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 I's

이버들이 사진展   2004_0816 ▶ 2004_0822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그린포토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0816_월요일_06:00pm

그린포토갤러리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2-10번지 고려빌딩 지하 1층 Tel. 02_2269_2613

또 다른 나 ● 누군가와 함께 있고 그와 이야기를 할 때, 자아는 없이 상대방에 녹아드는 내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내 앞에 앉아 있는 그녀는 의미 없는 대상, 단지 상황을 연출하는 인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내 카메라에 담겨질 때에는 또 다른 내가 되고 만다. 그녀와 같이 하는 그 상황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을 인식하지 않아도 되고 따라서 나와 또 다른 나와의 관계를 즐기게 된다. 사르트르는 사회 속에서만 에고가 존재, 성장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사회 속에 갇혀진 나는 나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그 사회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와의 관계에서 내 자신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만큼, 그 관계는 자아를 인식하는 유일한 통로이며 놀이이다.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2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그 유희의 끝이 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놀이를 즐기는 것은 성장하고픈 자아와 멈추고 싶은 자아 사이에서의 갈등이 미묘하게 사진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진실을 말하기도 한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셔터를 누르는 나 자신도 아니고 앞에 서성이고 있는 그녀도 아니다. 나의 사진을 바라보는 당신이다. 자아를 만들어 가는 것도 내 자신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당신들이다. 내가 끊임없이 셔터를 누르는 것도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닐까. 사진작업이 계속될 수 있는 힘은 나의 그러한 욕구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사르트르의 말처럼 나의 에고는 그렇게 존재할 수도 있겠다.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2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이버들이_무제_컬러인화_2001

이번 전시는 내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익숙한 순간이 그들에게서 느껴질 때 나는 비로소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은 내 자신이 그들에게 투영되는 바로, 자아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 이버들이

Vol.20040815b | 이버들이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