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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901_수요일_06:00pm~08:30pm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02_3701_5757
박정란의 "유쾌한 욕망의 카타르시스" ● 작가 박정란이 두 번째로 개인전을 갖는다. 대략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자, 고양이, 개, 뱀과 같은 형상들의 다채로운 색조들로 조화를 이루는 작가의 작업이 최근 들어 더욱 자신감 넘치고 깊이를 더하는 욕망의 카타르시스로 드러나고 있다. 열정과 광기 그리고 재치가 팽팽하게 힘을 겨루고 있는 작가의 화면은 강한 원색의 색채와 과장된 형상의 몸짓으로 보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말을 건넨다. 화면 속의 형상들은 때때로 여름날 작렬하는 태양처럼 때때로 몰아치는 폭풍우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거나 거세게 들이붓는 에너지의 폭발과도 같은 힘을 지닌 것만 같다.
작가가 주로 다루는 이들 형상은 자신의 삶과 욕망을 대변하는 일종의 메타포로서 작업을 완성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인이다. 이 형상들은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여성성의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인간으로서 갖는 욕망과 광기 그리고 히스테리를 담고 있다. 즉 구체적 표현 대상인 인간, 고양이, 뱀은 각각 작가의 내면에서 요동치는 욕망의 상징들로서 존재론적 지평에서 의미를 파악하게 한다.
지난해 가졌던 개인전 『파토스적인 에너지와 '동물성'의 욕망너머』(2003, 한기숙 갤러리)에서 고찰되었던 바와 같이, 인간의 이미지는 원초적 생명력에서부터 비극적 파괴를 지닌 인간 본성의 실체로, 고양이는 여성의 성적 충동이나 쾌락의 상징으로, 뱀은 동물성 가운데서도 陰에너지의 여성성으로 대변된다. 이들 상징이 근작들에서는 보다 자신감 넘치는 색채와 제스쳐로 제시되는데, 예컨대 붉은 색의 얼굴이 화면 가득 나타나는 「자아의 이중구조」(2004)가 이를 잘 보여준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충동과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도 없이 순환하는 욕망의 구조가 고혹스런 흰 고양이를 앞세운 고집스런 붉은 색의 여인 얼굴로 구체화된 것이다. 또한 「히스테리아」(2004)에서 확대된 허연 엉덩이와 붉은 색의 사지 그리고 개와 고양이의 합성된 모습 역시 인간적 욕망과 배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징으로 작가는 인간이 지닌 근원적 고독과 동물적 생명력 그리고 무의식적 욕망을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작가의 상징물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호소력을 갖게 하는 것은 작가만의 조형언어 때문이다. 작가는 화려하면서도 강한 색을 구사하며 다소 변형과 왜곡에 가까운 과장적 형태를 화법으로 택하고 있다. 이는 작가의 무의식적 욕망과 동물적 에너지가 과감한 붓질과 제스쳐에 의해 보다 명확해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런 작가의 방식은 의도한 것이라기 보다는 생득적 감각으로 촉수를 따라 이행하는 과정에 가깝다. 오랜동안 축적된 색에 대한 감각과 표현에의 욕구가 현재의 색채와 필치를 가져온 것이다. 또 하나 작가의 근작들에서 주목되는 화면 구성력은 자신만의 상징들을 과장과 왜곡으로 완성하면서도 거기에 위트를 가함으로써 말하자면 유쾌한 욕망의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자신의 상징과 화법의 절묘한 조화로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금새 친숙하게 하는가 하면, 무거운 욕망에 짓눌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쾌한 욕망의 배설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한 까닭에 이 전시는 사회적 틀거리 안에 존재했던 자신의 귀속적 지위도, 자신의 내부에서 방어와 방해의 기제로 작용했던 현실원리도 초월함으로서 유쾌한 카타르시스라는 정신 경험을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다. ■ 박남희
Vol.20040901b | 박정란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