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이지 않은 상상 그대로의 無爲自然

장혜홍 개인展   2004_0802 ▶ 2004_0808

장혜홍_黑-Black Project_실크와 혼합재료_50×30cm×200_2004

TOKI Art Space Tokyo, 일본 東京都 谷神宮前 3-42-5 サイオンビル 1F Tel. 81_03_3479_0332

수원을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섬유예술가 장혜홍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 일본 도쿄의 '도키 아트스페이스(TOKI ArtSpace ToKyo)'에서 열린다. 도키 아트스페이스는 관객, 작가, 화랑간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소로서의 이미지를 표방하고 있으며, 해외작가와의 교류전이나 해외의 기백있는 작가들을 엄선하여 기획 초대전을 개최해 주는 등의 진취적인 전시를 통해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현대미술 화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미 한국적인 소재로 까다롭기로 소문 난 일본 교토의 마로니애 갤러리에서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 받고 돌아온 바 있는 장혜홍이 이번 전시에서는 동양적인 감수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작품 200여점을 설치할 예정이다.

장혜홍_사색공간_가변설치_2004

흑백을 주조로 하는 장혜홍의 작품은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사상에 바탕을 둔 한민족 정체성에 대한 의미를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즉 우주근원의 절대적 일물(一物)인 음? 양의 양기현상을 한민족 전통색인 오방색(五方色) 중 흑과 백이라는 색채만을 차용하여 희노애락(喜怒愛樂)의 감정이나 미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것인데, 이것은 한민족의 음양오행적 우주관에 근거한 관념인 것이다. ● 계절로는 겨울에 속하며 오행(五行) 중 물(水)로서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고 스며들기를 좋아하는 흑색으로부터 전해지는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의 경지에 오르게 하고 있다. 인위적이지 않은 상상 그대로의 무위자연. 그러한 장혜홍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풀피리 소리와 저멀리 드리워진 안개속에 노젓는 배를 탄 어느 한량의 유유자적한 여유로움에 빠져들게 된다. 이것은 바로 세속으로부터 초월을 희구하는 사상,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스스럼없는 동양적인 정신세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은 검지만 탁하지 않다. ● 또한 천연 재료로부터 추출한 물감으로 붓칠을 하여 그림을 그리고 열을 이용해서 염료가 천에 베이게 한 후, 또 한번 붓칠을 하고 다시 한번 정련의 과정을 거치게 하는 이와같이 수차례 반복되는 작품제작 과정은 자연에서 시작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 순환의 원리에 따르는 작가 자신의 자연에 대한 순수한 수용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서 겹겹이 쌓여진 붓질 한번 한번의 자연스러움이 더욱 투명하게 살아있다.

장혜홍_수원화성_가변설치_2004

장혜홍 작업의 또 다른 주안점은 바로 표현형식에 있어서의 자유로움이다. 현대 예술의 흐름이 점차 그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서로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탈 장르', 혹은 '혼합장르' 현상이 두드러지고 서로 다른 예술 장르들이 만나 새로운 창조와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데, 장혜홍의 작업 역시 그 기법과 내용면에서 설치미술, 대지미술, 회화 등의 여러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갤러리 내부 벽면을 가득 채워 새로운 스케일감을 조성하고 있으며, 흑과 백의 대비되는 색채, 형식의 강렬함으로 연출된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은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체험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직설적 충격과 의외성으로 점철된 다차원 현대미술의 과격함에 적응이 된 우리에게, 장혜홍의 평면적 흑백의 모노톤 색면구성 설치작업이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정유진

Vol.20040802a | 장혜홍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