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홍장오 개인展   2004_0901 ▶ 2004_0911

홍장오_잠자리_비닐, 아크릴_93×134×134cm_200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space Cell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0901_수요일_06:00pm

스페이스 셀 서울 종로구 삼청동 25-9번지 Tel. 02_732_8145

우리가 보는 세상은 그저 우리에게 보이는 세상 일 뿐, 실용적인 곤충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모자이크 세상이고 자외선으로 사물을 판단한다. 인간에 비해 4~8배 멀리 볼 수 있는 매는 우리보다 훨씬 선명한 천연색 영상을 보며, 적외선으로 사물을 감지하는 뱀의 눈은 먹이가 발산하는 열을 느끼고 접근한다.

홍장오_브로치에 유리꽃_2.7×2.8×6cm_2004
홍장오_머리핀에 유리꽃_7×13×6cm_2004

눈이라는 렌즈로 세계를 판단하는 우리의 인식은 너무도 제한적이다. 눈은 생존이 요구하는 필요조건을 만족시키는 정도의 한계를 갖고 그 한계는 우리의 가치 체계를 지배한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우리의 망막으로 들어온다면 우리는 눈을 감는다. 볼 수 없던 것을 보게 될 때의 충격은 우리의 신념을 흔들고, 보이는 것을 외면하며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홍장오_브로치에 유리꽃_7×12×5cm_2004
홍장오_목걸이에 유리꽃_8×7.5×6cm_2004

지표면에서 50~ 80km지점인 지구 대기의 중간권이라 불리는 곳은 온도가 -93까지 내려가고 구름 한 점 없으며, 어떤 기상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비도 눈도 내리지 않고 바람 한점 없다. 고요, 빔, 무의 세계에서 불과 80km 밑에선 태풍의 소용돌이로 아수라가 되고, 홍수에 수천 명이 죽음을 당한다. 비 한 방울 없는 뜨거운 땅에서 기아로 어린 아이가 쓰러지고, 옆 동네 라디오에선 달콤한 사랑 노래가 마치 샘플링한 음악처럼 멀리서 간간이 들리는 포탄소리와 섞여 흘러나온다.

홍장오_목걸이에 유리꽃_7×6×2cm_2004
홍장오_목걸이에 유리꽃_25×20×2.5cm / 5.5×2.5×1.5cm_2004

이 세계가 절반의 평화와 절반의 투쟁의 반복뿐이라면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삶의 부조리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수용뿐이라는 말을 수용하고 싶다. 관계와 직면하는 나의 애매한 초점은 갈팡질팡, 당혹스럽다. 이 세계의 애매성은 우리 눈의 부정확성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모른다. ● 모든 꽃은 피고 진다. 꽃 속에는 이미 '피고 짐'의 현상을 함께 담지하고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꽃이라는 이미지와 피고 짐의 현상 사이에서 오는 혼돈은 어쩌면 피고 짐 사이에 끼인 꽃, 아니 그 꽃을 바라보는 시각의 애매한 위치 때문일 것이다.

홍장오_진주반지_비닐_220×180×180cm_2004

사물의 양가성을 이해하는 것은 가치의 이분화가 아니라 그 둘의 합병이다. 물고기의 눈처럼 화각을 넓히고 새의 눈처럼 심도를 깊게 하여, 더 보인다고 놀라 눈을 감지 말며, 보이지 않는다고 모른 척 하지도 말자. 부조리한 세계의 잔혹한 대립을 가까이와 멀리를,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하면서 우리 눈의 초점을 맞추자. ● 행성 전체가 다이아몬드 덩어리인 별이 빛나는 밤하늘 밑에서 왕다이아를 끼어주며 사랑을 약속하는 이 땅에서 해상도 200dpi와 800dpi의 차이는 분위기차이 정도일 뿐, 그 정도로 세계를 다 담지는 못한다. ■ 홍장오

Vol.20040904c | 홍장오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