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소문 네트워크 플라잉넷'

기획 및 운영_플라잉시티

flyingnet.org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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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사람들 리포터 / 김수희_김지혜_김준현_김호찬_류지이_문요나_박경근_박혜민심한별_양지연 이승중_이지영_정직성_최정란_뚝딱뚝딱 척!척!(강성은_진미현) Where Are They From(임현진_장윤진)_템포리네(정현영_이진_장성신) 디자인_박경근 / 프로그래밍_하석   후원_한국문화예술진흥원_플라잉 씨(flying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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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으로서의 도시 ● 어릴 적 동네마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꼭 있고 유령이 나오는 집도 꼭 있다. 돌이켜보면 친구들이 설명한 대로 할아버지는 이상했고 유령이 나오는 집은 실제로 유령이 나오게 생겼다. 하지만 이런 소문들을 어른들은 알지 못했다. 다만 동네 꼬마 녀석들 사이에서 나도는 소문일 뿐이지만 그 소문을 떠안은 할아버지는 수많은 꼬마들을 상대해야 한다. 유령 집은 가꾸지 않아 풀들이 빽빽한 걸 보면 분명 이 도시에도 꽃씨들이 날아다니긴 하는가 보다. ● 누군가가 나의 외모를 징그러울 정도로 상세히 나에게 설명한다면 나는 평생 집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우리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지독하리만치 꼼꼼하게 설명 해준다면 그 동네에서 더 이상 살지 못 할 것 같다. 어떻게 미친 사람들과 한동네에서 살 수 있단 말인가? ● 평소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이사를 갈 땐 어찌 그리 대담해 지는지 알 수가 없다.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것도 아니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것도 아니다. 단지 계약이 끝난 전셋집에서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는 데도 평소에는 버릴까 말까 한번도 갈등하지 않았던 물건들을 냅다 던져 버린다. 그래서 이사 가는 집에는 또 버려지는 물건을 주우러 오는 사람이 항상 있다. 하지만 지금 그 물건을 주워가는 사람도 이사 갈 땐 이것저것 버릴 것이다. ● 늦은 밤 도시의 도로를 순간 꽉 채우며 요란하게 지나가는 폭주족들의 오토바이는 대부분 낮에는 배달용으로 쓰이는 것들이다. 물론 그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애들도 하루 종일 그 오토바이 위에서 배달 일을 했을 것이다. 낮에는 일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밤에는 즐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탄다. 경륜선수들도 밤에 즐기기 위해서 사이클을 탈만한데 도무지 찾아 볼 수가 없다. 경륜 폭주단. ● 유령마을, 영화 '빅피쉬'에 나오는 마을 이름이다. 유령마을이란 팀 버튼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이 마을은 애시당초 '뻥'이요 라고 속이기 위해 지은 이름 일 것이다. 그런데 '누가 자기네 마을 이름을 유령마을이라고 지을까?' 라는 당연한 물음에 대답이라도 되는 듯 모두들 그 마을이 거짓이라고 믿고 있다. 외대앞 역에서 외대 쪽 계단을 걸어 나와 길을 건너고 맞은 편 주차장 골목길로 가보면 팻말에 '외대 풍물 3길, 4길, 5길'로 이어지는 간판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골목에는 조그만 구멍가게와 반지하에서 옥탑방으로 이어지는 빨간 벽돌집들만 가득하다. 우리는 외대 풍물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이 외대 풍물이라고 믿어 줄 수밖에. 마을 이름 중 으뜸은 '장수마을'이리라. ● 언제부턴가 음식점 쇼윈도우 앞에는 메뉴판대신 보기만 해도 먹고 싶은 플라스틱 음식이 예쁘게 놓여져 있다. 스파게티를 말아 올린 포크는 면발의 힘인지 공중에 붕~ 떠있다. 많은 경우 참 어리석게도 실제 음식도 그러리라는 세뇌를 당한 채 천진난만한 기대 가득한 얼굴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선다. 당연히 홍합과 새우, 각종 해물로 뒤범벅되어 있던 해물 스파게티는 간데없고 오징어와 조개 몇 개만으로 채워진 벌건 면발과 부닥뜨린다. 서울 가면 눈 뜨고 코 베어간다더니, ● 다크시티에 나오는 도시는 밤 12시만 되면 건물들이 온몸을 비틀면서 땅 밑에서 올라온다. 틀림없이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다년간 유학을 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상상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나마 요즘 들어 조금은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는 공사장 펜스 안에서는 쿵쾅! 쿵쾅! 내일이면 사람들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멋진 빌딩을 만들어 놓는 요술공장의 펌프질이 계속되고 있다. ● 꽤 늦은 시간인데도 놀이터나 길바닥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있는 술 취한 여자들을 가끔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참 밤이 안전한 나라라고 J모씨에게 말했다. J모씨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건 인구 밀도가 높아서 그래." ● 홍대에서 자취하는 H씨가 얼마 전 밤에 여자가 비명을 지르기에 나가보니 근방에 있는 남자 자취생들이 다 뛰쳐나와 무슨 일이냐고 여자에게 묻더란다. 만약 남자가 고함쳤으면 경찰차가 왔을 것이다. ● 서울의 강서부 지역이 연쇄 살인으로 한참 공포를 떨고 있을 때, 가정을 가진 아주머니는 해가지면 자신의 작업실에서 5분 거리인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새벽이 될 때까지 남편이 데리러 오지 않으면 꼬박 작업실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여성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 남성들이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남자들의 경우 고등학생 정도 덩치가 되면 밤길을 다니는데 그리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반대로 여자들은 고등학생 정도 나이로 성장하면 밤길을 다니기가 무서워진다. 남자들이 그 두려움에 대해 알려면 긴 생머리 가발을 쓰고 짧은 치마를 입고 가로등 드문 골목을 걸어보면 알 수 있다. 아마 처음엔 흥미롭게 휘파람이라도 부를지 모르지만 점점 큰소리로 뭔가 중얼거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 플라잉넷은 우리의 도시와 그 안에서의 잊을 수 없는 순간들, 그리고 몽상에 대한 창조적인 묘사를 지향하는 웹진이다. 플라잉넷은 도시의 뜬소문에 집착하며, 말도 없이 어느 샌가 지어진 '지니'의 아파트에 놀라고, 끝도 없이 헤매는 중에 튀어나오는 골목길의 마지막 대문을 바라보면서 낄낄대기를 즐긴다. 이곳에서는 하잘 것 없는 소문내기, 썰렁한 농담, 로테크놀로지 SF, 밑도 끝도 없는 구라 등에서부터, 고고학적 발굴과 장소의 정체성 위기에 대한 들뜬 항변들, 순진한 꿈들, 아직도 죽지 않고 달라붙는 근대성의 유령들에 대한 공포 등이 차가운 기술복제 영상을 뒤집어쓰고 이어달리기한다.

사이트 구성말랑말랑_심도 있는 밀착 취재와 뛰어난 상상력으로 플라잉넷 기자들이 풀어 놓는 도시 이야기. 기자마다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계속 연재된다. 말랑말랑 이라는 이름은 이 섹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절망하던 중에 찾아 낸, 기사들을 모두 담고 있는 사무실의 컴퓨터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 왕소문_비교적 긴 호흡을 가진 말랑말랑의 기사들과는 달리 도시 탐사의 신인들이 풀어 놓는 왁자지껄 단신과 수다들. 아지트 찾기, 비밀의 화원 등 일정한 주제를 놓고 그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생각들을 수집하려 한다. ● 플라잉 여행사_왕소문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들과 자체로 수집한 정보를 기초로 알려지지 않은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탐험을 기획하는 섹션. 여행사의 탈을 쓰고는 있지만 사실은 사설탐정에 가깝다. 때로 선동적인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잠복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여행사인만큼 손님들의 안전을 위한 준비나 출입이 까다로운 곳에 비자를 대신 발급받거나 하는 업무를 취급한다. ● 만물상_ 기이한 상품들을 취급하는 최고의 쇼핑몰을 목표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섹션. 노점과 공구상가들을 발로 뛰어 다니며 상품 정보와 생산 네트워크를 정리하려 한다. ■ 플라잉넷

Vol.20040831c | 도시소문 네트워크 플라잉넷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