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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716_금요일_05:00pm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2-12번지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물체세계의 이미지들은 나로 하여금 어쨌든 그에 반대하고픈 이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물체들 앞에서 항상 어떤 관심이 생겨나기 때문인 것 같다. ● 일상 속에서 흔하게 보이는 사물과 건물, 상황들은 보이지 않는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이루는 작은 파편들로 느껴진다.
그 파편들을 상대로 벌이는 작은 소동같은 것, 그것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약함(weakness, fragility)'과도 관계가 있다. ● 주변의 상황들로부터 얻은 '약함'의 추상적 이미지는 나 이외의 것에 대한 '반응'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고무호스를 한 번 꼬아 기하학적인 모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스틸 바에 하나씩 고정시킨 「가벼운 끈」(2003)은 서울 변두리 거리에 걸려있었던 후즐근한 간판용 전구들의 모습에서 나온 것이다. ● 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들과 단단하고 치밀하고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들이 느껴지는(하지만 곧지도 단단하지도 치밀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건물들 사이를 가로질러 널려 있었던 전구줄들이 나에게는 마치 '자연'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Bomb Facing the Sun(2004)」을 설치한 곳은 사방이 꽉 막힌 좁은 공간이었는데, 경사진 계단 맞은 편에는 열 수 없는 커다란 창이 있었다. 나는 그 주변에서 아주 약하고 쓸모 없는 것들(대부분 누군가가 버린 것)을 주워서, 그것들을 조합하고, 최대한 그들의 속성만이 드러나도록 한 채, 계단과 바닥과 벽에 고정시켰다. ● 물질의 성격 중에 매끈함, 미끄러짐, 비침, 반짝임, 얇음, 가벼움, 텅 빔 등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인데, 이는 '소수(minor)'나, '허약함', '작은 소동' 등을 나타내기에 적절하고, 그것에서 일종의 은밀하고도 지적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보이기 때문이다. ■ 이우연
Vol.20040716a | 이우연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