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4_063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_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정미소 서울 종로구 동숭동 199-17번지 객석빌딩 2층 Tel. 02_743_5378
행려(行旅)의 꿈-순수영혼의 인생길 ● 박종갑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영혼의 이미지들은 보이지 않는 영(靈)의 세계를 탐색하고 마주하는 시각적 대화이다 영의 세계에서 만난 혼들은 상처받은 중음신(重陰神)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투명한 영혼들이다. 이 투명한 영혼에 마주선 독자는 마음의 거울에 비치는 작용에 따라 반응한다. 고요히 말을 걸기도 하고 쓸쓸하고, 낯설고 부유(浮游)하는 영혼의 모습은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일부이자 낯선 세계 속을 유영하는 또 다른 실재인 것이다.
비가시적 영혼과의 대화 ● 혼과 나와 그림자를 삼분하는 이 세계는 보이지 않는 영을 형상적 틀(수묵의 번짐과 음영)로 시각화하면서 영혼과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화면 곳곳에서 나타나는 영혼은 상처받은 타자의 분신이면서 상처를 공감하는 내면의 어른거림이기도 하다. ● 외롭고 눈물 짖게 만드는 영혼의 실재는 자아의 감정과 욕망이 겹친 불안과 번민의 자화상이다. 이 번민은 내면에 형성된 에고의 분출이면서 집착과 분별에 시달리는 인간중생의 투영이지만 분별을 넘어서 초탈한 영혼이 되고자하는 수행과 성찰의 염원을 담고 있다. ● 화면에 비치는 영의 실체는 투명한 영혼을 바라보는 독자에게 묻는다. 나는 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행려의 풍경 ● 행려의 풍경은 교차 반복되는 영혼과 인생길에서 세계의 근원을 찾으려는 순례의 여정이다. 이 순례의 여정을 함께 하는 마음이라는 복잡한 실체는 내면의 상처와 본능을 드러내면서 천변만화한다. 이 상처와 본능을 의식의 표면위로 부상시켜서 예술행위로 옮겨놓는 것, 이 상처와 본능의 의미들을 성찰하는 것, 이 억압된 내면의 장애를 제거하고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것, 이것이 행려의 풍경에서 터득한 지혜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세계의 내외면을 탐색하는 여정인 것이다.
원초적 풍경이 펼쳐진 사막(사막에서)이라는 시공간은 광막한 우주와 인간존재의 한계를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진리의 설법을 구하기 위해 천축국으로 가는 혜초의 길처럼 건조하고 목마른 고행이 함께 하는 이 길은 너무도 고통스러워 영혼도 증발해버릴 것 같은 풍경이다. 진리의 길은 멀고 험하며 영혼의 동경은 강렬하다. ● 「숲-인적이 드문 길」, 「대숲에서 만나다」 등의 작품은 낫선 공간에서의 체험과 느낌이 드러나 있다. 인적이 드문 숲에서 만나는 풍경은 영활하고 생동적이면서 신비적인 영성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낯설고 생경하다. 이 낯설음은 이 풍경을 바라보는 존재의 범속함이 만든 것이고 잃어버린 영성의 드러난 풍경이다. 대나무 숲은 낯설게 대면하는 인간들의 관계에 대한 은유적 장치이다.
「탈각(脫却)」, 「야경」, 「후후(後後)」 등의 작품에서는 도시와 주변의 밤풍경 속에 빙의(憑依)된 영혼들의 혼무가 펼쳐진 풍경들이다. 어둠 속 쇼윈도우의 창에서 어른거리는 도시의 야경(夜景)은 죽어있는 신성처럼 빛을 발하고 있지만 개별영혼이 혼재된 꿈을 꾸는 거주지이다. ● 지표면에 깔린 그림자와 그 그림자 속의 나는 영혼거주에 대한 의식투영의 반영이고 탈각된 영혼을 만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종갑의 작품에서 만나는 행려의 꿈은 비가시적 영혼과 대화하려는 존재의 꿈이다. 불완전한 존재의 욕망인 집착과 분별을 넘어 순수투명한 초월적 영혼을 만나려는 행려의 여정인 것이다. ■ 류철하
Vol.20040701c | 박종갑展 / PARKJONGGAB / 朴鐘甲 / painting