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향기

노순택 사진展   2004_0818 ▶ 2004_0831

노순택_분단의 향기_흑백인화_2003 감히 상상도 못할 결말, (평양 폭격)있는 곳에 끝이 있다. 가공할 스미스요원(김정일분)에 맞서 네오(부시분)와 트리니티(노무현분)가 펼치는 본격 버라이어티 쑈쑈. 역사상 최초 (CNN을 통해) 전 세계 동시 개봉_2003. 10.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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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818_수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_2004_0826_목요일

김영섭사진화랑 유진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46-1번지 Tel. 02_733_6331

서슬 퍼런 독재의 탄압 속에서도 '자유'를 외쳤던 시인 김남주의 입가에선 구수한 막걸리의 향기가 풍긴다. 그에게 침을 뱉고, 군홧발을 날려 옆구리를 걷어차고, 창살에 가두어 고문했던 '분단'에게선 어떤 향기가 날까? ● '제도적 폭력' 혹은 '제도화된 폭력'에 대한 나름의 화두를 붙들고 사진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제도적 폭력'이란 게 대체 뭘까? 이는 매우 모호한 규정일 수 있다. 제도화된 폭력의 기준과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그물 망에 엮여 들어오는 것들 또한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나는 상처투성이인 한국의 근현대사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관통하는 거대한 폭력의 근원을 주시했다.

노순택_분단의 향기_흑백인화_2003 끝나지 않은 전쟁이 서울을 뉴욕의 위성도시로 승격시키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오색종이... 탱크의 포신에서 비롯되는 평화의 축제... 탱크의 포신이 불을 품는 순간, 축제의 주체는 바뀐다. 록히드 마틴과 보잉,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스미스 인더스트리즈, GKN, 레이시온이 참여하는 군산복합체의 신나는 댄스가 시작된다_2003. 10 서울
노순택_분단의 향기_흑백인화_2003 미군의 손에 들린 작은 카메라... 해방자의 눈에 비친 한국의 분단은 기념과 감시의 대상일 뿐이다. 아부 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 가두고 벌거벗긴 이라크인에게 그랬던 것과 같은 시선으로 해방자들, 분단 한국에 카메라를 들이대다_2003. 3. 임진강에서 훈련 중인 주한미군 2사단

어이없지만 그 폭력은 고달팠던 일제강점기를 끝내주었던 '고마운'(?) 해방자의 손아귀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우리 근현대사를 고통으로 물들였던 굵직한 폭력 마다엔 해방자의 자취가 짙게 배어 있었다. 신탁통치를 둘러싼 해방정국의 혼란부터 한국전쟁과 분단, 자유당 독재와 4.19, 유신독재, 베트남파병, 5.18 광주의 학살, 국가보안법, 매향리 반세기의 신음, 한강 독극물방류, 여중생사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테러방지법...... 등 해방자가 저지르거나 개입한(하고 있는) 사건은 이루 헤아리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노순택_분단의 향기_흑백인화_2003 "니들이 전쟁을 알아? 니들이 예술을 이냐고... 사진 찍으려거든 똑바로 찍어봐!" 한국참전예술인협회 소속 예술인들, 반미감정 부추기는 친북좌경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거리에 나서다 2003. 3 서울 한나라당사 앞
노순택_분단의 향기_흑백인화_2004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쑤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한미동맹 강화⇒경제회생⇒ 김정일 붕괴⇒주님의 은총⇒다함께 기도... 분단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웃음과 폭력을 동시에 조장한다. 서울 시청 한 복판에서 '6.25 비상구국기도 및 국민각성대회'가 절찬리에 열리다_2004. 6. 서울

이렇듯 지난 반세기 동한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제도적 폭력' 혹은 '제도화된 폭력'의 뒷그림자엔 해방자가 있었다. 비록 그 폭력이 최종적(외형적)으로 대한민국정부, 혹은 지자체, 기업, 특정 개인의 손을 통해 발산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혐의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 내가 주목했던 '제도적 폭력' 혹은 '제도화된 폭력'이란 추상적인 화두는 현실세계에서 '지구상 유일의 전쟁국가이자 폭력화된 힘을 신처럼 여기는 나라, 지구 곳곳에서 해방자임을 자처하며 제도적 폭력을 일상화하는 나라... 미국'에 대한 관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힘은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이득권자와, 반공정부와, 신자유주의 기업과, 20%의 가진 자들과 결탁해 '사회안정'과 '사회정화', 나아가 '세계질서'를 추구하는 제도화된 폭력을 추구해왔다.

노순택_분단의 향기_흑백인화_2003 방금 까지 서로 총질하고 자빠지던 인민군과 국방군, 밥 먹을 시간이 되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다. 인민군이건, 국방군이건 일단은 밥이 먼저임을 몸으로 말하다_2003. 8 서울
노순택_분단의 향기_흑백인화_2004 꿈에도 그리던 금강산, 태고의 신비, 묘향산, 민족의 영산 백두산, 북한의 도시, 북한의 야생화, 북한 주민들의 생활... 일단 500원을 투입하세요. 입체 영상으로 북한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_2004. 7 강원도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첨예한 모순의 한 가운데엔 '분단'과 '미국'이라는 괴물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괴물들의 향기는 시인 김남주가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외쳤던 것처럼 도처에 널려 있으며, 비무장지대나 통일전망대 같은 특수한 공간의 발견이 아닌 '생활의 발견'수준이 되어 있다. ● 무겁고, 버거운 주제일지 모른다. 이 무거운 상대를 무거움으로만 대적한다는 것은 어설픔과 불가항력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작업에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가미하고, 키치적인 웃음과 서글픔을 담고자 한다. 때론 '낯설게 하기'의 전술을 통해 현실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비(초)현실적으로 보이거나, 마치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상황을 이미지화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구사하려고 한다. (뉴욕 한 복판에서 테러가 벌어졌는데 한국에서 시체놀이가 행해진다. 이는 '워싱턴에서 재채기만 해도 서울은 감기몸살에 걸린다'는 진한 농담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진 것일까? 나는 이런 시체놀이가 우습고, 그래서 필름에 담아둔다.)

노순택_분단의 향기_흑백인화_2004 전쟁을 기념하라... 평화를 기념하는 게 아니고? 오늘도 용산전쟁기념관의 웅장한 아가리, 멋모르는 아이들을 쉴 새 없이 집어삼키다_2004. 6. 서울
노순택_분단의 향기_흑백인화_2003 뉴욕 한 복판에서 테러가 벌어졌는데 한국에서 시체놀이가 행해진다. (혹시 못 말리는 짱구의 친구들?) 이는 '워싱턴에서 재채기만 해도 서울은 감기몸살에 걸린다'는 진한 농담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진 것일까?_2003. 8 한국전력에 대한 테러 대비 훈련

이는 폭력이 제아무리 '제도'와 '이성'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악을 써봤자 그것의 허탈함과 비논리성, 반윤리성을 감출 수는 없다는 나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폭력은 '골 때리는 작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측면에서 폭력의 공포와 잔인함 뒤에는 비록 작지만 '골 때리는 웃음'이 배어있다.) ● 해방자의 손때가 군데군데 배어있는 분단의 나라 자유대한미국. 나는 이 나라를 '대한미국 코메리카 공화국'이라 이름짓고 11개의 소주제로 나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이번 개인전 '분단의 향기'는 코메리카 프로젝트 11번 '잠시 멈춘 전쟁'작업을 주로 하되, 다른 프로젝트의 범주에 들어 있다 하더라도 분단의 향취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고 판단되는 사진을 뽑아 한 데 묶은 것이다. ■ 노순택

Vol.20040817a | 노순택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