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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813_금요일_06:00pm
조각그룹 비 홈페이지 myhome.naver.com/relayvision/
참여작가 강선구_박정은_박혜수_신혜진_오수연_이지향_이희경_조수연
후원_조흥갤러리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2-12번지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고단한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늘어진 발걸음이 매일같이 끌고 가는 곳, 바로 집이다. 벗어나고 싶은 갑갑한 틀이면서 또한 한없이 편안한 안식처인 집은 문명의 발생과 더불어 끊임없이 그 기능과 형태를 발전시켜 왔고 그 속에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현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가장 잘 담고있는 거울이기도 하다. ● 최근의 변화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듯이 작은 집에도 개인욕실이 따로 있어야 하고, 몇 개의 방이 거실 하나를 둘러싸고 있던 예전의 구조에 비해 서로의 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개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미로와 같은 구조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것 또한 집이 아닌 우리 삶의 변화가 아니겠는가? ● 조각그룹 비의 11회 전시인 'housewarming(집들이)'展은 갤러리를 현관과 거실, 부엌, 그리고 몇 개의 방으로 구성된 집의 공간으로 재구성하여 8명의 작가가 각자 바라보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 속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더없이 화려하고 편리한 겉모습을 하고 모두들 부러울 것 없이 자신만의 인생을 이루어 가는 듯 하지만 그 속에서 진정 찾아야 할 나만의 시간과 모습은 어디에 있으며, 내가 정말 보고싶은 풍경과 쉬고싶은 안식처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과연 나는 내 몸의 균형조차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작가들이 되뇌이는 고민들은 왜곡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질문일 것이다. ● 집들이에 초대받은 관객들은 각 공간의 모습들을 통해 집이 아닌 나를 바라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고 그간 우리의 삶이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게 된다. 또한 집을 구경하면서 그 속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자신의 공간과 비교해 보는 매우 친밀하고 일상적인 경험과 생활 공간의 오브제를 적극 사용한 전시구성은 관객에게 작품으로서의 작품이 아닌 삶 속에 녹아든 작품으로 다가가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강선구 ● 좁고 뾰족한 삽으로 땅을 판다. 깊이깊이 파고 묻는다. 형체없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을 묻는다.'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항상 깊이 묻으며 사는 것은 아닐지. 이렇게 차곡차곡 묻어둔 것들과 예상치 않게 마주 대하게 되는 경험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꿈속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합리적인 구조와 명확성보다는 단편적이며 다양한 플롯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불명확성, 다양성을 지닌다. 이러한 추상적인 꿈의 이미지들이 가시화되고 현실적 언어적인 구조를 부여받았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게 된다. 전시장이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극히 개인적이며 은밀한 이야기들이 공개됨으로써 관객들은 한 여자의 내면에 '묻혀진 것'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베개 위에 새겨진 다양한 꿈의 이미지와 글을 보면서 타인의 내면을 함께 공유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며 즐거움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희경 ● 세월이 지날수록 집에는 많은 짐들이 생겨난다. 버릴 수도 없고 버젓이 내어놓기도 할 수 없는 많은 짐들. 골방에는 그런 짐들로 가득하다. 때로 골방 안에 쌓여 있는 짐들을 보면서 그 하나 하나에 담긴 시간들과 아득히 잊혀졌던 기억들을 되찾기도 하거나 지금 꼭 필요한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도 있다. 또 그것을 찾는 동안에 나의 마음속에 자고 있는 많은 기억과 감정들을 회복할 수도 있다. 어렸을 적부터 골방, 다락방, 창고 방은 항상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 찬 커다란 비밀 상자 같았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물건들에 숨어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내며 그곳에서 해가 지도록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나는 뭔가 찾으러 들어가 골방에서 하루종일 나오지 못하고 뒤적질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 골방은 나에게 끝없는 이야기를 선사하는 멋 찐 '비밀 장소'이고, 다른 세계로 향한 '통로'이며, 작은 나의 몸으로도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사다리'이다. 인생은 고도의 두뇌 싸움인 치열한 게임과 사다리 타기 같은 절대적인 '운(luck)'만으로 승자가 결정되는 하찮은 놀이가 결합된 아주 오묘하고 우울한 게임이다.
신혜진 ● 본 작품에서 낟장낟장 문서들을 모아 묶어놓은 책을 통해 현대인들 삶의 흔적을 표현한다. 벽면 공간에 입체적으로 책이 빠져나가고 남아서 파여진 오목한 흔적들이 있다. 그리고 바닥에 빠져나간 다양한 형태의 책들이 한 권씩 쌓여있다. 안쪽으로 파인 부분은 흔적, 집안 곳곳에 남은 현대인들의 흔적에 대한 표현으로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과 함께 새로운 생성과 성장의 암시가 내제 되어있는 표현이다.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글자나 그림으로 기록한 낟장낟장의 문서를 꿰어 매 놓은 책처럼 본 작품의 작업은 축적되는 시간 체험의 과정이며 합판을 쌓으면서 체험하는 시간처럼 축적되는 현재의 현대인의 하루하루 모습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고 동시에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지향 ● 정신과 물질적 가치관의 혼란으로 일어나는 현대 사회의 수많은 병폐들을 바라보며 개인에게 있어서는 머리와 가슴의 계속되는 불균형이 어지럼증을 유발시킨다. 나의 마음과 행동은 얼마나 일치하는가? 나는 하나를 위해 나머지 하나를 희생하고 혹사시키지는 않는가? 이 시대를 직접 살아가는 직접적인 주체인 우리의 몸 - 직접 피부로 느끼며 폐로 숨쉬고 있는 우리의 몸이 먼저 균형을 잃고 쓰러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엌 조리대 위 두 개의 주방 저울에 올려진 심장과 뇌는 감성과 이성이라는 삶의 이분법을 감당하는 표상이다. 돌아보면 내 마음 따위는 언제나 논리적 사고라는 것에 무시당해 오지 않았는가. 붉고 뜨거운 피를 쉴새없이 뿜어내는 가슴이지만 머리의 무게에 비하면 가볍기 그지없다. 뇌 하나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더욱 많은 심장을 저울 위에 올려져야 하는 이 상황을 통해 우리 삶의 눈금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어떻게 균형을 맞춰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조리대 위에 마치 고깃덩어리처럼 올려져 있는 심장과 뇌는 점점 물성화 되어 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조수연 ● 나의 'fitting room'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현대인과 그 허상을 꼬집는다. 타인과 형성되는 다양한 관계-남들의 이목을 지나치게 의식해야 하는 관계, 또는 때론 그러한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관계 등 -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면서 살아간다. 'fitting room'은 말 그대로 옷을 갈아입는 곳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나를 치장하는 그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적 과정을 'fitting room'을 통해서 직접적이고 단호하게 형상화시키고 있다. 방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모피코트를 걸치고 화려한 거울에 나를 비추면 본래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분장을 해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이 드러난다. 값비싼 코트 안에서부터 꾸물꾸물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라텍스로 기워진 안감은 드러나 보이는 '나'와 감추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근본적인 삶의 이중적 구조와 모습을 말하고 있다.
오수연 ● 도시 한복판... 사람들이 걸어간다... 바쁜 듯 어디론가 걸어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다 나는 나의 길을 잃어버렸다... 그 자리에 서서 어디로 가야할지 생각중이다... 고개를 땅으로 떨구고... 나의 시선은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의 행렬에 멈춘다... 직선길도 아니고... 구불구불... 앞 개미의 가는 길을 그대로 따르는 개미들... 앞 개미의 꽁무니만을 보고 줄지어 간다... 한참 개미들을 바라보다 그들은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고개를 들어 다시 사람들이 내 시야에 들어 왔을 때... 사람들은 사라지고... 큰 개미들이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박혜수 ● 현대사회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사람을 피해 자신만의 장소로 들어가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본다. 그러한 간접적인 만남의 전방엔 TV 가 있다. 사람들은 TV를 통해 울고, 웃고, 고민하고, 생각하며 이야기한다. 어느 순간 사람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버린 TV를 보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점점 사람과의 직접 만남에 대한 의문과 관계를 되짚어본다. ■ 조각그룹 비
Vol.20040809b | 2004 조각그룹 비_Housewarmi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