接 | 占

문경원_황혜선展   2004_0901 ▶ 2004_0914

문경원_Moving desire-01_종이에 아크릴 채색_146.5×210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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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901_수요일_05:00pm

이화익 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9번지 청아빌딩 3층 Tel. 02_730_7818

문경원과 황혜선이 공존하며 교차하는 지점 ● 문경원과 황혜선은 미술의 가능성을 새로이 실험하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내어온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이다. 이 두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갤러리의 사각형 전시공간, 이른바 화이트 큐브(white-cube)를 변모시키는 과정은 매우 참신하며 흥미롭다. 모더니스트의 전통 내에서 갤러리 공간은 흰 벽으로 둘러싸여 마치 무균 실험실처럼 중성적이며, 그 안에 놓여진 모든 사물을 신격화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두 작가는 이 공간을 개성이 뚜렷한 두 주체를 수용하는 상호적,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나간다.

문경원_Moving desire-02_종이에 아크릴 채색_63×146.5cm_2004
문경원_021018-030210_종이에 아크릴 채색_50×72.5cm_2004
문경원_종이에 아크릴 채색_2004
문경원_020308-021217_종이에 아크릴 채색_2003

우선 문경원은 다양한 포즈의 인물들을 드로잉한 평면작업을 선보인다. 화면 구도상 중심이 되는 인물군은 없으므로, 보는 이의 시선은 화면 구석구석을 유심히 훑어보게 된다. 손을 들어 인사하고 걷고 뛰고 의자에 앉거나 서로 대화하는 모습의 인물들은 별다를 것 없는 현대사회의 익명화된 인간들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들과 함께 놓여진 가방, 자동차, 화초 등의 사물은 현대 사회를 사는 인간들의 욕구를 드러낸다. 욕구에 얽매이며 사회의 작은 부품으로 존재하는 현대인의 실재가 강조되는 것이다. 이 이미지들은 화면 표면에 부유하는 듯, 공간감이 결여되어있다. 특히 화이트 톤의 균질한 바탕은 2차원을 강조하는 동시에 무한한 공간감을 지님으로써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희석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평면에 황혜선의 오브제 이미지가 수용된다.

황혜선_Still Life_나무, 유리에 드로잉_18×18×13.5cm_2004
황혜선_Still Life_나무, 유리에 드로잉_18×18×11.5cm_2004
황혜선_Still Life_나무, 유리에 드로잉_94×47×47cm_2004

이것은 바로 황혜선의 사용할 수 없는(unavailable), 즉 가구의 형체를 지니고 있지만 보여지는 조각작품으로 한정되는 오브제 작품을 그린 것이다. 이는 작가가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 명명하였듯이, 침묵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미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리고 프레임으로 마감된 평면작업과 함께 그 하단에 놓여질 카트작업의 내부에는 정물 이미지가 여러 개의 유리판에 그려져 있다. 이들은 서로 중첩되어 공간감을 형성하면서 선과 면을 흥미롭게 교차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회화와 조각, 액자의 내부와 외부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미술의 보수적 전통을 참신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뛰어난 재치를 엿볼 수 있다.

황혜선_Still Life_나무, 유리에 드로잉_18×18×20.5cm_2004
황혜선_Still Life_나무, 유리에 드로잉_47×47×14/94×47×47cm_2004

이처럼 황혜선의 정물이자 정물이 아닌 오브제, 그 이미지를 포함한 문경원의 평면작업은 상호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분법적인 경계(frontier)-선/면, 회화/조각, 프레임 내부/외부, 정물/정물이 아닌 것-는 사라진다. 무미건조한 화이트 큐브는 두 작가의 서로 맞물린 이해와 활동의 장으로서, 분리된 두 주체로서의 작가가 서로 공존하면서 각자의 작업을 교차시키는'접점'의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김신애

Vol.20040902a | 接 | 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