이리의 예술적 환유이자 그것의 인식론적 알레고리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장소 Place / 공간 Space』전은 헤이리 프로젝트에 대한 경의이자 그에 대한 비판으로 상정된다. ● 자연적 장소를 실천적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헤이리 프로젝트는 신도시 개발의 맥락에서 양면가치적 함의를 내포한다. 도시 현대화와 세계화의 물결은 인구팽창과 아울러 문화적 리비전과 라이프스타일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문화지평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러나 자연성장보다는 인위적 발전을 도모하는 계획도시, 도시주의의 위험성은 편재한다.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말살시키는 공간확장과 인구팽창,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개발과 건립, 부동산적 가치로 환원, 오도되는 웰빙주의와 문화예술 마케팅은 헤이리와 같은 신도시 개발지역이 안고 있는 내재적 문제이자 경계,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이번 기획전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결국 헤이리를 사이트화하는 이번 전시는 그 모체적 사이트를 긍정하는 동시에 부정하는 비평적 행위를 통해 헤이리 프로젝트의 당위성과 함께 위험을 인식하고 실천적 공간으로서의 헤이리에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는 방향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 김홍희

Vol.20040914c | 헤이리 페스티벌 2004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