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

전은아 채색展   2004_0901 ▶ 2004_0907

전은아_떠남_장지에 채색_79×79cm_2004

초대일시_2004_0901_수요일_Free Open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B1 Tel. 02_735_2655

小窓多明 使我久坐 조그만 창에 햇볕이 밝아 나로 하여금 그 앞에 오래 앉아 있게 한다. 모처럼 맞는 혼자만의 시간에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나의 작업에서는 여행이라는 과정에서 발견한 본래의 내 모습과 쉽게 지나칠지도 모르는, 사소해서 잊혀질지도 모르는 삶의 한 단편들을 담아 보았다.

전은아_어떤하루_장지에 토분, 채색, 먹_131×162cm_2004
전은아_어떤하루_장지에 토분, 채색, 먹_131×162cm_2004
전은아_자전거_장지에 토분, 채색, 먹_21×32cm_2004

어릴 적 소풍가기 전날 밤의 설레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누구나 경험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을 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나에게 여행이라는 것은 어릴적 소풍가기전 날 밤의 설레임이었다. 그 설레임을 안은 여행길, 그 설레이는 마음으로 나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 모자, 속옷, 김밥... 차안에서 읽을 책까지 준비를 한다. 여행을 떠나는 아침, 설레임으로 충만한 마음을 안고 탄 버스의 유리창이 오늘따라 달라 보인다. 어떤 멋쟁이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반갑게 답례를 하고 뒤돌아보니 저 멀리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사내 두 명이 오고 있다.

전은아_나무옆에서_장지에 토분, 채색_21×34cm_2004
전은아_쉼_장지에 토분, 채색, 먹_70×130cm_2004

어떤 하루_ 오늘 하루의 일들이 / 햇살처럼 피어난다 / 산다는 것은 물레방아 / 세월을 안고 돌아간다 / 어려운 일들이 풀리고 / 새로운 일로 바뀌는 이 기쁨 / 하루의 일기예보는 구름과 비 / 맑고 흐림을 알린다 / 우리 삶의 일은 / 단 하루도 / 눈을 뜨고 볼 수 없다 / 철없이 달려드는 계절의 / 하루가 쫓긴다. / 언젠가 가을이 오면 / 한잎 두잎 / 우리는 가을 잎으로 진다._신경인 ● 산 위에서 아래로 보이는 풍경들을 보며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길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늘 위를 보고 바쁘게만 달려온 시간 속에서 지금 이 시간은 내 삶에서 너무나 소중한 쉼표가 되는 아주 특별한 어떤 하루이다.

전은아_정선행 버스_장지에 먹_55×87cm_2004
전은아_석모도-보문사에서_장지에 토분, 채색_98×137cm_2004

우리의 삶에서 태어남과 죽음은 여행에서의 떠남과 돌아옴의 여정과도 같을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올 수 있기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은 나로 하여금 내가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시간이다. 내가 오늘에 살고 있음을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다. 난 다시 짧지만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한다. 그곳에는 내가 있다. 설레임으로 가득한 어떤 하루가 있다. ■ 전은아

Vol.20040902b | 전은아 채색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