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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책임행정기관 지정 철회를 위한 전국 미술대학 교수대책위원회
아래에 서명한 전국 대학교 미술 관련학과 교수 233인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이번 정부시책을 미술현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탁상행정·밀실행정의 전형으로 간주하며, 고사 직전에 있는 열악한 한국 미술계의 내일을 보듬어 안는 심정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 지정 철회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대통령과 각 관련부처 장관께 올리는 바입니다. ● 격동의 근대와 현대를 지나오면서, 이 땅의 수많은 미술가들은 열악한 현실과 맞서면서도 치열한 작가정신과 시대적 고뇌를 예술로 승화시켜 왔으며, 그 과거와 현재의 투쟁의 결과물로서 소중한 미술작품들을 우리에게 남겨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작가들을 양성하는데 미술대학이라는 공간은 중요한 요람의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해방 후 각 대학교에 미술관련 학과들이 생겨난 것을 시발점으로 이 나라의 미술교육이 양적·질적인 성장을 거듭한 결과, 지금은 국제적인 미술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가들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대학 미술교육에 종사해온 우리 교수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교육에 임해왔습니다. ●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미술교육이 그저 유아기의 정서발달을 위해 강조되는 정도에서 초·중·고교에서의 미술교육은 점점 더 등한시되어 이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을 헤매고 있습니다. 지금 이 나라의 청소년들에게 미술문화의 중요성을 강변하다가는 자칫 놀림거리로 전락하기 십상인 현실을 대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이런 상황에서 21세기에 문화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원대한 포부는 대체 어떤 현실적 판단에 근거한 것입니까. ● 공교육에서 미술을 등한시하면 할수록,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공공 문화기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국가의 문화정책을 실제로 수행하고 한국의 작가와 미술계를 지원하며,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미술과 문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북돋우는 것이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 역할 수행의 근간에는 기초문화, 기초예술의 보호·육성이라는 국가적 책무가 존재합니다. 이는 서비스 개선, 자율성과 효율성 확보라는 허울 좋은 경영논리의 겉치레를 방패삼아 슬그머니 팽개쳐서는 결코 안 되는 국가의 본질적 기능입니다. ● 물론 국립현대미술관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 국가적 책무가 보다 강력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바꾸고 개선해야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습니다. 미술계의 오랜 숙원인 도심 미술관의 신설, 미술관의 발목을 잡아온 부조리한 직제 개편, 전문직들이 중심이 되는 행정시스템 강화 등, 이미 미술계 전면에 부각된 현안들은 우리 미술대학 교수들을 포함하여 미술계의 전 구성원들이 조기에 해결하고자 물심양면으로 모색해온 사안들입니다. 이 같은 필수조건들을 충족시킨 연후에, 우리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그 본연의 책무를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였는가를 엄중히 물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개혁이라는 명목상의 구호에 고취된 몇몇 행정 관료들의 탁상에서 비롯된 졸속정책이 아닌 진정한 "책임운영"일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교수들이 작금의 "책임운영기관화" 논쟁을 종식시키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 지정발표를 즉각 철회하고 모든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단순한 행정관청이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주어야할 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오늘의 미술현장을 보호하고 내일의 문화비전을 구체화시켜 나가는 핵심적인 문화 인프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이번 정책의 입안자들은 단 한번의 공식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한 이번 과정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미술현장을 찾아서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십시오. ● 대통령과 각 관련부처 장관께서는 21세기 문화대국 수립이라는 시대적·국가적 과제를 수행하여야 할 국립현대미술관이 실적 제일주의의 행정논리에 밀려 미처 검증되지도 않은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되는 경박한 사건이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길 간곡히 탄원하는 바입니다. ■ 국립현대미술관 책임행정기관 지정 철회를 위한 전국 미술대학 교수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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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040804c |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 지정 철회를 호소하는 탄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