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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827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경현수_박지훈_이호진_조병왕_최정주 후원_한국문화예술진흥원
관람시간 / 11:00am~08:00pm
마로니에미술관 소갤러리 & 컨테이너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30번지 Tel. 02_760_4726
마로니에미술관 활성화프로그램 MACTOPIA Ⅱ / 『From Alice』 (가재 : 엘리스가 초대하는 이상한 나라로의 모험) ● 19세기 루이쓰 케롤에 의해 출간된 『이상한 나라 엘리스의 모험』은 현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색다른 세계를 향한 인간의 원초적 동경, 호기심, 그로 인한 괴리감의 공존을 판타지적 기법으로 보여준다. ● 21세기의 우리 역시, 이상한 나라 엘리스의 모험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비쳐지는, 디지털 매체의(휴대전화, 디카) 보급과 인터넷의 파급으로, 현실 세계의 가상현실(cyber space)화 또한 가상현실의 현실화가 되고 있다. 아마도 우린 이미 엘리스가 되어 시시각각 가상공간(소위 일컫는 인터넷)을 통하여 우리가 갈망하는 상상의 현실을 경험하고, 넘나들고 그 경험의 흔적을 가상현실 어딘가에 곳곳이 남기고, 가상세계 가상의 제3자와 그 흔적을 통하여 소통을 하고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다양한 크기, 형태의 문은 이러한 현실 혹은 가상현실로의(log in/ log off) 연결, 접속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이상한 나라 엘리스의 모험에서 벌어지는 정체 모를 chaos 와 cosmos의 끊임없는 대립과 근원을 알수 없는 시간의 압박의 공존을 공감할 수 있는 반면, 『From Alice』에서는 시공을 넘나드나 일시 정지된 듯 한 순간적 모험의 현장을 포착하여 보여준다. 환타지적 순간의 경험을 선사하고 그 결과물은 디지털 카메라(디카)를 이용한 즉석 출력물 혹은 또 다른 디지털 매체를(휴대전화)통하여 가상현실과(인터넷: Cyworld 개설) 현실 세계에 동시, 그들에 의해 유통된다. 이는 마치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장 가능 한 기념품(souvenir) 혹은 사진으로 남기 듯 경험과 흔적을 선사한다. ● 관람객은 엘리스가 초대하는 이상한 나라로의 모험에 초대되어 또 다른 그들만의 엘리스를 경험하고 그 결과물은 그들의 선택에 의해 제작 유통된다. 의상 디자이너를 포함한 5명의 각 분야별 작가들은 영상, 미로 설치, Libido(애욕의) 정원,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디지털 세계에 이어 오렌지색 컨테이너 안의 유기체적 습지로, 그들만의 wonderland 가 펼쳐진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구비된 디카 및 그들만의 다양한 디지털 매체로 그들만의 엘리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여 유통시킨다.
윈도우 갤러리_윈도우 갤러리에는 경현수에 의한 작은 오브제들이 그들만의 공간과 틈을 점유한다. ● 소갤러리_관람객은 가벽 우측의 지도를 보며 행보를 결정하며 동시에 좌측 소형문을 통해 이상한 나라로의 경험을 시작한다. 괴이한 여성의 하이피치 톤의 싸운드를 들으며 사선형으로 짜여진 닫힌 공간으로 들어가면 박지훈의 크고 작은 영상들이 공간을 점거한다. ● 박지훈이 펼쳐내는 엘리스는 물리적 혹은 심리적으로 항상 가변적이다. 원더랜드라는 변화무쌍 그 자체의 불확실성과 맞닥뜨려진 엘리스는 더 이상 우리 머리 속으로 그려내어지기 힘든, 정체불명의 존재로 떠오른다. 또한 엘리스는 더 이상 루이쓰 캐롤이 창조한 소녀 엘리스가 아닌 무엇으로도 변화가능한 변화체이기에, 우리는 그녀의 모습에 반응, 해석 해야하는 부담까지 껴안게 된다. 「Was it a cat I Saw」(single channel video-looped, color, 1000, NTSC)는 엘리스의 이러한 가변성과 불분명한 정체성에 대한, 그리고 루이쓰 캐롤의 언어기호학(semiosis)적 놀음에 대한 비디오언어로서의 헌정이다. 'Was it a cat I saw' (소설상의 실제 지문)의 스펠링을 거꾸로 뒤집어도 역시 같은 문구가 되는 언어게임의 맥락은 비디오의 씨퀀쓰상에서 대칭적, 만화경적인 그림으로 은유 되어진다. 마를린 먼로의 영화 『7년만의 외출(7 year itch)』 중의 한 장면을 길게, 그리고 거꾸로 늘어뜨리고 그 그림들이 전진, 후퇴를 반복되는 동안 왜곡되고 기이화되는 과정 등은 엘리스가 겪는 여정의 시간성과 왜곡된 공간성의 즐거움을 표현해낸다. 어린 소녀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섹tm심볼로 대치된 아이러니는 소설 상에 등장하는 수많은 성적 은유(implication)를 충분히 전유해내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의 여지를 남기지만 적어도 먼로의 그 유명한 하얀 드레스의 나풀거림과 고혹적(혹은 유치한) 그녀의 하이피치톤의 목소리는 가상의 엘리스를 우리들의 머리 속에서 잊혀졌던 그 옛날의 엘리스로 환생시키는 심리적 영매의 역할을 수행해낸다. ● 이어서 이호진이 선사하는 혼돈과 혼란의 판타지로 빠져든다. 여러 칸막이로 복잡한 미로구조를 한 공간은 색다른 혼동을 자아낸다. 각 벽면 위에는 사회비판적이며 해학적인 이미지들이 거울, 홀로그램과 같은 특수재질에 드로잉, 콜라주 기법으로 혼란스럽고 어색하게 이상한 공간을 연출한다. 이러한 카오스적 오브제와 이미지의 앙상불은 다분히 거칠고 즉흥적으로 여과되지 않은 작가의 현재 모습과 시각, 사상의 직설적 반영인 듯 하다. 이는 과장된 사회적 메시지도 순수한 미술적 가치도 아닌, 우리 사회의 적당한 축소판이며 비현실적인 축제의 놀이공간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유희적 공간을 넘어, 지금 무엇이 '이상한'가, 그리고 왜 우린 '엘리스'인가에 대해서, 관람객이 잠시나마 느끼고 반문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혼돈과 혼란의 미로를 지나면 조병왕의 비현실과 현실, 2차원과 3차원의 기하학적 암흑의 일루전적 디지털세계로 안내된다. 작가는 소갤러리 내 창고공간을 문을 제조하는 공장의 한 구역처럼 설정, 전환시킨다. 창고라는 폐쇄적이고 무관심한 주변적 공간과 일상적 용품에 형광효과를 적용시켜 비현실적 공간을 창출하고 그들이 지닌 본성과 비현실적 세계(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현 세대의 내면을 묘사하고자 한다. 우측벽면에 걸려있는 작은 열쇠와 메뉴얼은 디지털세계로의 접속인 log in / log off 개념으로, 사이버 세계 혹은 on-line 상의 접속 암호코드로 해석되며, 동시에 off-line(현실세계)에서 관람객은 한 명씩 입구 옆에 준비된 열쇠로 문을 열고 안에서 다시 문을 잠근는 형태로 접촉을 시도한다. 관객은 3차원적 특성과 물질들이 완전히 상실된 암흑공간 속으로, 심연과도 같은 구멍 속으로 빠져든다. 전환된 공간의 특성과 사물들, 예를 들면 작업대, 층층이 쌓아놓은 문틀, 여러 공구들의 이미지들이 형광물질로 칠해지고 블랙라이트의 조명 하에 어둠 속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단계적 진행의 조심스러운 접속은 또 다르게 현존하는 엘리스의 디지털적 유희 공간이다. 문의 제작은 각각의 프로세스에 따른 작업과정인 동시에,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상징적 표현이다.
안쪽으로 의상 디자이너 최정주의 거대하고 괴이한 엘리스의 LIBIDO(애욕) 정원으로 초대된다. 더 이상 소녀인듯 소녀가 아닌 성장한 여성이 되어버린 엘리스, 거대하고 비대하게 커져버린 몸을 현실세계의 공간에 구겨 넣은 듯한 형태로 엎드린 괴이한 포즈의 구부린 다리의 모습은 마치 나무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는 단지 클릭 하나만으로 떠날 수 있는 환상의 세계인 인터넷 시대를 사는 성인에게 환타즘을 선사한다. 이성과 떨어질 수 없는 우리의 불쌍한 육체는 끝없는 웹페이지를 떠돌며 현실 속에서 채우지 못한 욕구를 찾아 헤매다 자신도 모르는 새 한없이 커지고 또 작아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거대한 육체들 사이에서 커져 가는 libido(애욕)를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한 채 끝없이 방황하는 자신을 결국 발견한다.
경현수는 야외 오렌지색 컨테이너박스 안에 복잡 다단하다 건축 구조물과 디지털 인쇄물의 유기체적 구조 혼합체로 구성된 괴이한 습지를 옮겨 놓는다. 이 가상의 습지에서 현실의 습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작은 깃털,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들, 죽은 물고기 한 마리, 물위를 뛰어다니는 소금쟁이를 보며 이상한 나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이들 현실들은 사진이라는 디지털적 매체를 통해 우리를 또 다른 공간으로 옮겨 놓는다. 여러 장의 습지 사진들은 가느다란 나무스틱과 만나 서로 얽히고 얽혀 하나의 건축적 구조물들을 만들고, 이 구조물들은 또 다시 서로 얽혀 하나의 도시를 만들어간다. 이 도시는 살아서 스스로 몸집을 키워 가는 거대한 유기적인 형태로 담쟁이가 하나의 건물을 점유해 가듯이 컨테이너박스를 점유해간다. ● 나란히 설치된 또 하나의 컨테이너에는 관람객이 전시실에서 디카를 이용하여 촬영한 결과물을 인쇄할 수 있는 컴퓨터와 프린터가 구비되어있다. 또한 작가별 아카이브로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 오프닝 파티_푸드 스타일리스트의 기이한 형태와 형형 색색의 음식과 음료가 준비된다. 날 먹어 줘(Eat Me') '날 마셔 줘'('Drink Me')등의 다중 의미의 텍스트가 음식과 함께 첨가되어 관람객은 또 다른 시공을 넘어서 그들만의 엘리스를 경험한다. ■ 윤보라
Vol.20040827b | From Ali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