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현우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2004_09_03_금요일_06:00pm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번지 B1 Tel. 02_3141_1377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이 담긴 스냅 사진들의 나열. 이현우의 사진 작업은 그 방식만으로 두고 보면 보들레르의 근대적 시선과 유사하다; 순간적으로 스치는 시선, 그렇게 짧은 순간에 지나쳐 버리는 이미지에서 영원한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아이러니의 미학. 그러나 그의 사진들은 스쳐 가는 순간의 형식적 아름다움의 박제를 위한 작업이 아니다. 이현우가 기록하는 것은 순간의 단절된 미적 체험이 아니라, 연속되는 현실의 시간과 진실성이다.
평범한 삶을 바라보는 이현우의 시선은 진지하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시간을 대변하는 듯, 9년 간 그가 담아온 일상의 사진 속에는 불안한 젊음의 텁텁한 먼지가 그대로 쌓여있다. 그의 사진 대부분은 좁고 막혀진 공간을 무대로 하거나, 답답한 느낌의 닫힌 구도이다. 그렇게 별다른 희망이 없음을 보여주는 순간의 이미지들이 작업의 주를 이루지만, 그의 진지한 시선은 무료한 시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어두운 명도의 사진 평면 틈새로 들어오는 빛에서 희망을, 자연 또는 언뜻 비추는 하늘에서 휴식의 기운을, 여성의 나체가 담긴 섹슈얼한 순간의 사진에서는 작가가 느꼈던 강렬한 각성을 엿볼 수 있다.
이현우의 작업은 각각의 사진들을 통해 작가와 맞닿은 현실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기도 하지만, 이 개별적 사진들이 통합된 전시물이 되었을 때에 더욱 빛을 발한다. 여러 가지 크기의 사진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을 때, 문학작품의 보이지 않는 행간과 같이, 서로 다른 감수성을 가진 사진들 사이의 틈새에서 미묘한 대립과 긴장감이 유발된다. 이 감각은 관람자에게 언어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예술적 진실성을 전달하며 이현우의 작품을 현실의 진지한 도큐먼트가 되게 한다.
이현우의 작업은 각각의 개별적인 사진으로서는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것들도 꽤 된다. 그것은 그가 사진기의 기술적 조작이나 인화 후 작업을 통해 조형적인 완성도를 높이려 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더욱 솔직할 수 있는 사진,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려 하는 의도에 따르는 부득이한 결과물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진지한 태도야말로 이제 첫 번째 개인전을 여는 이현우에게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이다. 근래의 젊은 작가들 중에서는 이현우식의 예술적 진지함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현대 미술의 경향에 떠밀리고 담론의 홍수에 휩쓸리거나,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작업의 동기를 찾아내기도, 인정받기에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어가 담론을 만들어내기 전에 그것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작가의 진지한 태도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작품 속에 담긴 일말의 진실성이다. ■ 이주현
Vol.20040906c | 이현우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