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4_0721_수요일_05:00pm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02_735_2655
이번 3번째 개인전에서는 지금까지 찾아온 우주의 실존을 허공이라고 하였다.(노자와 21세기, 김용옥) ● 우주는 태양계나 별들이 아니라 그것을 담은 허공이 실존이다. 과학의 편에서 보면 환한 불빛 아래에서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즉 無이다. 이러한 관점은 과학뿐만 아니라 전체 서양철학의 전통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서양철학은 이성의 빛 속에서만 드러나는 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언어로 표현될 수 있고 해석될 수 있는 것만을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해온 이성중심, 로고스 중심의 역사이다. 근대화의 추세는 종교개혁이후 전개되기 시작한 계몽운동과 그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 거의 공통된 견해이다. 신을 존재하는 모든 것의 제1의 원인이자 창조주로 보는 형이상학적 세계관은 이제 그 자리를 이성적 세계관에 내주어야했다. 이러한 계몽화의 과정을 꿰뚫어 본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함으로써 그 종말을 앞서 예견했던 것이다.
맨 처음에 우주에는 無가 있었다. ● 흔히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동의어로 간주되는 열역학 제1법칙에서는 에너지는 그 자체의 형태는 변화될 수 있지만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것이다. 이 법칙에 의하면 우주의 에너지는 과거나 현재나 항상 동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우주가 자기 스스로 진화되어 커온 것이 아니며 무(無)에서 거대한 에너지의 우주가 갑자기 형성된 것이다.(창조의 비밀, 김영길, 조덕영)
즉 이번 전시회는 존재의 유래로서의 '무 無'와 존재의 횡포에 대해 표현한 것이다. ● 꽃은 보는데 보통 꽃 테두리 안의 꽃만 보지 꽃 테두리 겉인 변두리의 허공에는 눈길조차 주려고 하지 않는다. 꽃을 있게 하는 것은 허공이다. 허공이 참이다.(다석 류영모의 .생애와 사상, 박영호) 인간의 이성에 의해 확인될 수 있는 것만이 존재라는 명칭을 받을 수 있는가? 이 얼마나 오만한 인간 중심적, 이성 중심적인 생각인가? 인류는 바로 이러한 인간 중심적, 이성 중심적, 존재 중심적 사유로 인한 폐해를 20세기에 들어와서 톡톡히 치르고 있다. 지금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륜 내지 천륜 파괴적인 만행, 수질오염, 공기 오염, 오존층 파괴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개인 생명, 사회생명, 자연 생명, 지구 생명, 우주생명 파괴의 현상들은 그 동안 인류가 관심을 쏟지 않았던 '없는 것(無)'들이 벌이는 '무의 반란'이다. 그러기에 현대의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스트인 리오타르는 '서술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감정을 예민하게 만들어야 하며 그를 위한 새로운 서술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태양을 꺼라" 존재 중심의 사유로부터의 해방, 이기상)
재료연구 ● 특수합금한 철인 스테인레스 프레임은 현문명을 이룬 기초적 물질이자 인류문명의 모더니즘적 형상의 틀을 상징한다. 이러한 인류문명의 기초인 금속사이를 「 Interference-gulf 2004-1,2,3」 세 작품 속으로 뚫린 공간이 관통하여 문명 속의 실존인 허공을 표현하였다. 홀로그램의 원리는 빛의 간섭(interference)현상에 의해 3차원의 2가지이상의 형상이 보이는 각도에 따라 나타난다. 보는 방향이나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물질의 본질이 보이는 것 자체가 아니라 물질과 물질사이에 있는 빔(無,gulf)이 물질의 본체임을 뚫린 공간과 여러 매체의 간격으로 표현하였다. 큐방은 물질과 간격없이 압착되어 기능하는 빔이 없는 물질문명을 말한다. ■ 장금형
Vol.20040721a | 장금형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